1.

엄마가 친오빠를 임신하고 있었을 때 이야기.
엄마랑 아빠는 계곡에 캠핑을 가셨는데, 밤에 텐트를 치고 자던 와중 강물이 자는 곳 얼굴까지 불어 넘치는 바람에 죽을 뻔 하셨다고 한다.
아빠는 엄마가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서 곤란하셨다고 했는데 엄마는 그때 오빠의 태명을 부르면서 검은 남자가 강을 건너 쫓아오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2.

중학교 때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일을 하다 보면 야자 시간에 졸기도 하시고 가끔은 교무실에서 눈 붙이는 경우를 종종 보기도 했는데 이 선생님은 나이도 꽤 지긋하셨지만 자거나 하는 걸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
비가 오는 날 무서운 얘기를 들려 주신다고 말씀해 주신 건데, 선생님은 군 복무를 의경으로 나오셨다고 한다. 어느 날은 밤에 주무시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체를 치우러 출동 같은 것을 나가게 되셨는데 （여자라 군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가던 도중 선임이

너 눈 좋냐? 그럼 가서 절대 시체에 대고 라이트 비추지 마.

라고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당시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현장에 가 시체에 라이트를 비추는 순간, 투신한 시체를 보게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시체는 떨어지면서 화단에 머리가 잘리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그 머리의 눈과 눈이 마주쳐버린 거였습니다. 선생님은 치기 어린 마음에 아무렇지 않은 듯 라이트를 꺼버렸지만, 복무가 끝날 때까지 그 얼굴이 생각나 잠을 제대로 못 이루셨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그 일이 몇 십년 전 일인데도 가끔 꿈에 나온다고 하셔서 낯선 곳에서는 아무리 피곤해도 잠을 안 주무신다고 해요.


3.
층간소음.
제가 19살, 수능이 끝나고 야간 사무 아르바이트를 일 년간 한 적이 있습니다. 큰 일은 아니었고 매주 월 수 금요일 밤마다 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특이하게도 다음날 아침에는 꼭 메일로 정리한 것들을 보내드리고 컨펌받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간단한 일에 비해 보수가 세서 저는 피곤했지만 일하는 내내 늘 재밌고 즐거웠어요.
문제는 제가 일을 그만 두고 나서였습니다. 밤을 새서 일한 것 때문에 그런지 가끔 불면증이 심해져서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됐습니다. 어느 날은 자려고 누웠는데, 아래층에서 젊은 남자가 음악을 크게 틀고 낄낄낄 웃으며 게임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였습니다. 잠 못 드는 날 새벽 두 시에서 세 시만 되면 항상 그 소리가 들렸고, 저는 며칠간 잠을 못 이루다 결국 폭발해서 바닥을 내리치며 좀 조용히 하라고 엉엉 울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부모님이 제 방으로 와 왜 소리를 지르냐며 저를 혼내셨고, 저는 그 다음부터 제 방이 아닌 거실이나 안방 바닥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바로 아래층에는 조용한 노부부만 거주하고 계셨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