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 눈팅만 한지 어언 1년... 제가 자주 보는 원주민공포만회의 작가님이신 원주민님의 글을 보고 가입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의경시절 겪은 공포 경험이 너무 강력해 주변 지인들에게 썰을 풀곤 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통해 글을 남깁니다 ㅎㅎ
각설하고 바로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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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제가 18년도 의경 복무 중에 겪은 실화입니다.그 때는 2018년도 2월, 제가 상경 2호봉을 달았을 시기였습니다. 의경은 주야비라고 해서 주간근무, 야간근무, 비번（쉬는 날） 이런식으로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는데, 그 날은 시설 야간경비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저희 소대는 그날 용산 미8군기지 철야근무를 맡았는데, 미8군 시설은 크게 두 군데로 나뉩니다. 하나는 전쟁기념관부터 해방촌까지, 다른 하나는 이촌역부터 용산우체국 부근까지 이렇게 두군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또 그 안에서 잘게 잘게 근무지가 배치되어있습니다. 전쟁기념관부터 해방촌까지 근무자는 기대마라고 불리는 경찰버스에서 잠을 잘 수가 있고, 이촌역 근무자들은 이촌역 앞에 있는 cp라고 불리는 조그만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저는 그날 이촌역파트 근무에 걸려 이촌역에 걸린 것을 투정부리며 선후임 근무자들과 이촌역 cp에 도착을 했습니다.（아마 이촌역에 가면 아직 그 컨테이너가 있을겁니다.）

근무는 2시간 근무 4시간 휴게로 이뤄졌고 저는 8~10시 근무, 4-6시 근무였습니다. 8시에 도착하자마자 10시에 근무를 끝내고 cp로 돌아와 배급된 야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다음 근무를 위해 적당히 선후임들과 이야기를 하다 소파에서 쪽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새벽 3시반이 되고 불침번이 저를 깨워 일어났습니다. 일찍 일어난 이유는 첫번째 근무지는 cp에서 가까웠으나 두번째 근무지는 용산우체국 쪽에 있어 20분은 걸어가야했기 때문입니다.

근무지로 가는 길은 엄청 고요했습니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들 밖에 없었습니다. 또 날씨 또한 엄청 추웠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근무지로 가고 있었습니다.

가던 도중 화장실이 생각나 2시간동안 참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촌역 근처 아파트 단지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화장실을 물었습니다. （원래는 이촌역사 안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새벽에는 역을 닫기 때문에 이용할 수가 없고 유동적으로 다른 곳을 찾아야합니다.）

알바생이 비밀번호를 알려줘 단지 내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화장실 변기 칸이 쾅!하고 닫히는겁니다. 저는 그때 너무 피곤하기도 하고 누가 들어갔나 싶어 개의치 않고 볼일을 보고 손을 씻으려는데 이상하게 물비누 안에 엄청난 벌레들이 죽어있었습니다. 뭔가 깨림칙해서 물로만 씻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겁니다.

내가 들어올 때 분명히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는데, 쥐죽은 듯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너무나 고요한겁니다. 누가 변기칸에 들어갔다면, 소변 보는 소리, 대변 누는 소리가 들려야 정상인데 말이죠.

그리고 이상한 점이 또 있었습니다. 문이 닫힌 칸은 분명 손잡이 부분에 빨간색으로 잠김표시가 돼있었습니다. 근데 불은 안 켜져있는겁니다. 그 화장실은 누가 들어가면 그곳에만 불이 켜지는 방식으로 돼있는데 이상하게 불이 안 켜져 있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다른 칸에 들어가봤는데 불은 잘 켜졌는데 말이죠.

그냥 이상하다 싶어 칸에서 나와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화장지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그러다가 갑자기 소리가 멈췄습니다. 화장지 끊는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정말 발이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가 없었고 꺼져있는 불이, 잠겨져 있는 문이 저를 더 미치게 했습니다. 그리고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누구일까. 누가 있는걸까. 그래서 저는 밑을 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있다면 분명 발, 다리가 보일테니 말이죠.

식은땀이 줄줄 흘렀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그곳에서 저는 밑을 봤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발도, 다리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화장지만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습니다. 미친듯이 소름이 돋은 저는 문을 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근무지로 달렸습니다. 달리고 달려서 근무지에 도착해 교대하려는 후임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말해줬습니다. 겁이 없는 후임은 자기가 가보겠다고 했습니다.

해가 뜨고 부대에 돌아온 저는 그 후임에게 화장실에 가봤냐고 그랬습니다. 후임에게 들은바로는 아무도 없었답니다. 문 또한 전부 열려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말한대로 화장지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과연 제가 그날 들은 소리와 그 화장지는 대체 무엇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