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귀신은 하나였다.

가벼운 괴담 같은 것을 너무 진지하게도 많은 사람이 믿은 것 같았다.

실체가 확실하여 충분히 누군가를 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악귀였다.

입이 귀 근처까지 찢어지고 짐승의 송곳니 같은 뾰족한 이가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만큼 입안 가득히 있었다.

창백한 손은 평범한 여성의 손과 다름이 없었는데 다친 것처럼 검은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고 섬뜩하게도 피 묻은 손을 핥으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 앞에는 한 여고생이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비와 피에 젖어 진홍빛으로 물든 교복이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고생의 옆에 귀신같은 모습의 또 한 명의 여고생이 있었다.

피부는 하얗다 못해 창백하고 무엇 하나 들기 힘들어 보이는 얇은 손목으로 검은 장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이 상황과 괴리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귀신같은 모습인 건 귀신의 검은 피로 팔이 흥건히 젖은 채 커터 칼을 들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잔혹한 상황과는 다르게 너무 침착하였고 냉정해 보였다.


​

그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귀신이 희미한 발걸음을 걸어 아무런 소리 없이 칼을 쥔 그녀에게로 순식간에 다가섰다.

그에 반응한 그녀는 들고 있던 우산을 놓고 칼을 쥔 손을 귀신에게 향하였다.

하지만 귀신의 큰 입이 칼을 쥔 그녀의 머리를 물었다. 머리는 삼켜지고 날카로운 이가 목에 박힌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우산이 바닥에 채 떨어지기도 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직 목이 잘리진 않았다. 괴의 한 광경에 얼이 빠져있던 나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 우산을 집어던지고 달렸다.

구할 수 있을까?

늦진 않았을까?

한걸음 한걸음 달려가던 순간.

귀신의 목이 단숨에 그녀의 칼에 잘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잘린 귀신의 입을 벌려 모자를 벗는 것처럼 아무 일 없이 벗어던졌다.

그녀는 귀신의 목은 버려둔 채로 빗물에 머리를 찰랑인다.

마치 더러운 일이 조금 있었던 것 정도라는 듯 빗물에 피와 오물을 씻는 기괴한 모습이지만

아름다웠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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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
"서있지 말고 와서 업어"
​
"ㄴ... 네!"
​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