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헛 것을 보기 시작했다.

개 한마리가, 하늘에서부터 뚝 떨어져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그런 장면이 계속해서 내게 보이기 시작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 것이, 고깃덩어리가 철퍽거리며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비릿한 피의 냄새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분명 내가 피곤하거나, 요즘 많이 힘이들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하루 푹 쉬기도 해보았고 고기를 사서 먹어보기도 하였지만,
집에 있다가 창 밖을 바라볼 때면 어김없이 개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왔다.

한 번은 그 하늘에서 떨어진 개의 말로가 궁금하여 창 밖을 내다보기로 했었다.
사실, 그 개의 최후를 보려고 하면 몇 번이나 가능했지만 과거에 내 뇌리에 새겨진 끔찍한 기억에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릴 적, 차에 치여 여름날에 단백질이 썩어들어가는 역겨운 냄새와 피와 털이 서로 엉겨붙어 천천히 썩어들어가는 개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아무도 그 개를 치우지 않고, 도로 한 켠에서 뜨겁게 썩어들어가는 한 구의 개를 나는 불쌍하기보단 역겹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어떤 생물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괴롭히는 이 허상인지 진실인지 모를 것의 결말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꿀꺽, 마른 입에 잘 나오지도 않은 침을 긁어모아 삼킨 후에 천천히 발을 옮겨 창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이건 헛것임이 분명했다.

나는 업무스트레스가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정신과를 방문했다. 정신과에서는 요즘 코로나사태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내가 겪는 증상도 요즘 시대에 겪는 스트레스가 뒤엉켜 보이는 정신적인 증상일 수 있다며, 섣부르게 약을 처방하기보다는 수면유도제를 주고
편하게 잠을 자고 취미생활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치유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나는 그리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내가 보이는 것은 개가 떨어지는 것뿐 내 자신이 우울하다고는 생각치도 않았다.

그런데, 세간에 이상한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개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하늘로 올라가는 개를 본다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이상한 이야기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개를 보는 사람들이 나말고도 있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떠도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여러 게시물과 댓글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개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지나 사흘, 나흘 째 개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반가워서 처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증세를 겪고 있었다.

길을 걷거나, 일생생활을 할 때는 아무 문제 없다가, 무심코 창 밖을 보면 개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정신병인가 싶었지만, 정신과에서도 그런 증상은
전례가 거의 없다면서 곤란해 했다고 했다.

그러던 도중, 그런 사람들 사이에 개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봤다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늘을 올라가는 개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며 매우 일이 잘풀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지 않았지만,
그들의 수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한 유명 CEO가 하늘로 올라가는 개를 보았다고 발언을 했다. 그 발언은 그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주가를 오르게 만들었고,
하늘로 올라가는 개를 보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점점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에 비례하여 개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수많이 개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지만, 개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인터넷에 불평을 늘어놓는 글을 썼다. 그러자 댓글에, 여태까지 개가 떨어지는 모습만 보았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개가 하늘로 올라갈 때까지 창밖을 보는 곳이 있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면, 누군가는 개가 하늘로 올라갈 거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찾아갔다. 그 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초첨이 없었고, 멍하니 그저 창밖을 바라보기만했다.
나도 그들에 섞여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퍽'

'퍽'

'퍽'

수도 없이 개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비릿한 냄새가 진동을하고, 둔탁한 소리는 내 귀를 몇번이나 자극하였다.

창밖을 바라보던 이들은 개가 하늘로 올라갈리가 없다면서 화를 내며 나가거나, 한숨을 쉬고 조용히 나가거나, 아니면 울면서 이럴리가 없다며 뛰쳐나가
다신 돌아오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얼마나, 창 밖을 바라본걸까, 개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은 도저히 보이지가 않았다. 고통스러웠다, 이게 무엇이라고 나는 그 개를 보기를 바라는 건가.
나는 답답한 마음에 담배나 피자며 그곳을 잠시 빠져나와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서 담배를 꺼내물어 불을 붙였다. 풍경이나 바라보자 싶어 난간으로 가까이 다가가 하늘을 올려보았다.
푸른 하늘 가운데 검은 점 한개가 보이더니, 이내 빠르게 다가와서 나를 스치고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퍽'

또 그 소리와 그 냄새였다. 개다. 그 개였다.

며칠이나, 몇 달이나 나를 괴롭히는 그 개가 드디어 창밖으로 뛰쳐나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덜덜 떨며 담배를 땅으로 떨구고는 고개를 저었다. 창만 바라보지 않으면 되는데, 그러면 그 개를 보지 않아도 되는데.
그런 사실이 부정당하기 시작했다.

'퍽'

또 개가 나와 눈을 맞추고는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 개는 이상한 표정이었다, 결코 귀엽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은 오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는 땅으로 빠르게 사라져갔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본 순간, 수많은 개들이 나를 바라보고는 땅으로 곤두박칠 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도저히 제 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난간 위로 올라갔다.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개가 떨어지며 나를 바라본다, 나를 따라오라는 듯이, 바라본다.

나도 그 개와 같이 몸을 던졌다. 떨어진다.

떨어지면서, 내가 아까 바라보았던 창 안이 보였다.

분명 사람들일 것이었는데, 수 많은 개들이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수 많은 개들이 떨어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떨어지는 나는, 창을 통해서 수 많은 개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 이제서야 올라가는 개를 보는 구나.'

그리고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내가 팔자마자 떡상하는 거봐 그지같은 도지코인.. 일런 머스크 개객기...'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더 이상 개가 떨어지는 것도, 개가 올라가는 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