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나 공포괴담이라 불릴만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살아오면서 겪은 가장 무섭고, 소름끼쳤던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불혹을 바라보는 저의 고등학교 시절, 10대때의 일이니,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네요.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의 고교생 시절에는 자율학습이라는게 있었습니다. 말이 자율학습이지, 실상은 강제로 방과 후, 정해진 시간동안 공부를 해야했었죠. 떠들거나 도망을 할 경우에는 구타와 같은 심한 수준의 체벌이 따랐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해진 시각까지 자습을 했었습니다.

그 때도 지금과 같은 늦봄, 초여름의 날이었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저와 학우들은 밤 10시까지 자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율학습이 끝나는 10시종이 울리자. 학우들은 서둘러 짐을 챙기고, 가방을 메고 학교 밖을 빠져나갔습니다.

걔 중에는 학교에서 먼 곳에 사는 저와 제 친구（A）도 있었죠.

저와 제친구A는 버스로만 통학하는데, 30분이 걸리는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도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는 오지 않고, 10분은 넘게 걸어야 하는 곳의 정류장에만 왔었죠.

막차 시간인 10시30분에 맞춰서 정류장까지 가려면, 우리는 꽤나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 날도 우리는 서둘러 정류장까지 걸어가느라 시원한 늦은 봄의 공기도 느낄틈도 없이 걸었습니다. 서둘러 집에 가서 디아블로2나 워크래프트3를 할 요량이었죠.

그렇게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날따라 이상하더군요.
멀리까지 가는 막차라 그 버스에 타는 승객이 많아서 항상 정류장이 붐볐는데,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류장에는 저와 친구A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상하다라고 생각했지만, 친구 A는 자리에 앉아서 갈수있을테니 더 좋다고 말하며, 기분좋아했었죠.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막차시간인 10시30분이 지나도 버스가 안오는 것이었죠.

저와 친구A는 우리가 너무 늦게 나왔나, 택시라도 타고가야하나 라는 말을 하며, 10분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5분쯤 지났을까요? 멀리서 버스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뭔가 이상했습니다. 이상하게 버스 번호를 비추는 조명이 흐려서 버스번호가 멀리서도 잘 보이지 않았고, 버스 내부의 조명도 어두워보였습니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간신히 우리가 타야하는 버스번호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항상 붐볐던 버스 안은 한산해보였고, 라디오도 나오지 않았고, 승객들도 너무 조용해 보였습니다. 특히, 정차한 버스기사 아저씨는 우릴 보지 않고, 앞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순간드는 오싹함과 무서움에 버스에 타려는 친구A를 붙잡고는 그냥 택시타고 가자 했지만, 친구는 괜찮다며 버스에 탔고, 저는 그냥 택시를 타고 가겠다며, 먼저 게임하고 있을테니 연락하라는 말을 하고 친구를 보냈습니다.

출발하는 버스를 보면서도, 무서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버스기사와 같이 승객들도 하나 같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창 밖을 바라보는 사람하나 없이요.

그렇게 친구A를 보내고, 저는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도착했고, 게임을 하며 친구A를 기다렸지만, 친구의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과 무서운 생각으로 간 밤의 잠도 설치며, 다음 날 학교로 갔습니다. 그런데, 친구A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나를 호출했고, 친구A와 자율학습 후, 뭘 했는지 물어보셨기에 저는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 자율학습 끝나자마자 친구A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고, 나는 택시를 타고 갔다고말이죠. 다만, 그 버스의 이상한 점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습니다.

친구A가 등교하지 않는 그 날도 저는 자율학습을 하고, 10시에 학교를 나섰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죠.

정말 이상했습니다. 그날도 정류장에는 사람 한명 없었고, 가로등도 더 어두운 것 같았습니다. 시원해야할 봄날의 공기도 그날만은 쌀쌀했습니다. 저는 무서운 기분을 느끼며, 오늘도 택시를 타고 가야겠다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멀리서 버스가 보였습니다.

흐릿한 조명이 비추는 버스번호와 내부의 어두운 버스조명...어제의 그 버스 같았습니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고, 버스기사는 어제처럼 앞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서운 마음에 도무지 그 버스를 탈 수 가 없었습니다.

이윽고, 버스는 느릿느릿 출발을 했고, 버스의 뒷자석이 나를 지나쳐갈때 저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A는 정면만을 멍하니 응시한채
제게 느릿느릿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 광경은 너무나 소름끼쳤고, 무서워서 목소리를 낼 수도,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한참이나 저는 멍하니 굳어있었고, 지나가던 택시가 멈춘 후 몇 번을 빵빵거린 후에야 저는 정신을 차리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 일 이후, 저는 부모님께 조르고 졸라 부모님 차를 타고 하교를 했고, 다시는 그 정류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친구A는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죠.

지금도 친구A가 제게 손을 흔든 이유에 대해선 알 수가 없습니다.

제게 이 버스를 타지 말라고, 손을 흔든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나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간다라는 의미로 손을 흔든 것이 었을까요?

아직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오싹하고 무서운 기분이 가시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