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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제 집안은 먼 옛날부터 나름 뿌리가 있는 성씨집안 입니다.
그래서인지 충북에 상당히 규모가 있는 선산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말씀 드릴 이야기는 성묘를 하러 선산 바로옆에 있는 오래된 집에 머물렀을때의 이야기 입니다.
약 4년전, 제가 군대를 갓 전역하고 나온 23살의 추석 전의 이야기입니다.
한심한 이야기이지만 장차 집안의 기둥이 될 입장임에도 불과하고 21살까지만 해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운 성묘를 굳이 가고싶지 않아서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군대를 갔다 온 후, 나름대로의 노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라 성묘를 하러 선산으로 향했습니다. 나무 한그루 없는 풀밭에, 숱하게 나오는 지네와
벌 등 각종 벌레들을 경계하며 고된 하루를 마친 후 집안 어른들과 안부를 나누며 식사를 한 뒤 와이파이도 없는 후미진 집에 투덜대며, 잠에 빠졌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은 뒤 누군가 고통스럽게 구역질하는 여자의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습니다.
어른 중 한분이 술을 과하게 마셔서 그런가보다 하고 잠에 다시 드려는 순간, 그때 그 집 안에 계셨던 여자분들 중 술을 입에 대시는 분은 한 분도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의아해했습니다.
약간의 고민 후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나가자 화장실에는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이명이었던 마냥 들리지 않고 몇마리의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와 어른들의 코고는 소리만이 있었기에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다음날 고된 제초작업을 위해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날에도 똑같이 고된 하루를 보내고 청주를 몇잔 한 뒤 밤늦게 잠에 들었습니다. 어째 전날에도 들렸던 헛구역질 소리가 다시금 들려왔습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들려왔다기보단 소리가 뇌리에 스쳤습니다.
그때는 그게 귀에 들리는 소리인 줄 알고 왜 밤마다 저러는건지 알기위해 다소 꾸중을 들을 걸 각오하고 마루에 나가 불을 켰습니다. 헌데 전날과 다르게 그 역겨운 소리는 여전히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고, 구역질과는 무언가 다른 본능적인 불쾌감을 가져다주는 생전 처음듣는 소리였습니다.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아서 혹여나 어른들이 잠에서 깰까 불을 끄고 마당을 둘러보던 중, 오른쪽 담벼락 끝 웬 항아리 옆에 자그마한 소나무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소리가 그쪽에서 나는 것 같아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자세히 들여다본 뒤, 사람은 어째서 극한의 상황에 놓이면 사고가 마비되는지 똑똑히 겪었습니다.
평소엔 스스로 굉장히 이성적이고 다소 냉철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고, 타인또한 그렇게 말해주기에 평소 상당한 자신감이 있었으나 그것 또는 그 여자를 보고 난 뒤 모든게 모레성같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옷 한 벌 걸치지않은 앙상한 몸에 배는 아이가 있는 것 같이 볼록 튀어나와있고, 온 몸에는 채찍질을 당한마냥 살들이 찢겨있었고, 얼굴에 극심한 구타를 당한듯이
하악이 빠져 기이하게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그 이상의 외적 특징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더이상 보았다간, 사람도 아닌 것 같은 그것에게 공포감을 넘어 안쓰러움이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말도 안되는 모습과 마치 생존본능을 일깨우는 처음듣는 소리에 즉시 몸을돌려 방에 들어와 잠금장치가 없는 문고리를 죽도록 원망하며 잠들고 깨었다를 반복 하고선 어디 말하지도 못한 채 아침을 맞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최악의 컨디션인 몸을 이끌고 전날에는 미처 가지 못했던 구역을 돌고 있었을 때 어제는 멀리서도 못봤던 비석조차 없는 약소한 무덤 하나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강렬하게 짚이는게 있어 그게 누구의 묘인지 할아버지께 여쭤보니 몇초간 골똘히 생각하신 후 저에게 무덤의 주인이 누군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는 몇대를 걸쳐 구전되어왔던 이야기 입니다.
1700년대 중반, 제 집안에 '화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분이 한 분 계셨다고 합니다. 아주 총명하고 고왔던 분이었으나,
당시 시대적 상황과 다르지 않게 여자는 진출의 한계가 있었고, 본인의 뜻과 다르게 집안의 얼마 되지않는 이익을 위해 지방 관리의 아들에게 이른나이에 시집을 갔다고 합니다.
그 아들이라는 사람은 양가 어른들이 계실때와 안계실때의 태도가 천지차이란 걸 모두 알고 있었으나, 사실상 이미 정해진 혼사였기에 화연이라는 분은 어쩔 수 없이 그 아들과 혼인을 하여 빠르게 아이를 가졌다고 합니다.
유추 할 수 있듯이 남편마저 자신을 폭행하고 까내리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뱃속에 천옥 만옥같은 아이가 있기에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남편이 그 여성분을 폭행하고 외출을 하던 중, 바닥에 있던 소달구지에 발이 걸려 바위에 머리를 부딫힌 후 옆 도랑에 빠져 일어나지 못해 익사를 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일까요. 그 집안 사람들은 무엇이 그렇게 그 여성분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기어코 앙금을 품고 제 남편까지 죽인 것 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집에있었던 그 여성분이 어찌 몇리는 떨어져있는 자신의 남편을 죽였을지 저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지만 사실이 중요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만삭의 몸으로 온갖 궂은일은 기본이요, 끝없는 매질에 고향땅 한 번 못밟는 설움이 벅차올라와 어느날 한 번 그집안 어른들에게 크게 따진 날이 있었다고 합니다.
불보듯 뻔하듯이 전보다도 훨신 심한 매질을 몇시간째 이어가다 기어코 분이 안풀렸는지 소 코에 연결하여 소를 끄는 줄을 가져와 여러명이서 전신을 처참하게 구타 했다고 합니다.
그 여성분은 출산 직전의 몸으로 그런 매질들을 당했으니, 당연히 눈도 감지 못한채 사망하였고, 제 집안은 당대 상당히 강했던 그 집안의 힘에 못이겨 쓴소리 한 번 못하고 시신을 가져와 묻어주는게 전부였는데, 그조차도 가장 어른이 아주 좋지 못한 일로 사망하였다 하여 비석조차도 없는 그런 작은 무덤에 안치하였다 합니다. 훗날 그 남편의 남동생이 방관한 양심에 잠못이루어 찾아와 자세한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하나, 듣는 저조차 이리 원통하여 글을 쓰는데 본인은 어땠을까요.
그 여성분의 아버지께서 이야기를 듣고 대성통곡을 하며 관아에 고발했다곤 하나, 일이 잘 되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 이야기는 아직 가족, 사촌중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아직도 그때 마당에서 보았던 그것이 그 여성분이라는 100%확신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보았을때 어딘가 마음 깊은곳에서 애처로움이 베어나온건 단지 스쳐지나간 느낌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매년 성묘를 갑니다. 그리고 다른 조상님들께는 죄송하지만 항상 가장 먼저 그 작은묘에 찾아뵈어 가장 정성스럽게 제초를 하고, 약소하게나마 술과 약간의 꽃, 그리고 이끼 한 줌을 올려드리고 있습니다.
모바일이라 글이 미약 할 수 있는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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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06: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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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2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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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햄 |
이끼는 왜 올리는지 모르겠지만, 간소하게나 전 한종류 떡 한종류 과일 한종류 올려주시면 될거 같아요ㅎㅎ 챙겨주어 고마워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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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0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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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망깜시 |
무덤주인이신가요ㄷㄷㄷ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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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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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가 |
우습게도 이끼의 꽃말은 모성애 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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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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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햄 |
이끼는 왜 올리는지 모르겠지만, 간소하게나 전 한종류 떡 한종류 과일 한종류 올려주시면 될거 같아요ㅎㅎ 챙겨주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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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깜시 |
무덤주인이신가요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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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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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가 |
우습게도 이끼의 꽃말은 모성애 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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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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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GT |
내가 잘못본건가 귀신이 말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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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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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보다더한암내 |
눈물나는 이야기네 ㅠ 잘 챙겨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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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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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가 |
사실 픽션입니다. 저 귀신 본 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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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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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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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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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2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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