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곤지암 정신병원이 아직 남아있을 때 일이네요.
한창 폐가체험에 푹 빠져있던 시기라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닐 때였죠.

대한민국 5대 흉가라고 곤지암 정신병원, 늘봄가든, 영덕 흉가 등 지금은 없어진 곳이 많지만 당시 유명한 곳을 전부 돌아보려는 기획을 세우고 첫번째로 곤지암 정신병원을 갔었죠. 평소 함께 폐가체험을 하던 친구 1명과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친구 2명과 함께요.

인터넷에서 찾은 주소를 네비찍고 도착했더니 무슨 산이 나왔습니다. 바로 근처 식당 주차장에 차 대놓고 주변 둘러보니 산입구 펜스에서 마을주민으로 보이는분이 감시하고 계시더라구요.
식당에서 밥먹고 올라가보니 병원으로 향하는 정문? 대문 같은곳은 넘어올라가기엔 너무 높고 넘다가 걸릴거 같아서 근처 쪽길로 올라갔었죠.

시간은 6시정도였던거 같아요. 아직 조금 밝은 시간이었던거 같은데, 대충 30분정도 올라가는 도중에 주변도 어두워지고 가는 길에 자꾸 산소가 나와서 분위기도 점점 음험해지고요.
그렇게 헤매다가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산속에 병원만 딱 있는게 아니고 그 주변이 공터처럼 되어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그리고 병원에 가까이 가기 전에 전체가 한컷에 들어올만한 장소에서 사진을 먼저 찍고 들어갔는데요.

당시 폐가체험을 즐겨하면서 네이버 카페에도 가입했었는데, 그곳에서 말하는 폐가체험할 때 지켜야하는 10가지 규칙이라던지 그런것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시끄럽게 하지 말라거나 각진 곳을 만지지 말라거나 오래된 물건을 만지지 말라거나 플래시를 터치지 말라거나 어깨가 무겁고 어지러우면 즉시 중단하고 밖으로 나가라 등등..

아무튼 사진을 찍고 있는데 손전등만으로는 커버가 안될 정도로 너무 어둡다보니 핸드폰으로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고 있었거든요. 그때 쓰던 폰은 아마 갤2였을거에요.
그런데 찍는 와중에 누군가가 "플래시는 터치지마" 라고 하더라구요. 속으로 '엇... 너도 하지말라는 그거 봤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1분도 지나기 전에 누군가 다시 플래시를 터뜨리더라구요.

제가 말했죠. "야 플래시는 터치지 말랬잖아" 그러자 그 친구가 되물었습니다. "어? 누가?" ... "방금전에 누가 플래시 터치지말라고 하지 않았어?" ... "아니 난 못들었는데?"
확인해보니 평소 자주 폐가에 다니던 저랑 제 친구만 그 소리를 들었고, 폐가에 처음 와본 다른 두명은 못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친구들은 폐가 처음 왔다고 괜히 겁주려고 지어낸 얘기 아니냐고 그랬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똑똑히 들었기에 무슨 소리냐고 아무리 겁이 나도 왜 못들은척 하냐고 실랑이를 했죠. 그러는 와중에 그 친구들이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우리도 점점 무서워져서, 맞다고 사실 장난친거라고 하고 안심시키고 넘어갔습니다. 물론 더 이상 플래시는 터뜨리지 않았구요.

결국 돌아올 때까지 별다른 일 없이 무사히 돌아왔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조금 오싹한 경험이었어요. 과연 우리가 잘못 들은건지 그 둘이 못들은건지.. 그리고 만약 플래시를 더 터뜨리고 다녔으면 어떻게 됐을지...
10년이 지났는데 아직 그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사진은 당시 그 위치에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 폐가에 들어가는 건 불법침입입니다. 범죄행위임과 동시에 장소 자체의 위험성（통로 붕괴）도 있으니 삼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