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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 운영했던 댓글 소설 자판기에서 공포 테마의 글들만 가지고 와봤습니다. 혹시 다른 테마의 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나 소설 자판기를 이용하시고 싶은 분들은 링크 타고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1. 하늘, 빙하, 시작
하늘이 빙하로 덮여갔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졌고, 우리는 시작한 멸망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세계 정부는 지구 채로 얼려 이 모든 재앙을 유예시키기로 했다.
"엄마... 졸려...."
얼어가는 아들을 애써 안심시키기 위해 흐려져가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을 뜨면, 즐거운 나날이 시작될거야."
2. 아 섹스젤첨으로 생각했는데 근데 주제 엄청 빡빡하네요
"아 섹스젤첨으로 생각했는데 근데 주제 엄청 빡빡하네요."
가려진 눈 너머의 남자들이 낄낄댄다.
"아, 그것부터 하면 재미 없잖아요."
전기톱 소리가 들려온다. 무서워, 무서워. 몇 시간 전만 해도 분명 평범하게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 이번 건 몇 일이나 버티려나!"
희열이 가득찬 목소리가 전기톱 소리 사이로 들려온다. 돌려보내줘. 엄마. 무서워. 엄마.
3.시간 공간 차원
멸망의 방주를 만드는 대신에, 과학자들은 시간과 공간과 차원을 연구했다.
그리고 완벽한 곳을 발견했다.
헬멧을 쓰고 갈 수 있는 그곳. 질병도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 신의 세계.
오늘 나는 세계의 진실을 깨달았고, 제거 당한다.
[로그아웃 할 수 없습니다.]
신의 세계의 크기는 30*30*30. 단위는 cm, 그리고 ZB（제타바이트）. 과학자들은 모든 자원을 소모하여 시간 공간 차원을 연구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4. 페르소나와 섀도우
도플갱어를 만났다. 처음엔 나쁘지 않았다. 그야 뭐, 내가 두 명이 있다면 교대해서 일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놈은 너무 말이 많았다.
항상 주변으로부터 싹싹하다는 평을 듣는 나에 비해 반사회적이고, 음침한 그놈은, 죽을 때까지도 자신이 나라고 우겨대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 놈이 죽고 나서부턴, 나는 불평을 말할 수 없었다.
가식적이고, 껍데기만 남아, 나는 웃기만 하는 멍청이가 되어버렸다.
놈은 나였다.
나는 그런 놈을 죽였다. 앞으로도 평생, 이렇게 껍데기만 남아 살아갈테지.
5. 가죽벨트, 겨울, 총
따뜻한 겨울을 맞는데 필요한 것은 벽난로도 순종하는 애새끼도 술도 아니다.
총 한 자루와, 총알 하나면 충분하다.
"당신도 가죽벨트로 나를 후드려팰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피웅덩이에 코를 묻고 있는 아버지한테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6. 돌멩이
사촌이 소원을 마음으로 빌면 이뤄진다며 돌멩이를 주었다.
밥사먹게 누가 5천원이라도 줬으면.
당연하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아, 금수저들은 이런 걱정 안할텐데. 돌멩이 들고 소원비는 멍청한 짓도 안할텐데.
오늘 밤에 세상이 멸망해버렸으면.
대충 돌멩이를 던져버리고 길을 걷는데 누가 날 붙잡았다. 엄마 친구분이었다.
"아, 승진아. 오랜만이다, 야. 마이 컸네. 하, 근디 만원짜리가 읍네. 이걸로 맛난 거라도 사무."
그리고 내밀어지는 5천원. 아, 씨발. 아까 돌멩이를 어디다가 던졌더라?
7. 빛, 빚, 비
"생쥐굴에서 나온 미친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고작 빛을 보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나오다니. 그래, 당신은 얼마의 빚을 졌습니까?"
"내 몸뚱이 하나에서 피부만 남긴만큼."
하늘과 태양이 전설이 되어 잊혀져 버린 세계. 생쥐굴에서 태어난 자들은 평생 지하에서 나고자라 하늘을 모른다. 하늘을 볼 수 있는 권리는 가진 자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독점되었다.
눈 앞의 남자는 맑고 푸르다는 하늘과 태양의 이야기만을 듣고서 장기의 소유권을 팔아가며 마천루까지 왔다. 짧은 관람이 끝나면 그의 몸은 해체되어 판매될 것이었다.
하지만.....
".....저게 태양이야?"
공교롭게도 그 날은 비가 왔다. 태양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필 오늘 비가 와서." 나는 고개를 숙이며 유감을 표현했다.
"생각보다 추하네."
목숨과 바꾼 하늘의 정경은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는 회색으로 번져가는 하늘을 한참동안 무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아름다워."
"어차피 당신은 심장의 권리를 넘겼으니 적출 후 살지 못합니다. 남은 피부를 지불하시면 추가로 해가 뜬 날에 예약을 잡아드리지요."
사실 재예약은 피부보다 살짝 더 비쌌지만, 괜히 안타까워 제안했다.
차액은 내가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태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 눈에 맺힌 희미한 미소가, 눈가에 맺힌 눈물이, 내 말문을 막히게 만들었다.
"태양이 떴다면 더 아름다웠겠지?"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슬픈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그대로 마천루의 끝으로 달려가 몸을 던졌다.
8. 게브랄티, 비배, 철퇴
아니 시방 농부니까 작물을 애껴주는건디 되게 뭐라 그랬쌌네. 좋은 작물이 나오려면 토양 비배관리도 해주고 해야하는 거라니까?
그래서 내가 게브랄티도 뿌려주고 그랬당께.
"그래서 사람들의 머리를 철퇴로 찍었습니까?"
아니 그 시벌롬이 머리에서 자라는 버섯을 떼려고 지랄발광을 하며 도망가려고 하잖여. 동충하초라고, 그게 제일 비싼건데. 잡아야지. 어쩌갔어.
9. 가슴, A컵, 희망
누군가가 그러더라고. 가슴이 A컵인 사람은 모두에게 희망을 나누어줘서 작은거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가슴이 작은건 그냥 작은거야. 희망은 스스로 만들어가는거고.
그래서 너희를 이렇게 부른거야.
가슴 큰 너희들을 전부 죽여버리면 내가 제일 커지는 날이 언젠가 올테니까 말야.
아, 거기 지민 언니. 언니는 의젖이니까 봐드리죠. 나가.
10. 사탕, 비료, 망치
"피냐타를 알아? 모른다고?
그럴리가 없을텐데.
종이인형에 사탕을 가득 담아서, 눈을 가리고 몽둥이로 두들겨서 터트리면, 사탕이 터져나오는 그거 말이야.
그걸 내 동생 생일 때 했었잖아. 기억 나니?
사탕 대신 비료를 채워서, 비료가 쏟아져서 울고 있는 내 동생의 동영상을 반 애들끼리 돌려보면서 비웃었잖아.
뭐, 우리는 겉으로는 사이좋은 이웃이었으니까 난 그래서 왜 걔가 자살했는지 전혀 상상도 못했지.
씨발년아, 그만 날뛰어. 나도 네 엄마 생일 챙겨드리는 것 뿐이야. 우리는 사이좋은 이웃이잖아.
달라진게 있다면, 이번엔 네가 피냐타 인형이라는거지."
옆집 찐따년의 언니년은 웃으면서 눈을 가린 엄마에게 망치를 쥐어주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지져진 성대에서는 바람새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엄마가 망치를 들어올렸다.
11. 인내, 희망, 파국
56번째 구덩이에, 누군가 거미줄을 내려주었다. 지옥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느 새 거미줄은 끊어지고 말았다.
다음 날, 다시 거미줄이 내려왔다. 사람들은 싸우다가, 다시 거미줄을 끊어먹고 말았다.
다음 날, 다시 거미줄이 내려왔다. 모두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한 사람씩 올라가는 건 어때.
누가 먼저 올라갈건데?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이니만큼 당연히 서로에게 신뢰는 없었다. 뼈가 부서지고 내장이 날아다녔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누구도 거미줄에 손을 대지 못한 상태로 날이 지났다.
"어?"
거미줄이 두 개로 늘어있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늘어지는 거미줄이 하나씩 늘어갔다.
모두는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거, 아예 땋아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거미줄이 늘어갈 때마다 사람들은 거미줄을 꼬아가기 시작했다.
그건 꽤나 힘든 일이었다. 사람들은 돌아가며 일하면서, 때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1000일이 되자, 거미줄은 제법 두꺼워졌다. 안도와 함께 사람들은 미소지었다.
"그런데, 누가 먼저 올라가지?"
함께 일해오던 사람들은 주먹으로 싸우는 대신에 토론하기 시작했다.
일을 가장 많이 한 나죠.
아뇨, 임산부인 저에요.
그런데 토론이 끝날 때쯤, 거미밧줄이 올라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언쟁만 아니었으면 이미 올라갔을텐데!"
사람들은 다시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다시 뼈가 부서지고 내장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거미줄을 하나씩 내려주었던 악마는 낄낄거리며 그들을 구경하며 후배 악마에게 조언했다.
"진짜 지옥은 인내와 희망 끝에 오는 파국이라니깐. 튼튼한 밧줄은 덤으로 생기고 말이야."
12. 영웅, 결과, 아우성
첫사랑이 병신이 되어돌아온 상황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참담할 수 밖에 없다.
"술 좀 그만 마셔." "싫어." 술냄새를 풍겨대며 여기저기 진상을 부린다면 더욱.
술집 주인은 눈을 부라리며 술에 취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그는 푸흐흐, 웃으면서 쫓겨나왔다.
"간지러워."
그는 술을 들이키며 있지도 않은 팔을 긁었다.
"간지러움이 멈추질 않아."
전쟁을 멈춘 것은 그였지만 그는 계속 무언가와 싸우고 있었다. 밤 중에 일어나면 그는 소리죽여 홀로 울었다.
"멈추질 않아. 아우성들이.... 시체들에 기어다니던 벌레들이 계속 내 몸을 기어다녀.... 멈추질 않아...."
그는 세상을 구했지만 그의 고통은 그가 죽어서야 끝났다.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한 결과는 외로운 자살이었다. 나는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어두운 숲 속으로 홀로 들어가서 영원히 나오지 않았다.
13. 업, 카르마, 환생
자취방의 불을 켜자 파스스한 소리와 함께 검은색의 무언가가 흩어져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름이 돋았다. 바선생이 더듬이를 까딱이며 침대 아래에서 비스킷 부스러기를 먹으며 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씨1발."
에프킬라를 들고 다가가자 바선생이 입-이라고 표현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을 열었다.
"야. 너 나 죽이면 후회할 걸."
"왜."
"말해봤자 안 들을거잖아."
사실 그의 말이 맞았다. 나는 내 방에 들어온 불쾌한 이방충을 살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게 말하든, 그렇지 않든.
"그럼 죽어주라."
나는 바선생을 향해 에프킬라를 분사했다. 축축하게 젖어서 표면이 번들번들해진채로 바선생이 얼굴에 날아들었다.
"악, 씨1발!" 반사적으로 휘저은 손바닥에 바선생이 쥐어졌고, 반사적으로 터트렸다. "하하하하!"
바선생은 노란색 체액을 내뿜으며 바둥대면서 더럽게 죽었다. 바선생의 기분나쁜 음침한 웃음소리만큼이나 손이 질척하고 더러워졌다.
손을 씻으려는데 물이 나오질 않는다. 생각해보니 단수가 되었던 기억이 났다. 할 수 없이 생수를 사와 씻으려는데, 급하게 달려서 그런가 다른 사람에게 부딪혀버렸다.
그의 검은 옷에 바선생의 노란색 체액이 살짝 묻었다.
"아, 죄송합니다."
대충 사과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하지만 누가 길을 달리다가 부딪힌 사람이 결벽증 살인마라고 예상했을까?
나는 죽었다.
그놈은 사람을 벌레처럼 다룰 수 있는 놈이었다.
멀쩡한 잠자리의 다리나 날개를 뜯는 어린 아이같은 짓을, 그놈은 태연하게 사람에게 저지를 수 있었다. 하지만 누가 또 알았을까.
내 다음생이 바퀴벌레였을 줄은.
알에서 태어나 음식물을 주워먹는 삶을 가지게 될 줄은.
나름 나쁘지는 않다. 알바나 취업 걱정 안해도 되고 인간의 눈에만 안 띄면 되니까.
유독 빨리 자리를 뜨지 못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푸짐한 식사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에게 발견되고 만 것이다. "아, 씨1발." 익숙한 얼굴이 나를 향해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나'였다. 그렇다면 이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 나는 입을 열었다.
"야, 너 나 죽이면 후회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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