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도 야근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그래왔듯이 밀린 업무에 쫓겨 쉴세없이 일할뿐이다.
이럴꺼면 소로 태어나서 일만하다 도축되어 사람들에게 먹히는 삶과 무엇이 다른것인가
먹히지 않기위해 발악하며 살아가는 것만이 소와 내가 다른 이유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감싼다 아직도 할 일이 태산인데 집중도 되지않으며
딴 생각들때문에 하염없이 아까운 시간들만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멈출 수 없는건 포기하고 싶을때마다 떠오르는 사랑하는 내딸 유정이와 내 아내의
얼굴이 내 감정을 다스린다.
그때였다
익숙한 벨소리와 함께 문자 한통이 날아왔다.
"실장님 누가 저희 회사앞에 큰 쓰레기봉투를 두고 갔지 뭐에요.
.
회사 이미지도 있고 해서 일단 급하게 가지고 지금 사무실로 가지고 갈께요"
마땅히 둘곳이 없어 이곳에 맡겨두고 내일 버릴참인거 같은데 뭐 상관없다 집중도 안되는데 김비서와
담화나 나누며 잠깐 쉬는것도 나쁘지 않을것같다.
"띵동"
" 실장님 문자 보셨죠? 이것좀 맡겨주실수 있으세요? 내일 제가 갖다버릴께요 "
"덜컥"
문이열리고 김비서의 환한 웃음이 업무에 지쳐 초췌해진 나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웠다
" 그래 알았어 누가 이렇게 큰 쓰레기를 버리고 간거야..
하 진짜 요즘 사람들은 왜그러는지 몰라 다들 지들만 바쁘게 사는줄 아나?
시간없다고 아무대나 버리고 가고 말이야 게다가 이렇게 큰 쓰레기를 에휴 "
김비서가 웃으며 대꾸한다.
"실장님이 참으세요 요즘 다들 살기 힘든 세상인거 아시잖아요
그리고 이것좀 들어주실래요?"
크고 검은 쓰레기봉투를 두손으로 들어올려 실장실 안쪽으로 끌고갔다.
그런데 이거 이렇게 무거운데 김비서 혼자 들고온건가?
끌고 왔다고 하기에는 봉투 어느부분도 상한 부분이없다
경비아저씨가 도와주신건가? 뭐 지금은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지 이걸 어디에 둬야하지?
김비서가 돌아선다 " 실장님 이제 가볼께요"
"잠깐.. 잠깐만 김비서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는게 어때? 머리도 식힐겸 좋잖아?"
"에이 실장님 저도 바쁜사람이거든요 나중에 시간날때 한잔해요
그리고 빨리 업무 마무리 하시고 실장님이 그렇게 아끼시는 아내분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셔야죠"
"어..어 알았어 그래 가봐"
"덜컥"
문이 닫히고 난 쌓여있는 업무들과 큰 쓰레기봉투만이 적막한 실장실에 나와 함께 남아있다.
"일단은 이걸 어디에 두지? 무겁기는 또 왜이렇게 무거워"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왼쪽구석벽에 눕혀놓고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다시 밀린 업무를 시작하려는 찰나 너무 잘보이는곳에 쓰레기봉투를 둔건지
자꾸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 그나저나 오늘 혜영이 생일인데.. 야근이라 집에 일찍 들어가지도 못하겠네
전화라도좀 남기면 좋아하려나 에휴 마누라 생일한번 못챙기고 "
아내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웅장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다소 어두운 음악을 선호하는 아내였기에 벨소리도 항상 클래식 음악으로
해두곤 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내의 휴대폰 벨소리 클래식한 연주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 벨소리가 지금 내앞에 있는 저 커다란 쓰레기 봉투에서 난다는게
문제지만
당황하지도 이상하게 생각되지도 않았다
단지 왜 이 벨소리가 저런 쓰레기봉투 안에서 난다는것이 궁금할 뿐이였다
천천히 쓰레기봉투 안으로 걸어간다 가까워질수록 처음과는 다르게 불길할 예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잠깐만 열어보고 다시 묶어놓으면 되겠다는 판단이 서자 몸은 더욱 빨리 반응한다
그리고 느슨해진 매듭을 풀자 쓰레기봉투안에서 너무나 익숙한 것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혜영이다 내 아내 혜영이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내 아내의 팔과 다리 그리고 얼굴이 사무실 바닥을 피로 젹시며
굴러다닌다
상황파악이 안됐다 뭐가 뭔지 이게 어떻게 된건지 뭐가 잘못된것인지
그 어떠한 생각도 나지않은채 머리속은 하얗게 더욱 하얗게만
변해갈 뿐이였다.
#2
"얼마나 기다리신 거에요?"
"한 10분? 오래 안기다렸으니까 용건만 이야기하세요 저도 바쁜사람 이거든요"
"에휴 참 뭐가 이리도 바쁜지 이해할 수가 없네"
"딴소리는 그만하시구요 용건만 말씀하시라구요"
"아휴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사람하나 죽여줘요"
"비용은 알고계시죠? 입금확인되면 바로 준비되니까 입금부터 하세요"
"네 네 알겠어요 아 그리구요 한가지만더 부탁할께 있는데요"
"뭐죠?"
"그.. 시체말이에요 그거 그쪽에서 처리하지마시구요 저한테 주시면 안될까요?"
"저희는 상관없다만 그쪽이 곤란해질수 있을텐데요?"
"아아 괜찮아요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그럼 뭐 그러시든지 시체처리 비용은 따로 안받겠습니다 그럼 입금 부탁드릴계요 바빠서 이만"
"네 그러세요"
카페를 나와 근처 ATM기로 곧장 걸어간다
그리고 그의 계좌번호로 돈을 송금하고 근처 음식점에서 저녁을 해결한뒤 집으로 돌아간다
걸어가는 발걸음은 가벼우며 눈앞에 보이는 세상은 아름답다
살맛이 난다는게 이런 기분인가 일에 지친 나와는 다른 심장이 뛰는 나를 발견한다
이게 진짜 나라는 사람인지 이 흥분감을 위해 내가 살아온것인지
마음을 진정시키며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해볼 뿐이다.
#3
" 여보세요?"
" 야 동식아 돈 들어왔냐?"
" 예 형님 입금도 확인됐구요 지금바로 애들 불러서 출발하겠습니다."
" 그래 그리고 시체는 미리 준비해둔 업체 불러놨으니까 대충 토막내서 가지고와 "
" 아닙니다. 형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
" 왜 임마? 너또 시체가지고 장난치려고 그러냐? "
" 아니 형님 그게 아니라 의뢰인분이 시체는 자기한테 꼭 보내달라고 하셔가지구요 시체처리비용도 안받았습니다"
" 뭐 그런사람이 다있냐 뭐 알았다 "
의뢰인이 보내준 집주소로 도착하였다.
" 이름이 정혜영에 남편이 하나 있는 평범한 주부...
아주머니는 또 무슨 일을 하셨길래 누군가의 원망을 사신겁니까"
낡고 허름한 아파트에 들어선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몇층있지도 않는 층수중에 5층을 누르고 문이 닫힌다 얼마 있지도 않아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그때 문이 다시 열리고 왠 꼬마아이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말한다
"아저씨 감사해요"
뭐야 애는 뭐가 감사하다는 거야
그런데 이꼬마아이 엘리베이터에 타서는 자신의 집층수의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잠깐만 저아이가 설마
"띵동"
5층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꼬마아이는 걸어나와 정확히 502호의 집앞으로 걸어가 벨을누른다
" 하씨발 애새끼가 지금왜있어 학교 가있다면서 "
동식이는 저 어린아이가 저지르게될 비명이 미칠 영향과 근처 이웃주민들을 생각하면
분명히 일에 차질이 있을꺼같다는 판단이 서기시작한다
" 그냥.. 둘다 죽여? "
동식이는 심호흡을 한뒤 칼을 꺼내들고는 등뒤에 숨긴채 502호로 걸어간다
어차피 문을 안열어줘도 상관없고 문을 열어줘도 상관없다 틀림없이 내 판단이 맞다
두명다 죽이는게 맞는거다 지금까지의 내판단은 틀린적이없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 아주머니 안에 계세요? 저는 남편분 직장동료 인데요
사모님 남편분이 비자금서류를 가져다 달라고 하셔서 제가 급하게 왔습니다 "
반응이없다 조용하다못해 적막하다
방금 꼬마아이가 들어가는걸 내 두눈으로 본지라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건 말이안된다
그런데 지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것은
지금 내가 죽여야할 대상이 뜻하지않게 죽어야할 대상의 입을 막은채 살기위해
발악하는것이라고 밖에 생각될수 없지 않은가?
현관문 옆에있는 창문의 쇠기둥을 익숙하게 떼어낸다
잠겨있는 유리창은 그대로 떼어낸 쇠기둥을 내려쳐 깨트린뒤 뱀이 먹잇감을 노리는듯이 매끄럽고 빠르게
창문안으로 육중한 몸을 밀어넣는다
언제나 곧 내손에 누군가가 죽는다는 상상을 하게 되면 그 알수없는 감정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지금 이 뛰는 가슴과 아드레날린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얼마나
좋으려나
집안에 들어서자 모든 방중에 안방의 문만이 닫혀있는걸 확인하고
들고 있던 칼을 들고 문쪽으로 걸어가 귀를 대본다
역시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자니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와 고생이다
천천히 부드럽고 매끄럽게 문고리를 떼어내고 문을연다
항상 봐온 그 광경 내 먹잇감들이 서로를 부등켜안고 울고있다
뭐가 그리도 슬픈지 어찌나 저렇게 서럽게 우는것인가
" 제.. 딸은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드릴께요.."
딸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목숨을 갈구하는 엄마가 보였다. 그리고 그런 딸의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런 아이옆에는 곧 죽음을 기다리는 한 여자가 서있다
피가 솟구친다 온바닥이 피로젹셔 새하얀 벽지들이 모두 빨갛게 물들어간다
#4
바닥에 뒹굴고있는 아내의 팔과 다리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던 내모습이
창가에 비쳐 그대로 반사되어 내게 보인다.
침착하자 지금 내아내가 토막되어 쓰레기봉투에 담긴채 내 사무실안으로 들어와있고
이 봉투를 건네준건 김비서다.
김비서는 단지 쓰레기봉투가 회사앞에 버려져있어 환경관리회사 이미지를 생각하여
사무실안에 맡겨둔거 일까?
그런거라면
내일 자신이 버리로 오겠다고 한말과 앞뒤가 맞는건가?
자신이 죽였다면 굳이 이걸 나에게 건네줄 필요가 있을까?
이무거운걸 혼자 들고왔을까? 김비서가 이런짓을 저질렀다면
그렇게 환한 미소로 날 반길수 있었을까?
그동안 회사에서의 김비서는 다 거짓말이엿던가?
아니 내가 지금왜 김비서만 의심하는거지?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나?
나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에 해답을 찾지못하고 미쳐가던 나는 전화벨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익숙한 벨소리 익숙한 전화번호
" 여보세요..? "
익숙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온다
" 실장님 저 김비서인데요 업무는 다하셨는지요.. 아까 차한잔 하고 가라고 하셨잖아요
그거 지금 할 수 없을까요? 실장님 보고싶어요 "
" 김비서 지금 어디야? "
" 저.. 지금 집이죠 실장님 오늘 아내분 늦게들어온다면서요 왜 말씀안하셨어요~
오늘 속옷도 예쁜걸로 입었는데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어서 오세요~ "
나는 급하게 옷을챙겨입고 사무실밖을 나와
차를 타고는 김비서의 집으로 향했다
떨리는 손과 충혈된 내 눈과는 다르게 너무나 익숙한 김비서에게 가는 길이 밉게만 느껴졌다.
" 오셨어요? "
" 응 안으로 들어가도 되지? "
" 그럼요 잠시 앉아계세요 씻고 나올께요 "
" 어 그래 알았어 "
그는 코트를 벗어 항상 같은 자리에 있던 옷걸이가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김비서의 옷과 모자 각종 악세사리들이 모여있는 옷방에
자신의 코트를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그런데 그 옷방에서 자꾸만 익숙한 냄새가 나기시작했다.
출근하기 전 마지막으로 본 아내가 입고있던
카키색 코트가 왜 이방에 걸려있는가
책상위엔 아내가 자주 찼던 팔찌와 목걸이가 보였다.
그는 점점 확신하기 시작했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아내를 죽인 여자가 씻고있는 욕실앞에 의자를 두고 앉았다.
10분정도 흘렀을까
그녀가 새하얀 가운만을 걸친채 욕실 문을 열고 나온다.
" 실장님?? "
" 김비서.. 왜그런거야? 어떻게 그런짓까지 할 수 가있는거야?
" 네? 무슨 말씀이세요? "
" 김비서가 죽였잖아.. 혜영이.. 니가 죽인거잖아 "
" 예? 사모님이요? 사모님이 왜죽어요 무슨소릴 하시는 거에요? "
" CCTV도 다 확보해놨어.. 김비서가 혜영이 사채 봉투에담아 사무실에 가지고 오는것도
다 확보해놨어 그리고.. 김비서 옷방에 있는 혜영이 코트도 그건 뭔데? "
" 무슨 소릴 하시는거에요 전 그냥 쓰레기봉투만 잠깐 맡긴거고 사모님 코트는 실장님이
사모님보다 저에게 더 어울릴꺼같다고 주신거잖아요 "
" 변명해도 소용없어 다 끝났어.."
"쾅쾅쾅"
" 경찰입니다 "
문이열리고 형사로 보이는 두사내가 걸어나온다
" 김효진씨 당신을 감금및 살인죄로 체포하겠습니다 "
" 아니 이게 무슨소리에요? 실장님 아니잖아요 제가 그런거 아니잖아요 "
" 미안해 혜영아... "
#5
뉴스속보 입니다 최근 한림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던 30대 초반 정모씨가
근처 환경관리회사 비서직을 맡고 있던 김모씨에게 살해당해 경찰은 사건수사에
열을 가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정모씨의 남편의 내연녀 였던 김모씨가 질투심에 정모씨를 살해한것으로 밝혀져
근처주민들은 충격으로 휩싸인 소식입니다.
" 야 동식아 한림아파트면 니가 맡은일 아니냐? "
" 예 형님 맞는데요 "
" 하여간 바람나가지고 저게 뭐냐 저게 안그러냐 동식아 "
" 예? 형님 뭔가 이상한대요? "
" 왜 임마? 무슨일 있냐? "
" 아니 그게 아니라 의뢰인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어요 "
#6
" 야 같이좀 가자 "
" 빨리와 임마 느려터져 가지고 "
" 요즘 아르바이트 때문에 피곤해서 그래 그건 그렇고
너 뉴스 봤냐? "
" 아니 왜? "
" 아니 그게 아니라 예전에 한림아파트 살인사건 있잖아 용의자로 잡힌 여비서 였던 김모씨
감옥에서 자살했대 "
" 다 인과응보야 잘못햇으면 벌을 받는거지 "
" 그렇지..? 불륜 저지르다가 질투심에 살해했다는데 너는 한여자만 바라봐라 "
" 당연하지 임마 너나 조심해 "
" 나야 뭐 당연한거 아니겠냐 늑대와 같은 사랑 "
한동안 시끄러운 사건때문에 말이 많았던 한림아파트 주민들은
다시 평소와 같은 삶으로 돌아갔고 동네 사람들에게도
시끄러웠던 사건은 눈녹듯이 사라져 다시 바쁜생활에 허덕이며
자신의 가정과 자신의 꿈을 쫓는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 자 그럼 밀린 업무도 처리했으니 퇴근 해야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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