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토벤 교향곡 5&7: 클라이버（C. Kleiber）/빈 필 （DG） : 클래식계 최강의 베스트셀러이자 두 곡의 결정반. 클래식 음반의 아이콘. 5번은 그 유명한 운명이라는 별명을 가진 곡, 7번은 별명이 없는 베토벤 교향곡 중 리스너들이 제일 좋아하는 곡

2.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 프리차이（F. Fricsay）/ 베를린필（DG）: 인류 역사상 최고의 곡이자 베토벤의 골수까지 담긴 곡. 카라얀 집권 전 베를린 필을 지휘한 페렌느 프리차이의 요절 전 음반이자 해당 음반사（DG: 도이체 그라모폰）의 첫 번째 스테레오 음반. 보편타당적인 결정반（좋은 녹음이 쌔고 쌤 ㅠㅠㅜ）

3.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 지머만（K. Zimerman）/번스타인（L. Bernstein）/ 빈필 （DG）: 1악장은 불 같고 2악장은 아름다우며 3악장은 위풍당당함을 제일 잘 나타낸 음반

4.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2번 : 프레이레（N. Freire）/샤이（R. Chailly）/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Decca）: 흠 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 명반 오브 명반, 06년 군 제대하고 나온 앨범인데 1년 동안 좋아하는 다른 녹음 다 제치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은 요것만 주야장천 들음. 1번은 브람스의 청년 때 작곡으로 혈기왕성 웅장함, 2번은 장년의 원숙미 절정

5.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틸슨-토머스（M. Tilson-Thomas）/샌프란시스코 심포니（RCA）: 기승전결 완벽한 （잔혹） 동화를 오디오북으로 듣는 듯한 곡. 이 때를 기점으로 완전한 낭만파가 시작되는 곡. 강렬한 색채감을 가진 음반으로 여러 평론가들이 1순위 추천 녹음

6. 드뷔시/라벨 관현악곡집: 카라얀（H. Karajan）/베를린 필（DG）: 독오（German-Austro）음악을 근간으로 하고, 차이코프스키, 오네게르 등 비독오 음악까지 다 잘하는 카라얀이지만 그의 장기는 관현악 소품. 드뷔시의 바다, 목신의 오후 전주곡,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벨벳 같은 느릿한 레가토를 뽐내는 음반. 색채도 굉장히 화려.

7. J.S.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관현악 조곡 외: 리히터（K. Richter）/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Archiv）: 혹자는 꼰대 연주라고 하고, 혹자는 시대착오적 현대 오케스트라의 낡은 연주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한 평생 바흐와 바로크 음악에 투신한 장인에게 할 소리가 아님. 비록 현대의 시대연주보다 날렵함이 덜해도 결코 둔중하지 않고 바로크 연주에서 아름다움과 장중함만을 뽑아낸 최고의 연주. 이것이 협주곡의 시작입니다.

8. 모차르트 교향곡 40, 41번 "주피터": 아르농쿠르（N. Harnoncourt）/ 로열콘체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Elatus）/: 변태적인, 신선한 사운드로 발매 당시 평론가들의 머리를 하얗게 비웠다고 하는 역사적 음반. 40번의 1악장의 쾌속 질주는 본 악장의 전통적 해석인 "질주하는 슬픔" 보다는 걍 "질주" 같지만 이렇게 이 곡의 다이내미즘을 가래떡 뽑듯 쭈우우욱 뽑아버려 클래식계를 뒤집어 놓으셨다. 참고로 중 2 때 이 녹음 처음 듣고 기절 직전까지 감（사실 이 녹음이 나왔을 때 난 존재하지도 않았음）. 그는 19세기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18세기 가내수공업; 코딱지 오케스트라의 장점을 살린, 19세기보단 작지만 18세기와 같지 않게 현대악기를 쓰는, 현대 악기의 진화된 세련된 소리와 작은 오케스트라의 날렵함을 합친 21세기 오케스트라를 80년대 초에... 만들었고 이게 트렌드가 되어 현재 거의 모든 지휘자가 이러한 오케스트라 편성을 쓰고 있다. 또 변태적 해석을 하는 또라이 지휘자들도 그 덕분에 포디움에 올라가고 있고, 광화문에서 엘지 수입하는 가련한 직장인의 스카이프/네이버 아이디도 그의 이름을 딴 거시고.. 돌아가신 16년 3월 5일엔 3일장도 치르고 지금도 기일엔 연차/반차 쓰며 쐬주 한 잔 하면서 하루 죙일 그의 음악을 듣고 있... 알농형 천국에 가셨겠죠? 형님의 수많은 위대한 명반들 아직도 듣고 있어요 오겡끼데스까 ㅜ

9.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9번 "위대한" 반트（G. Wand）/ 베를린 필（RCA）: 9번은 곡 자체가 미치게 잘 만들어진 곡이라 누가 연주해도 중간은 가는 곡이지만 독일-오스트리아 교향곡의 끝판왕 귄터 반트는 위대한을 겁나 위대한으로 바꿔버렸다. 수많은 명반을 버로우 타게 한 위대한 '라이브" 녹음.

10. 드보르작 후기 교향곡: 노이만（V. Neumann）/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Supraphon）: 민족주의 음악은 작곡가가 태어난 나라의 오케스트라（&지휘자）가 젤 잘 한다더라 라는 공식의 증명. 체코의 뽕끼를 떡상시켜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민족주의자가 되어 쇼핑몰에서 갓과 두루마기를 주문하고 싶어진다.

11. 멘델스존/부르흐 바이올린 협주곡 외 : 정경화/ 켐페（R. Kempe）&뒤투아（C. Dutoit）/몽레알 심포니/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한국이 낳은 월클 오브 월클. 월클 슈퍼원탑. 80-90년대 여류바이올리니스트 트로이카 중 한 명이자 데카 레이블의 간판 스타 정경화 선생님의 넘버 원은 무엇이냐 묻는다면 누구는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누구는 차이코프스키를 꼽겠지만, 부르흐 바이올린 협주곡은 대체제가 없을 정도로 미친 연주（아 프랑크 소나타도 그렇구나）고 멘델스존도 넘나 잘 뽑아 놓으셔서 참으로 미친 녹음 되시겄다. 이 뒤로 한국의 서양 고전음악 저변이 넓어져 장한나 조성진 김봄소리 등이 나오고... 두유노 싸이의 원조격

12. 말러 교향곡 9번& 슈베르트 교향곡 8번: 줄리니 （C.M. Giulini）/ LA필 （DG）: 최고의 말러 9번은 아니다（오오 샤이）, 가장 말러 다운 말러 9번도 아니다（오오 번스타인 ㅠㅠ）, 그렇다고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최고의 연주도 아니다（오오오오ㅗ어어오오 브루크너 교향곡9번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가장 인간적인 말러 교향곡 9번 연주이다. 노년에 힘이 다 빠져서 오케스트라를 따라가지 못해 자책하는 호로비츠에게도 "저희 단원들이 거장을 뵙고 맘이 급해지나보네요" 라고, 또 오보에 연주자가 같은 곳에서 계속 틀려도 "저는 여기 사니까 다시 천천히 해보시죠" 라고 감싸던 휴머니스트, 연미복보다 멋진 터틀넥과 스카프를 메던 이탈리아 신사가 위대하지만 불우한 작곡가의 마지막 교향곡을 꼭 안아주는 인간미의 말러 교향곡.

13.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외 : 아르헤리치（M. Argerich）/ 샤이（R. Chailly）/ 베를린 라디오 교향악단 （Phillips）: 여왕이 아니다. 여제다. 피아노가 남편이랑 바람이 나기라도 한 듯 피아노를 후두려 까고, 광폭하고 폭주 뛰듯 빠르고! 강렬히! 연주하는! 정경화 가 눈나 나 죽어❤️라면 이 누나는 누나.. 누님 저... 진짜 죽을 거 같..（질식사）. 82년 라이브 연주로 눈나의 파트너로는 지금에야 지휘계의 왕이지만 당시에는 떠오르는 샛별 엄친아 리카르도 샤이를 붙여줬다. 아마 리카르도 샤이는 태어나서 흘린 땀의 80퍼센트를 흘렸을 것... 눈나 같이가 라고 하는 샤이의 외침과 눈나 가지마 라고 울면서 따라오는 오케스트라의 신음을 들을 수 있다. 이 곡을 질리게 지리게 연주 한 눈나는 더이상 동곡을 연주하지 않았다. 실황 답게 미스터치도 많지만 다 폭력으로 발라버리는 미친 라이브....

14.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5&6번: 므라빈스키 （E. Mravinsky）/레닌그라드 교향악단（DG）: 우리는 푸르트벵글러를 제외하고 베토벤을 얘기할 수 있다. 번스타인을 제외하고 말러를 논할 수 있다. 발터? 훗 다른 모차르트 전문가도 널렸다. 허나 차이콥스키 교향곡을 얘기할 때 므라빈스키를 이야기 안 한다면 므라 옹보다 차이코프스키가 관뚜껑 열고 우리에게 기관총을 갈길 거다. 류구한 력사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이 처음으로 빨갱국 국가의 로케스트라를 만나 녹음한 이 력사적인 록음은 발매되자 마자 전설이 되었고 교과서, 아니 경전이 되었다. 쏘련 군대 의장대보다 각잡혀 있는 므라 옹의 오케스트라는 "어으 리허설 때 실수하면 아오지 행, 본 공연에서 실수하면 총살형인가" 할 정도로 칼 같은 현악, 대포같은 금관, 노려보는 목관을 자랑한다. 사실 차이콥스키는 핵빨갱 쑈스따꼬비치, 아닌척 하면서 슈퍼 빨갱이 프로코피에프 엔 비견도 안 될 정도로 러시아적 색채보다는 오히려 프랑스적으로도 들리는（교향곡 5번 2악장의 왈츠를 보세염） 작곡가인데 오우... 여기선 스탈린.... 4번의 4악장은 수령님 오셨네!!!

15. 슈만- 교향곡 1-4: 자발리쉬（W. Sawallisch）/ 드레스덴 국립 관현악단（EMI）: 슈만의 교향곡을 1번부터 순차적으로 듣고 있으면 젊고 재기발랄한 작곡가가 서서히 미쳐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 같이 미쳐들어가는 번스타인의 연주, 슈만만큼 미친 말러의 편곡을 연주한 샤이, 니가 미치거나 말거나 유러하게 풀어나가련다의 카라얀, 니가 미치거나 말거나（2） 악보를 똑같이 재현하련다 의 조지 셀 등 좋은 연주는 넘나뤼 많지만 자발리쉬는 슈만의 정신과 의사인양 곡 내부의 완급을 속속들이 알고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지만 정신은 잃지 않은 그야말로 완성형 연주 되시겄다. 자발리쉬는 다른 작곡가 연주는（바그너 제외...?） 핵노잼으로 하는 학구파 아저씬데 에라이 음악학교 학장이나 하지 노친네가...라고 생각했다가 바친놈（바그너）, 슈친놈（슈만）을 들으면 아 이 아재도 똘끼가 있구나... 라는 게 느껴지는 연주. 4번 3악장에서 정신 잡다가 4악장에서 오 오 오 이 아재도 미친다아아아아아!!!니네.. 할 정도로 정줄 놓지 않고 완급조절이 미친다. 1999년 듣고 불알을 탁 친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