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것도 귀신이 존재함도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병실을 나간 것도 말이다.

왜 다들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넘어져서 다쳤지만 창피한 감정이 더욱 커서 아픔을 잊은 적 말이다.

나는 오늘 귀신을 마주한 그녀의 모습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 학생으로서의 소임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렇다 등교를 해야 하는 것이다.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이다.

나는 귀신보다 무서운 나의 담임선생님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최후의 순간이 될 오늘이지만 당당하게 교문을 넘을 것이다.

이것으로 나의 생에 마지막 말을 남긴다......




"억...ㅓㄱ"

죽일 생각이신듯 하다.

살인적인 앞차기를 몸을 뒤로 움직여 받았다.

분명 다른 사람이었으면 죽었을 살인기다.

"병원까지 3분이면 뛰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 정신이 해이한 것 아니냐? 어떻게 학교를 그것도 내 수업 시간에 늦을 수 있느냐 양이야?"

"그건 선생님 같은 고릴라만이 가능한 속도입니다. 저는 데려다주고 바로 왔습니다"

"변명일 뿐이다"

급속도로 거리를 좁히며 오른쪽으로 몸이 빠르게 돈다.

돌려차기다.

그것도 얼굴을 향한

"어ㅇㅜㄱ..ㅆ....씨 미쳤어요? 방금 그 발차기는 죽으라고 차신거예요?!!!!"

"ㅆ??씨이? 된 소리를 냈겠다? 다시 병원으로 돌려보내 주마! 타앗!"

"아니!!!! 데려다주고 바로왔는데 이시가ㄴ....억"

김대양 나이 51세 희게 난 새치가 머리에 반을 차지하였지만 미용에는 관심 없는 듯하며 나이와 맞지 않는 근육과 185cm의 피지컬로 나를 패고 계신 담임 선생님이다.

또한 전교생의 태권도 사범님이시고 발끝부터 머리끝 심지어 뇌까지 태권도로 절여진 체육인으로 체육 특성화 시범학교로 선정된 지 20년째 태권도로 제자를 길러내시는 교육자 시다.

한마디로 그냥 태권 고릴라다.

"죄송해요ㅇㅇㅇ오ㅇ!!!!!!"

체육시간이 끝날 때까지 발차기 연습을 하는 친구들의 기합소리와 그보다 큰 나의 절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후 극한에 상황에 피곤해진 몸은 수업을 감당하지 못했고 그대로 잠들었다.




배속에서 지진이 났다.

이 나이의 뱃속 시계는 정확하다.

누구보다 빠르게 급식을 받았고 식판 위에 수북이 쌓인 제육볶음이 삶의 행복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

"너도 고릴라가 꿈이냐? 이게 사람이 먹을 양이야?"

같은 반 사람인가? 맞는 것 같다.

잠깐 목이 막혀 국을 떠먹는 사이에 눈앞에서 가장 큰 제육 고기 조각이 훔쳐졌다.

같은 반 짐승으로 정정한다.

"...... 좋은 말 할 때 도로 놔라 살인난다"

"원래 남의 떡이 더 크고 맛있어 보이잖아?"

제육이가 짐승의 입으로 삼켜졌다.

"그렇게 믿기에 그럴 뿐이고 지금부터 남에 것은 맛없다고 믿어라"

"오 무당 아들 말하는 게 느낌 있다?"

"하 여기도 소문났냐? 말 걸지 마라 귀신 붙는다"

"그래서 말인데 내 옆에도 귀신 있냐?"

또 시작이다.

여기선 대답을 안 하는 게 상책이지만 저 짐승의 입에 사라진 제육이의 복수를 해야 한다.

"너 왼쪽 신발에 골든리트리버가 머리를 베고 자고 있는데 네가 키우던 개냐?"

상당히 귀여운 령이다.

머지않아 우리가 믿는 저승으로 가버리겠지만 조금 더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

보통 흠칫 놀라고 피하고 경멸하는 눈빛의 반응이 있는데 이 짐승은 멍하니 나를 보더니 자신의 왼쪽 신발을 쳐다본다.


마음 편히 보이는 령의 모습에서 주인이 따듯한 사람임이 짐작된다.

짐승에서 사람으로 승격시켜준다.

"그... 왜 개가 죽으면 천국 간다고 하잖아 왜 아직 여기 있는 거야? 착한 아이인데......"

"죽을 것을 알고도 좀 더 곁에 있을 수 있을 것이라 믿은 것, 죽고도 네 옆에 아직 남아 있는 이유야"




개는 오랜 가사와 민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오랜 세월 인간과 더불어 함께 해왔다.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정을 주었기에

키우던 개는 죽어 저승에 가면 주인이 올 때 반기러 온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다시 만남을 기약하며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겠지만 내가 그렇다 믿지 않아도 개들은 순수한 령이 되어 주인 곁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