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살'이라는 표현은 자주 사용되었다.

하는 일마다 실패하면 '살이 끼었다'라고 믿었고

초상집, 제사 집, 혼인 집 등에 갔다가 갑자기 탈이 난 경우에는 '살 맞았다'라고 믿었다.

그리고 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치는 악귀의 짓이 들러붙었다고 믿으면 '살 올랐다' 하였다.

이미 심하게 찢어진 볼은 독한 살（煞）이 올랐다.

병원에서 급하게 지혈을 하고 꿰매고 있지만

상처는 절대 아물지 않을 것이다.




"은서야! 은서야!"

애타게 사람을 찾는 소리가 들렸고 다급함에 걸음을 재촉하는 것이 느껴진다.

다친 누나의 이름은 은서였고 어머니가 오셨다.

응급실에 오자마자 보호자가 없기에 간호사님께서 연락하셨고 은서 어머니는 놀라서 열일 제쳐두고 한달음에 오셨을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설명인데......

은서모）"아이고 내 딸 얼굴이...... 어떻게 얼굴을...... 이렇게 어떻게 살라고 여자아이 얼굴을!!!"

난감하다.

은서모）"누구야 어떤 새끼야! 네가 데려왔니? 누가 그랬니!"

젖은 내 교복 셔츠의 끝자락이 은서 어머니의 양손에 붙잡혔다. 한없이 떨리는 손이었다.

양）"저기......"

이런 일이 처음이기도 했고 악귀에게 다쳤다고 말할 수 없던 나는 몸 둘 바를 모른 채 같이 병실에 있던 그녀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다친 부위를 보는 것인지 얼굴을 보는 것인지 멍하니 은서 누나를 보던 그녀는 얼굴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그녀）"귀신이었어요"

그 한마디가 끝이었다. 그대로 아무 일 없단 듯 응급실에서 나가버렸다.




매우 당황스럽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은서 누나의 상처다.

양）"저기...... 어머님 이런 말 솔직히 믿지 않으시겠지만 이 상처 절대 안 나아요"

누가 봐도 그래 보이는 상처다. 귀신이라는 말에 당황하여 저주 같은 말을 뱉어버렸다.

은서모）"누가...... 그걸 모르니! 어떻게 하니 내 딸 어떡해"

처음엔 흐느낌이었는데 이젠 대성통곡을 하신다.

양）"아니 그 말이 아니라 제 뜻은 상처가 치료조차 안될 거예요"

말 같지도 않은 말로 들리실 것 같다.

아무런 반응 없이 초점 없는 눈으로 울고 계실뿐이니 말이다.

그래도 끝까지 말해야 했고 한 사람의 앞날을 위해 용기를 냈다.

양）"정말로 상처가 치료되지 않으면...... 백신당으로 오세요"

태어남부터 지금까지 나의 존재만으로도 혐오 감정을 받았기에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은서 누나는 살풀이가 필요하다.

내 아버지라면 깨끗하게 만들어 주실 것이다.




그렇게 울고 계신 은서 어머니를 두고 응급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