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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링클을 준다 하니.... 올해로 딱 10년이 되었지만 너무나 생생한 그 날의 기억을 한번 떠올려 볼까 한다
솔직히 읽는 입장에선 많이 안무서운데 겪은 입장에선 피똥쌀뻔해서 적어봄ㅋㅋ
때는 2011년으로 내가 갓 전역하고 학교에 복학하고 자취를 막 시작했을 무렵인데
내가 복학 전까지 자취를 해본적이 없어가지고 자취에 대한 로망이 엄청 충만했던 때라고 볼 수 있지
드디어 독립이라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학교 인근 부동산을 여기저기 다 돌아다니며
하루종일 부동산 아저씨 귀찮게 만들다 보니 그래도 나름 적당한 원룸 하나가 나오긴 하더라
고민할것도 없고 젊음이라는 패기도 있고 피곤하기도 했고 그냥 계약했지
（참고로 뭐 다른곳보다 싸거나 음침하다거나 그런거 절대 아님ㅋㅋ 오히려 좀 더 비쌋고 번화가도 가깝고 햇볕도 잘들어오고 반지하도 아님 ㅇㅇ）
여튼 이사도 끝내고 이제 개강전까지 집에 안있고 빨리 독립하고싶어서
개강이 한달이나 남았음에도 부모님께 난 먼저 자취방 가있겠다고 선언하고
바로 자취에 돌입하기 시작했지
지금 생각하면 감옥처럼 느껴질 만큼 좁은 집이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ㅋㅋ
풀옵션이라 작지만 티비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다 들어있으니 불편함도 크게 없었고 ㅋㅋ
그렇게 혼자 2~3주 정도 지내면서는 아무 일도 없이 잘 지냈다 （물론 이게 정상이겠지만）
근데 이제 개강 1주일 정도 남겨놓고 동기들 하나 둘 자취촌으로 오게 되면서
개강 전 다같이 자취방에서 술이나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어찌 하다보니 내 자취방에서 먹기로 했는데 여기서 이제 이야기가 시작된다
총 4명이 모이기로 한건데 한명이 모이기로 한 날 학교로 올라오는거라 저녁 8시는 되어야 도착한다고 해서
모이는 시간을 넉넉히 9시로 잡았었거든
뭐 그때까진 다 개인시간이고 할 것도 없겠다 싶어서 미리 집안일이나 해놓자 생각해서
밀린 설거지나 청소 빨래 이런거 하고 있었지
보통 빨래가 오래 걸리니까 빨래를 먼저 돌려놓고 청소나 설거지나 기타 잡일을 하잖아?
그래서 난 아무생각없이 세탁기（자취용 일반?드럼세탁기였음）돌려놓고 잡일 하고있었지
그러다가 빨래 다되면 뭐 띵띵띵띠띠리리 뭐 멜로디 나오잖아?
다됬다는 멜로디 나오길래 아무생각없이 빨래 다됬구나 싶어서 널려고 세탁기 문 열고 빨래 끄집어내고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내것이 아닌 시커먼 양말 하나가 나오는거야 그 발목위로 올라가는 긴 검은양말
내가 빨래를 그 날 처음 돌린것도 아니고 2~3주 살면서 못해도 10번은 넘게 돌렸을텐데 저런적은 없었거든
그리고 중요한게 난 애초에 저런 검은 양말을 가지고 오지도 않았단말이야?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땐 진짜 별 대수롭지 않게
아 뭐 전에 사람이 쓰던 양말이 세탁기 안에 붙어있다가 이제서야 나왔는가보다 하고
안에 혹시 내가 못 본 다른 빨래감들 붙어있는지 확인해보고 없길래 그냥 말았거든（이때는 진짜 안에 아무것도 안남아있었음）
여튼 건조대 빨래도 다 널고 친구들 하나 둘 찾아오길래 신나게 먹고 놀고 있었지
그러다가 1시 좀 넘어가고 이제 다들 슬 피곤해져서 마무리를 하니마니 하고 있을 때
친구 두놈이 내일 자고 일어나서 바로 놀러나간다고 자기들 입고 온 맨투맨만 세탁기 돌리고
세탁기 다될때까지만 좀 더 놀다가 다되면 옷만 널고 자자길래 오케이 했지
그때 세탁기속에 넣은 빨래감은 아마 맨투맨2개랑 양발 4개（4개 다 페이크삭스） 이렇게 넣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껏해야 수건도 몇개 더 넣었고）
여튼 돌려놓고 약 1시간 뒤 빨래 다됬다고 또 소리나길래 이제 널고 자자 하면서 친구들하고 빨래를 너는데
아까 친구들 오기 전 봤던 그 검은 양말이 또 하나가 나오더라고?
내가 당시 살아오면서 그런 기묘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검은 양말이 또 하나 나오니까
이게 말로 형용은 못하겠는데 오싹하면서도 뇌가 정지되는? 이상한 기분이 삭 들면서 술이 확 깨더라고
분명 아까 확인 했을 땐 없었고 넣은적도 없는데 이게 뭐지? 라는 생각과 함께
물론 그 검은양말은 친구들 양말은 아니었고 친구들은 내 양말 아니냐면서 나머지 한짝 어딨냐고 그러는데
바로 친구들 앉혀놓고 잠이고 나발이고 아까 있었던 일 신기하다면서 말해줬지
근데 이놈들이 술이 취해서 그런건지 본인일이 아니라 그런지 헛소리하지말라고 아무렇지 않게 여기더만
그냥 자기들끼리 자리잡고 하나 둘 잠을 자더라고
어쩌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친구들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그래 뭐 세상에 귀신이 있는것도 아니고
뭔가 내가 모르는 다른 원인으로 양말이 어떻게 들어갔겠지 라며 합리화 겁나게 하고 자려고 누었지
자려고 누었고 술도 좀 먹었음에도 양말이 너무 꺼림칙해서 그런지 잠이 너무 안오더라
그래서 혼자 "흠.."소리 내면서 막 생각하고 있으니까 갑자기 침대 밑에서 자고 있던 친구 한놈이 갑자기
"xx아 세탁기 봐바"（진짜 저 딱 5글자만 말함 저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남）
이러는거야 ㅋㅋㅋ
얼탱이 없잖아 잠꼬대도 왜 하필 저런말을 하는지 ㅋㅋ 진짜 처음 저 말 했을 땐 개무시하고 잠꼬대하네 하고 말았는데
한 10분? 있다가 또 같은 말을 하는거야
"세탁기 보라니까"
이쯤되니까 뭔가 살 기분이 안좋은? 속이 안좋아지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일단 그 헛소리 한 친구부터 당장 흔들어 깨웠지
막 흔들어서 친구한테 니 잠 안자고 뭔 개소리하냐고 하니까
그 친구 자다 일어난 목소리로 뭔소리하냐면서 자기 잘 자고있는데 왜그러냐고 그러는거야
내가 너무 세탁기에 민감해진건가 싶어서 일단 다시 재우고 나도 자려고 눈감고있는데
이게 환청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과학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니 아마 100% 환청이었을거라 믿는다）
세탁기 그 다 되면 나오는 멜로디 잇자나? 그게 들리는거야
진짜 그때부터 이제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아 이게 보통 심각한일이 아니구나 라는걸 직감했지
보통 공포영화나 공포소설? 그런데 보면 저런상황에선 주인공이 혼자 세탁기 확인하다가 귀신보고 졸도하고 그러잖아
그런 생각부터 들길래 난 다짜고짜 불부터 키고 친구들 다 깨우고 너무 무서운 나머지 폰으로 노래까지 틀어놓고
내가 들은 소리 말해주면서 무섭다고 대신 봐달라고 했거든
친구들은 점마가 뭔 개소리를 하나 하는 표정으로 세탁기 보고 오더니 아무것도 없으니 안심하라면서
다시 잠이나 자자고 쌍욕박고 다시 눕더라고
나도 내가 뭔가 제정신이 아니거나 너무 게임만해서 정신이 나갔구나 하고 생각하고 일단 다시 누웠지
하.. 근데 이놈들이 세탁기를 확인하고 불끄고 누웠는데 중문을 안닫고 냅둬서
내가 누운 자리에서 고개만 돌리니까 세탁기가 떡하니 보이는거야
（부엌에 세탁기가 있었는데 부엌과 방이 약간 투명한 중문같은걸로 나눠진 그런 구조야）
아니 저 문을 닫고 이제 그만 세탁기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몸이 피곤해서 그런가 아니면 지쳐서 그런가 그냥 안쳐다보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에 잠이나 자려고 눈 감았지
근데 이번에는 세탁기가 막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ㅋㅋㅋ 진짜로 ㅋㅋ
그 왜 세탁 마무리하고 탈수? 하면 겁나 빨리 돌아가는거 있자나
처음엔 천천히 돌아가는가 좀 작게 들리더니 나중에는 점점 커지면서 드드드드 거리는데 이게 눈감고 들으니 더 미치겠는거야 ㅋㅋ
진짜 마인드 컨트롤로 이건 다 환청이다 내 심신이 지쳐 헛것이 들리는거다 저게 지 멋대로 돌 리 없다 라고
수도없이 되뇌여봐도 너무 또렷하게 들리는지라 진짜 미치겠더라....
그와중에 친구놈들은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고 저게 안들리는지 코골고 잘만자고있고 하..
좀있으면 멈추겠지 좀있으면 안들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진짜 오랫동안 기다린거 같은데
도저히 안멈추길래 그래 군대도 갔다 왔고 당시 무서울게 없던 시절이라
남자가 이런걸로 무서워하면 되냐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살짝 눈을 드고 세탁기를 봤거든?
보통 드럼세탁기 작동중에는 뭐 남은 시간이라던지 아니면 어떤 코스로 빨래를 하고있는 지 등
불빛이 들어오잖아?
근데 아~~무 불빛도 없고 어두컴컴한 곳에 혼자 안에 통만 진짜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이게 사람이 언다고 해야하나?
진짜 무섭고 두렵고 막 뇌정지오고 저게 뭔가 싶은 기분이 막 드는데 눈은 거기서 떼질 못하겠더라
근데 보다보니 눈이 어둠에 적응되면서 뭔가 안에 들어있는 빨래감?같은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너무 빨리 돌아가서 처음엔 저게 뭔가 싶었는데 내가 잘 볼 수 있게? 점점 느려지길래 자세히 보는 순간
발목 밑으로 잘린 발 2개가 세탁기 안에서 빠르게 돌며 탈수가 되고있더라..（진짜 똑똑히 기억한다 아직도 선명함）
진짜 등에 털이 삐쭉 선다는게 어떤기분인지 알겠더라
말로 들으면 좀 웃길 지도 모르지만 난 그게 발이라고 인식하고 난 다음의 기억이 없는걸 보니 아마 기절한거같은데..（내인생 최초이자 마지막 기절）
여튼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난리가 났지 아주
내가 애들 다 깨워서 있었던 일 이야기 해주니까 아침부터 헛소리한다고 쌍욕부터 박더라고 하..
솔직히 내가 친구들 입장이라도 안믿긴 할텐데 너무 무서우니까 제발 믿어달라면서 애걸복걸하니
이놈들도 내가 장난 아닌거 알았는지 좀 듣더니 같이 고민은 해주더라
근데 애들하고 이야기 하던 중 검은양말과 관련있는거 아니냐해서 순간 양말 건조대에 널어놓은게 생각나 건조대 보니
다른건 다 잘 걸려있는데 그 검은양말 두개만 딱 떨어져서 ^^이렇게 웃는 모양으로 떨어져있더라고?
진짜 위치도 위 아래 아니라 양옆에 저렇게 딱 떨어져있는데 그거보고 친구들도 전부 할 말을 잃어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더라
그길로 바로 양말들고 공터로 달려가서 지포라이터 기름 들으붓고 불태우면서 수능때도 안해본 기도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다행인건 그 뒤로는 별 탈 없이 무사히 지냈는데 아직도 친구들 만나면 간혹 이 이야기 나올때마다 대체 그 양말은 뭐였을까 이야기하곤 한다
초자연적인거나 귀신 이런건 아직도 잘 믿지 않지만 내가 겪은 저 일은 아마 과학적으로 해결하기에 쉬워보이진 않는거 같더라..
지금은 장난식으로 애들 집에 놀러가면 세탁기에 검은 양말 하나씩 넣어놓고 오는 그런 장난도 칠 만큼 좋아졌지만
저 일 겪고나선 진짜 몇달은 검은양말 쳐다도 안봤었지
혹시 본인 것이 아닌 검은 양말 나오면 가급적 밤에 세탁기는 쳐다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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