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일은 아니고 친구 이야기야.

10년도 더 전에 친구A는 모 지방에 있는 수련회장에서 교관으로 일하고있었어. 학생들이 오면 묵게 되는 숙소 건물이 크게 있고 그 뒤로 그림처럼 남자기숙사 여자기숙사 보육원건물이 있었어. 보육원 옆으로 난 산길을 통해 산으로 갈수있는 구조였지.여자 교관은 A 한명뿐이라 작은 독채건물을 혼자 썼다고 해. 그 옆은 1층이 보육원, 2층은 원장 주거공간이었대.

A는 흡연자였는데 그때만해도 여자가 담배피우는걸 아니꼽게 보는 사람도 많았고, 보육원 아이들이 보게되면 충격받을까봐 항상 산쪽으로 조금 올라가서 담배를 숨어피웠대. 고라니도 자주 만나고, 멧돼지만 나오지마라.. 이럼서ㅠ 불쌍한것. 암튼 수련회 온 학생들이 없어서 남자 교관들은 모두 놀러 나갔던 날이었는데, 급식실에서 애들이 난리가 났는지 시끌벅적하더래. 가보니까 뱀 한마리가 어디로 들어왔는지 급식실에서 도망도 안가고 애들쪽을 빤히 보고있더래. 워낙 구석진 곳에 자리잡은데라 뱀도 종종 보이는곳이지만 그와중에 이 뱀은 많이 크기도 하고 혹시 애들을 공격할까봐 얼른 잡아야겠다 싶었는데, 그날따라 남자 선생님들이 전부 외부에 나가계셔서 이걸 어찌해야하나 싶었대. 애들은 '선생님 무서워요..'이럼서 울고... 뱀을 잘 잡으시는 분들이 몇 계셨었는데, 항상 잡아서 멀리 던져버리던게 생각나서 큰 집게로 뱀을 일단 잡았대. 멀리 가서 던지려고 했는데... 뱀이 힘차게 몸부림치는 느낌이 손에 그대로 전달돼서 힘이 자꾸 빠지더래.. 이러다 놓치겠다 싶어서 급식실 뒤에 불피워놨던 드럼통에 뱀을 넣었는데, 분명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데 비명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는 기분이었다고 해. 뱀은 그렇게 몸부림치며 타죽었고 A는 매우 찝찝했지만 아이들이 안전해져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말았대.

그날 밤 A는 잠자리에 누웠다가 담배생각이 나서 11시쯤 산쪽 길로 나갔대. 가는 길에 무심코 보육원쪽을 봤는데, 2층 난간에서 뭔가 움직이는걸 봤대. A가 눈이 조금 나빠서 멈춰서 찡그리고 자세히 봤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하게 보였는데, 흰옷을 입은 여자가 난간에 매달려서 엄청나게 격정적인 춤을 추고있더래. 뭔가에 홀린듯이 보고있자니 낮에 드럼통에서 불타 죽어가던 뱀처럼 움직인다 싶다가 여자와 뱀이 겹쳐보이기 시작했대. 그 때 뭔가 정신이 확 차려져서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왔는데, 시간이 새벽3시더래... 자기는 길어야 5분 서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 후 얼마 안있다가 A가 큰 화를 입은사건이 있었는데, 이건 너무 아픈얘기라 자세히는 말 못하겠지만 그 때 가해자를 본 다른 지인이 '눈이 새빨간것이 사람이 아니고 뱀같더라니까?'라고 한게 그 뱀이 관련이있나 싶었어. 영물이라고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