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해드릴 얘기는 진짜 제가 겪었던 경험중 가장 스케일이 컸다고 느껴졌던 일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묵혀뒀다가 나중에 글을 적고 싶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예전 기억이 잘 나지가 않네요...

주말에도 하루는 출근을 해야하는 직업이다보니 이번에 좀 묵혀두려했던 얘길 쓰고자 합니다.
글을 쓰면 재밌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보니 추억을 꺼내는 맛이 있네요.


노래타운에서 일을 한지 1년이 조금 넘었을때였나 ?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장소는 노래타운이 진짜 엄청 많습니다.
제가 일하던 노래타운 주변에도 거의 한블록 간격으로 노래타운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다만 노래타운 업종에서도 역사가 길고 자금이 얼마정도 되냐에 따라 생존 유무가 갈렸기에
（ 제가 근무를 하던 곳은 거의 노래타운 최초라고 보시면 됩니다. ）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반면에 제가 근무하던곳은 장사가 잘되어 가게 확장까지 진행 하게 됩니다.
물론 증축을 하는건 아닌데 다른 노래타운을 인수하여 그곳에서도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평일 한가할때는 인수하여 매장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신규 매장에가서 식기나 기타 비품을 갖다두거나
청소를 하는등의 오픈 준비를 했었습니다.

새로 오픈하는 곳도 거의 20개? 정도의 방이 존재해서 규모가 꽤 큰 편이었죠.
다만 평일에는 본진도 한가로운데 새로 오픈한 이곳은 얼마나 더 한가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주방이모도 구하지 않았고 평일에는 오후 5시에 오픈해서 새벽 2시나 3시에 손님이 없으면 마감하고
본진으로 넘어오는 식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술집 안주야 대부분이 튀기거나 물만넣고 끓이면 되는 간단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기에
（ 과일안주나 볶는 안주는 난이도가 약간 있기는 한데 그것도 배우고 몇번 하다보면 익숙해집니다. ）
직원들이 하루하루 돌아가며 신규오픈 매장을 지키다가 본진으로 왔었습니다.

1,2,3 편에서는 저를 신입으로 기재하지만 지금 쓰는 이야기 당시에는
준 관리자 직책을 맡아 근무를 했었습니다.

하루는 출근 준비를 하고 약간 늦은감에 택시를 잡아서 출근 하고 있던 중에
신규매장에서 근무할 차례인 직원이 저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 오빠 혹시 지금 어디쯤이야 ? '
' 왜 ? 나 늦어서 택시타고 가고있는데 '
' 아니.. 여기 지금 좀 이상해서.. 출근하고 와주면 안돼 ? '
' 이상하다니 뭐가 ? '
' 이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좀 와서 얘기해야 할거 같아서 '

일단 알겠다고 답한뒤 본진으로 먼저 출근하여
근무 복으로 갈아입고서 그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열리자 그 친구가
저한테 달려오더니 너무 무서워서 못 있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왜인고 말을 들어보니
오후 5시에 출근해서 불을 켜고 대충 주방에 안주만들 준비를 해두고
룸 마다 불을 켜고 , 바닥 청소도 대충 하고 카운터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냥 핸드폰을 쭉 보면서 지루해하던 차에
카운터 뒷쪽 룸에서 노래가 들리더랍니다.

이상하게 생각을 했대요. 왜냐면 이 친구가 매장 오픈한뒤로 손님은 한팀도 오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남자도 아닌 여자다보니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노래가 들렸다가.. 말았다가.. 다시 들렸다가 말았다는 겁니다.
무서워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는 아예 가지도 못하고 있고 카운터에도 못 앉겠어서
제가 오기전까지 주방에 모든 불을 다 켜둔채 긴장하고 있었대요.

제가 일단 그 매장에 들어온 이후로 노래소리는 듣지 못해서 사실 의아하긴했어요.
얘가 여기 있기싫어서 나한테 지금 거짓말을 하는건가 ? 싶기도 했구요.
근데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보니까 애 얼굴이 거짓말을 하는 얼굴은 아니더라구요.

그래 알았다 내가 과장님한테 얘기해준다하고
과장님한테 전화를 걸어서 이 친구가 저에게 해줬던 얘기를 쭉 해줬고 여기 있기 무서워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 그럼 니가 거있고 아 보내래이 그럼 되지 ? ' 라고 했습니다.

너 넘어오고 나보고 있으란다. 너 물건이랑 옷 챙겨서 넘어가 라고 얘기하고 그 친구는 미안하다고 얘기한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사실.. 저는 그 매장에 있는게 좋았어요. 손님도 오지않아 정말 한가 했거든요.
이게 왠 봉이냐 싶어 카운터에 앉아서 핸드폰을 쭉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담배한대 피러 계단문을 열고 나가 담배를 한대 피고 들어오는 찰나에
제 귀에 노래 반주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살짝 소름이 돋았습니다. 뭐지? 왜 반주소리가 나지?
오늘 휴무인 애들이 나 담배필동안 들어와서 노래부르나 ?
싶어서 카운터 안에 있는 노래방 관리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코인이나 시간을 넣지않으면 기계는 작동하지않거든요.
프로그램 화면 모든 방에는 코인이나 시간이 입력되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노래소리..

저도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이해가 안되는데
당시 저는 소리가 나는 방을 찾으러 천천히 매장을 돌아다녔어요. 왜그랬을까요 ?
카운터 우측에 있는 1번방부터 천천히 순서대로 방을 돌았습니다.
정확히 카운터 바로 뒤에있는 12번 방에서 노래소리가 들렸습니다.

일단 살짝 방안을 봤는데 마이크 2개 모두 충전기에 꽂혀있었고 코인이나 시간도 없었어요.
근데 노래 반주는 계속 나오고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것 마냥 소리가 들렸습니다.

발라드 노래였던거 같구요. 목소리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중간이라고 해야할까요 ?
중성적인 목소리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너무나도 또렷히 들렸습니다.
（ 지금 소름이 너무 돋아요... ）

노래가 시작되면 천장에 달린 미러볼이 돌며 조명이 어둡게 조절되는게 정상인데
제가 지금 두 눈으로 보고있는 방은 미러볼이 돌지도 조명이 어둡지도 않은 그냥 빈방입니다.

모든게 그냥 빈방인데! 스피커에서는 반주가 나오고! 누군가가 노래를 불러요...
소름이 너무 돋았습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사실.

노래타운들이 너무 가까운 거리에 밀집되 있다보니
무선마이크의 경우 채널이 겹쳐서 다른 노래타운의 손님이 노래부르는게 가끔씩 들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근데 이런 경우는 반주없이 단순히 사람 목소리만 납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는 반주까지 들리잖아요.. ?

무슨 용기였는지 저는 방안으로 들어가서 마이크 전원을 모두 끄고
혹시 몰라 기계의 전원까지 내려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노래를 부르는 그 소리는 사라졌습니다.

뭐지 단순히 그냥 환청인가? 생각이 들어 다시 전원을 모두 켰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노래소리는 들리지 않길래 역시 그럼 그렇지 잘못 들은거구나 싶어서 피식 웃으며
카운터로 걸어오는데 3번방에서 노래반주와 노래소리가 들렸습니다.

멍하니 3번방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때 손님 한팀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일단 손님들을 맞으러 갔습니다.

룸비를 결제받고 메뉴판 하나를 챙겨 방안내를 하려는 찰나 3번방으로 갈까란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3번방으로 안내를 하기위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노래소리는 계속해서 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후 주문을 받고 안주를 준비해 갖다주고나니 뭔가 나 말고 다른 사람도 같은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니
두렵거나 소름돋는 기분이 사그라 들었습니다.

손님이 놀거 놀고 술값 계산하면서도 방에 대한 그 어떤 얘기도 없이 그렇게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한 생각을 했구나 싶었어요. 피곤해서 환청이 들린거겠지 싶었고
저에게 연락했던 그 친구도 뭔가 잘못 들은거겠거니 싶었습니다.

대충 방치우고 설거지 해버리고 있는데 본진에 손님이 많아져서
신규매장은 그냥 마감하고 넘어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손님이 나간 이후로 노래소리는 들리지않았고 제가 모든 방을 돌아다니며 노래방 기계의 전원을 끄고
방 조명을 끄는 와중에도 아무런 소리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 일을 잊어 가는듯 했습니다.

그 이후 한 한달정도? 지났나 ?
신규 매장에서 주말 근무를 하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대충 새벽 5시 정도까지 녹초가 되도록 일하다보니 밥도 못 먹고 있는 상태였고
새벽 5시가 넘으면 손님들도 잘 안오거든요.
마감하기전에 배가 너무 고파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본진에서 일하는 주방이모가 찾아왔습니다.

이모가 왜 퇴근시간 지나 여기 오셨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너 밥도 못먹고 일한다고 해서 밥해주러 왔다며 주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먹고싶은게 있냐는 물음에 저는 그 이모가 해주는 매삼찌개를 진짜 좋아했거든요.

안주중에 매콤 삼겹 볶음 이라는 안주가 있는데 거기에 김치넣고 김치찌개 끓이듯이 이모가 끓여주던건데
진짜 너무 맛있어요. 그래서 저 매삼찌개요 라고 했더니 이모가 웃으면서 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먹고살자고 하는건데 밥먹고 하자라는 생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데
주방이모가 가게를 스윽 보더니
가게가 너무 음침해 그리고 분위기도 별로고 라고 말했습니다.
아사 직전이었던 저는 사실 듣는둥 마는둥 밥먹기 바빴구요.

대충 아 그래요 ? 왜요 ? 라고 답변했는데
이모가 잠깐동안 뭔갈 생각하더니 저에게 얘기를 하나 해줬습니다.

사실 저번에 이모 친구가 가게 확장한다는 얘기를 듣고서 한번 방문을 했다합니다.
얘기하기전에 잠깐 생각했던게 친구분이 무당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얘기하길 망설였는데
신 내림받아서 무당일을 하는 분인데 주방이모랑 진짜 너무 친한 친구다보니
축하차 방문을 했대요.
어차피 평일이었고 별로 바쁘지않으니 주방이모는 연락받고
친구분이 방문한 신규 매장으로 넘어오셔서 직접 메뉴판들고
마음에 드는 방골라서 들어가라며 안내까지 하셨는데

둘이 같이 걸어가는데 빈방에서 잠깐 멈칫 하더니
고개를 갸우뚱하고 바로 옆방에 손님들이 노래부르며 노는 방을 골똘히 바라보더랍니다.
그래서 주방이모가 왜? 왜그러는데? 문제있어? 라고 물으셨대요.

그러자




' 아니 가게에 왜 저런게 있어? 빈방에서 가만히 노래부르다가 옆방에 노래시작하고 신나게 노는 소리가 나니까
얘가 표정이 싹 바뀌더니 옆방으로 스윽 넘어가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춤추고 난리를 치는데 ? ' 라고 얘길 하더래요.

그러다가 노래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가만히 서있더랍니다.
다시 노래가 나오면 또 미친듯이 춤추고 난리를 치는 행동을 반복하더랍니다.
30대정도로 되보였다고 하는데 남잔지 여잔지는 확실치 않았다고 합니다.

' 그래도 사람들한테는 크게 영향끼치는 애는 아니니까 큰 문제는 없을거야 '






재밌으셨나요... 저 지금 소름이 너무 많이 돋아요
사실 주방이모한테 저 말을 들으면서 진짜 까무라칠뻔했어요..

오늘 곱게 자긴 글렀네요 ㅎㅎ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잘 나지않다가
불현듯 이 얘기가 떠올라 쓰게 되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저는 다른 이야기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