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전 얘기인데도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 납니다.
반팔 교복입고 다니는 8월 초? 밤에도 아직 더운 그런 밤이었쒀요.
고등학교 2학년 야자 일찍 마치고 10시에 자전거로 30분? 정도 걸리는 옆동네에 여자친구 만나서 같이 아이스크림 먹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였어요.
그때 한창 동네가 재개발중이라 오는 길이 어두컴컴하기도 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은 물론 차도 잘 안다녔을 때였는데
그래도 집에 빨리 들어가서 자야되니까 빨리 가려고 페달을 밟으니까 뭘 밟았는지 타이어가 푸쉭 터지더라구요.
집까지 자전거로 30분 걸리는데 걸어서 가려면 2시간 걸리거든요. 그래도 뭐 자전거를 버리고 버스를 탈수도 없으니까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죠
막 이제 동네끼리 이어지는 도로로 사람도 안다니니까 자전거 끌고 가고 있는데 핸드폰 배터리도 없더라구요.
한적하니까 이어폰끼고 음악 들으면서 오고 있었는데 이제 음악도 못 트니 이제 스산하면서 가라앉은 풍경이 딱 느껴지더라구요.
한창 개발 중이여서 오른쪽은 야산이고 왼쪽은 저수지인 길을 걸어오는데 가로등도 거의 50M 마다 하나씩 있어서 어두 컴컴하고
1시간 가까이 걸어오면서 마주친 사람도 없고 차도 안 다니니까 적막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가로등이 제일 가까운
인도 바로 옆 도로로 걷고 있었어요.
집까지 한 30분 남았나? 갑자기 뒤에서 조그맣게 드르륵.. 드르륵.. 녹슨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거에요.
엥? 내 자전거에서 나는 소리인가 해서 자전거를 앞 뒤로 세게 끌어봤는데도 자전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거에요.
뭐지? 하고 잘못 들었나 해서 갈길 가야지 하는데 뒤에서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르드드득득득 하면서 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귀가 터질 정도로 크게 들리면서 누가 머리를 뻑!! 쳐가지고 핸들을 손으로 잡고 있는데도 기우뚱 하면서 넘어질뻔했어요.
그래서 내가 아 인적없는 곳에서 아리랑 치기를 당했구나 아니면 차가 나를 쳤구나 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밤이라고 해도 한 여름인데 고요한 호수에 물 한방울 톡 떨어지면 점차 넓게 퍼지는 진동처럼
머리카락 끝부터 발끝까지 기분나쁜 한기가 싸악 돋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아서 그렇게 한 3분 가만히 있었나 ?
무슨 상황인지 분간이 안가는데도 도저히 뒤를 돌아볼 용기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아래를 딱 봤어요.
내려다 보니까 사고 나면 어떻게 사고가 있었는지 칠하는 하얀 페인트로 그려논 마킹이랑
아직 덜 마른 피가 희미한 가로등 빛에 반사 되어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걸 내가 밟고 있더라구요.
아.. 내가 이거 밟고 있어서 한대 때린건가 그대로 옆으로 싸악 지나가서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갔네요.
집에 가서 아무말도 못하고 눈뜬채로 밤을 지샜던 기억이 납니다.
아.. 그땐 여자친구 있었는데..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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