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하하하하하! 이녀석 거기서라!! 가진거 다 내놔!!]
[으아앙!! 내 처음은 사랑하는 사람 줄꺼야!! 누가 좀 도와줘!!]
한 소년이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었다. 뒤에 오는 자는 누가 봐도 수상하게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싸고 마스크도 검은 것을 쓰고 있었다. 소년은 온 힘을 다해 도망갔지만, 추격자에게 뒷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켁!!]
[하하하! 드디어 잡았다! 날 이렇게 힘들게 한 대가는 치러야겠지?]
쿠당탕!
추격자는 뒷덜미를 잡고 그대로 바닥으로 내리꽂았고, 소년은 힘없이 땅바닥을 굴렀다.
[헉...헉..흑..흐윽 돈은 다 드릴게요.. 제발 제 처음만은...]
저녁에 자주 나가지 말라고 했던 엄마의 말을 귓등으로 흘린 결과였다.
[크크크크쿜쿄하하하...어림없지...]
추격자는 품 속에서 칼을 꺼내 혀로 핥았다. 소년은 공포로 정신없는 순간에도 표정이 찌푸려졌다.
[너는 내 칼의 10번째 희생자니 특별히 고통은 없이 죽여주마. 모가지 내놔라.]
[제..제 처음은 지켜주시는 건가요?]
[애초에 남자새끼는 관심없다. 모가지나 이리 내.]
[흑...흑 그 칼은 싫어요...더러워요..]
추격자는 당황했다. 미친놈인가?
[뭐....?]
그때 하늘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슈우우우우....콰아아앙!!!
[이제 괜찮다!! 내가 왔기 때문이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대사와 함께 모자를 쓴 영웅이 나타났다.
[크읏...젠장 너는... 일단 후퇴다!!]
후다다닥!
[하하하하하! 내 앞에서 도망이라니!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영웅은 도망치는 추격자를 순식간에 따라잡았고, 죽빵을 한 대 날리자 추격자는 힘없이 날아가 쓰러졌다.
[크헉!!]
[후후후...역시 나에게선 누구도 도망갈 수 ㅇ벗다..]
[오오오...영웅님...]
마지막에 이상한 말을 하는 영웅이었지만, 영웅의 무용과 트레이드마크인 페도라에 취한 소년에게는 그조차 멋있었다.
삐비비빗!
[앗! 또 나를 찾는 선량한 사람의 외침이군! 그럼 가볼ㄲ...응?]
[잠깐만요!!]
영웅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지만 소년이 영웅의 망토 자락을 붙잡았다.
[무엇인가. 소년?]
[저도 영웅님처럼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요!]
[나처럼?]
영웅님처럼 이라는 말이 나오자 소년을 바라보는 영웅의 눈빛이 달라졌다. 영웅은 소년의 눈높이로 앉아 소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영웅이 되고 싶나?]
소년은 가슴이 웅장해졌다. 뉴스에 나오고 사람들을 구하는 모든 소년들의 우상이 자신의 앞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며 영웅이 되고 싶냐고 묻고 있었다.
[네!]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다. 나를 봐라.]
영웅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페도라를 벗었다.
[허억!!!]
소년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영웅은...
페도라를 벗은 영웅은...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삶은 계란마냥 반들반들했다.
[어떤가. 소년?]
[끄...끔찍해요..!! 어떻게...]
[나는 이 힘의 대가로 머리카락을 모두 잃었지. 네가 영웅이 되고 싶다면 이것을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정신이 필요하다. 할 수 있겠나?]
소년은 또 울먹였다. 울먹이며 말했다.
[윽..흐윽... 싫어요...안 해요...]
[응?]
영웅은 당황했다. 이건 딱 수락하는 분위기였는데.
[대머리는 싫어어어어어어!!]
소년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어...?]
영웅은 당황했지만,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했다. 힘을 얻고 나서, 머리카락이 없어지고 나서 받았단 설움과 어쩔 수 없이 쓴 모자가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던 것도. 이것저것 쌓였던 모든 것이 갑자기 폭발했다. 영웅은 소년이 도망간 방향으로 돌진했다.
두두둗ㄷ두두두두두두둗두
[거기 서라! 소년!]
[으아아아악! 대머리이이이이!!!]
영웅은 가뿐하게 소년을 앞질렀고 손톱을 뜯어 소리를 지르느라 벌어져 있는 소년의 입 속에 퉁겨 넣었다.
[으아아아악...읍!]
[소년. 너도 언젠가 나처럼 힘이 생길 거다. 그러면 꼭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그리고... 다시는 대머리를 자극하지 마라]
소년은 깨달았다. 자신의 미래를.
대충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찰칵찰칵!
[영웅님! 여기 좀 봐주세요!]
[악당들이 무섭진 않으십니까!]
[많고많은 영웅들 중 당신이 제일 잘났습니다!]
듬직한 이두박근, 탄탄한 허벅지와 복근, 탱탱한 힙과 꽉 찬 가슴. 이제는 과거의 모습을 모두 버린 소년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많고많은 질문들 속에 영웅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영웅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경외심에 가득 찬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영웅과 눈이 마주치자 더욱 눈이 커졌다.
[영웅님!!]
영웅이 된 소년을 부르며 소년이 달려왔다. 영웅이 된 소년의 입에 웃음이 걸렸다.
[드디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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