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때 얘기라 꽤 오래됐지만,
그 날 봤던 그 광경은 너무나 충격이고 어린 시절 저의 뇌리에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서 지금도 고통받고 있기에 글을 써봐요.
그때 저는 중학교 1학년이였어요 딱 여름방학때.
당시 유행했던 도서들 중에 온갖 살아남기,보물찾기 등
학습만화는 물론이고
다들 이름은 들어봤을 무서운게 딱 좋아!
시리즈를 알고계실꺼에요.
그거에 영향받아서 여름방학 조별자유탐구 주제로
귀신은 실존하나! 라는 웃기지도 않는 주제를 정하고
그걸 조사하기로 했어요
노인인구도 많고, 선산이 있기때문에
관리안하는 무덤터라거나 폐가 등이 동네에 제법 많았기에 그랬죠
낙후된 동네 다운 모습이였지요
조는 5명이였고 저 포함 남자 셋 ,여자 둘 이였어요
조사하러 갈 장소는 당시 소문으로 여기저기 집을 허물고
다시 짓던 와중에 집주인이 갑자기 돌연사 했다던
산 근처에 있는 기와집이였어요
사람 빈지 몇년이나 된 오래된 장소여서
안성맞춤이였죠
겉모습도 몹시 노후화됬기에 더더욱 그랬고요
집을 노리고 살해 당해서 그렇다,
재산을 탐낸 강도의 소행이다,
산 근처에 무덤이 있어서 끌려갔다 등
별 말도 안돼는 소문이 판쳤지만
어렸던 그땐 그 얘기를 덜컥 믿었었죠
조사장소도, 시간도 정하고 밤 10시? 쯤
날이 넘어가기 전엔 모였던걸로 기억해요
그때 소심했던 녀석이 자기 아빠 안전모 까지 쓰고왔었죠
저도 몹시 무서웠지만
그 당시에 당한다면 가장 두렵고 괴로운 세가지.
첫째 학교에서 똥싸다가 들키기
둘째 여자애들하고 놀다가 들키기
세번째 도망쳐서 쫄보 취급당하기
그 중 세번째인 쫄보취급 당하기가
더욱 무서웠기에 이악물고 허세 부리며 앞장 섰었죠
그러지 말았어야 됐는데
산속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 근처였고
심지어 근처 야산에 무덤터까지 있었습니다
가로등 불빛도 없고 몹시 어두컴컴 했기에
다섯명이 꼭 붙어서 손전등에 의지해서 조금씩 갔습니다
여자애들 두명은 계속 뒤로 빠지고 저희 셋이
먼저 가라면서 밀쳐대고...
헬맷은 밀지말라고 소리지르면서
극도의 불안감에 거칠어지는 숨소리가
으슥한 밤에 BGM처럼 들려왔죠
잡초가 무성해진 밭을 지나서 기와집 앞에 왔는데...
반쯤 대파된 나무문과
여기저기 찢어지고 널부러진 창호지 문
바닥이 꺼진 마룻바닥
뭔가 깨진체 있는 장독대 등
그야말로 있을거같은 분위기가 펑펑 터져나왔죠
사람이 없는 곳의 을씨년한 분위기와
어두컴컴한 환경까지 겹쳐지니까
여자애들하고 헬맷놈은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이딴걸 왜 하기로 했냐고 저와 주동자를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허나 저는 그딴 흰소리에 대꾸할 여력이 없었어요
무서워 뒤질거 같았거든요
조용히 하라고 말한 뒤에
폴더폰 카메라로 다급하게 주변 사진 찰칵 찍고
서둘러 돌아가려 하는데
주동자 녀석이 안에 한번만 들어가자 했어요
좀더 확실하게 하고싶댔나?
혀튼 뭔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기억이 안나고,
뒤에서 뭐라 말하는 세놈의 말을 무시한체
결국 다같이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안방인지 살짝 열린 창호지 문을 열어서
후레쉬를 비친 순간 거기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집안가재는 다 가져가서 당연히 텅 빈 방안 뿐
먼지와 곰팡이, 알수,없는 퀴퀴한 냄새가 그득해서
안쪽 사진만 찍고 나오자고 해서 들어갔는데...
주동자 녀석이 방문턱에 걸려서 자빠져버렸습니다.
꽤 큰소리가 나서 괜찮냐고 하면서 저희도 들어갔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보았습니다.
바각
바각 위이이잉
바각
바스락 부우웅
바스락
바삭
바가각
뭔가 싶어서 손전등을 비췄는데...
잔해만 남은 동물 시체에 그득하게
쌓여서 뭉치고 꿈틀거리는 각종 노래기,바퀴
한쪽에 뭉쳐있던 돈벌레,쥐며느리
그걸 먹으려고 나타난 지네 거미 등
온갖 잡벌레가 바닥에 짓눌린체 바가각 거렸습니다
외마디 비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나방,파리 같은게 공중에 치솟아 오르는 순간
랜턴불에 비춰져 음영이 드리워진 그때 모습은
하나의 커다란 귀신처럼 어린 눈에 비춰졌습니다
더듬이와 꼬리를 버둥거리며 꿈틀대는 지네들과
와수수 하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바퀴들을 보고
다시 비명을 터트렸습니다
자빠진 주동자 녀석 가슴팍,손에도
거미,지네 같은 것 들이기어올라간 체
주동자 녀석을 물어뜯거나 피부위를 기어다녔습니다
다급히 발버둥치면서 바닥에 손이 닿자
한웅큼 집혀서 바스라지는 돈벌레의 시체들과
위급 상황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굴러가는 공벌레는
익사이팅한 공포 그 자체 였습니다
주동자는 비명지르면서 나동그라지고
전 다리에 기어오르려하는 바퀴를 다급히 밟아죽이면서
생전 처음으로 뱃속부터 진심으로 비명지르면서 도망쳤습니다
그 와중에 헬맷놈은 지 살겠다고 제일먼저
방문닫고 도망가가지고 방문이 잘 열리지않아서
저희는 헬맷놈을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지르며 삭아버린 문을
부숴버렸는데 바닥에 버리고간 헬맷에 걸려 넘어져서
다시한번 몸에 벌레를 묻힌 뒤
오만 쌍욕과 저주가 헬맷놈에게 닥치길 바라길 기도하며
그 지옥같은 공간에서 도망쳤습니다
그 이후
여자얘들 사이에서 헬맷빌런놈은
천하의 호로쌍놈 취급받았습니다
지네한테 잔뜩 물린 주동자는 고열에 시달렸고
전 지금도 다리많은 벌레만 보면 온몸이 굳어버립니다
어설픈 귀신보다 뚜렷한 현실이 무엇보다 두렵단걸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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