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huv.kr/fear80435 

2편 : http://huv.kr/fear80444 

내려가보니 아까 절터로 들어올 때 본

커다란 느티나무 주변으로 음식잔치가 준비되고 있었다.

테이블 서너 개를 연결해서 그 위에 말통 두 어개, 음식을 담아놓은

커다란 접시들을 늘어뜨려 놓았다. 말통에는 이 고장에서 만든 막걸리를

담아놓고 아줌마들은 연신 국자를 이용해 종이컵을 막걸리로 채우고 있었다.

그 옆에는 시커멓게 불에 탄 고기들이 있었다.

무릎 늘어진 트레이닝바지에 목부분 단추를 풀어헤친 남방을

허리춤으로 찔러넣은 사내가 면도날과 나무젓가락을 들고 고기 근처로 가니

몇몇 남정네들이 남성을 따라 시시껄렁하게 고기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토막거인형과 나와 똥덩어리는 이방인이 맘대로 끼어든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들어 뭔가 도와줄 일을 계속 눈으로 찾고 있던 때였다.

토막거인형이 손짓을 했다.

"우리 저기 고기 손질하는 거 도와드리자!"

"에에?"

난 자신이 없었다.

똥덩어리도 광대를 찌그러뜨리며 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야 그럼 난 다녀온다~"

토막거인형은 우리를 억지로 데려가진 않았다.

하지만 혼자 보내긴 뭐해서 형 뒤를 졸졸 따랐다.

아까 면도칼과 나무젓가락을 들고 간 남성은 우리같은

대학생정도로 보였다.

능숙하게 나무젓가락을 벌리고 그 사이에 면도날을

집어 넣고는 면도날이 빠지지 않게 실로 앞 뒤를 강하게

조여맸다.

그렇게 5개 정도의 칼을 만들다가 토막거인형이 다가오는 것을

물끄러미 보더니

"해볼테요~?"

대뜸 그가 안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어 네 좀 도와드릴 수 있을까 싶은데.. 이게 제가 할 수 있나요?"

"뭔들 못허것소. 멱은 내가 딸테니 껍떡에 남은 털이랑

징허게 탄 부분만 요 칼로 긁어내면 됩니다."

말을 하면서도 손으로 부지런히 만들어낸 나무젓가락 면도칼?을

토막거인형에게 내밀었다.

시커멓게 탄 고기들을 뒤적여 멍석처럼 보이는 깔개에

하나 둘 퍼뜨려 놓았다.

약간 몸서리가 쳐졌지만, 자세히 보니.

고라니. 멧돼지. 개?.. 아니겠지.

면도칼을 만들어준 남성은 잘 갈린 칼을 들고

능수능란하게 고기들을 해체했다.

칼을 짐승들 목덜미로 듬성거리며 

박아 긁어내니 어떤 것은 피를 왈칵 쏟아내기도 했고,

어떤 것은 잘 익었는지 김을 훅훅 뿜어냈다.

해체된 고기들을 가지런히 뿌려놓으면

다른 남성들과 토막거인형이 나무젓가락 면도칼로

사각 사각 고기 표면을 다듬어냈다.

손과 면도날은 금새 고깃기름으로 번질 거렸다.

（"야 저거 개 아니냐.."）

（"어 저거 개야. 개.."）

（"이거 레알이냐.. 여기서.."）

（"형 보신탕 먹어본 적 있어?.."）

（"없어.. 지난 번에 아빠가 한번 먹는 거 본 적 있는데.. 난 안되겟더라.."）

（"나도.."）

까맣게 타버린 고기 중엔 혀가 빠져있는..

주둥이가 날렵하게 빠진 짐승이 있었는데.

개가 분명했다.

징쓰와 소금사리가 우리 옆으로 다가오며 징쓰가 말을 꺼냈다.

（"오빠 저거 아까 승탑에서 태웠던 것들인가봐"）

（"어 그런 거 같아."）

식칼의 든 남성이 멧돼지의 멱을 따내자

징쓰와 소금사리는 차마 못 보겠는지 우리로부터 멀어져갔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핑크넥타이누나는 양손에 막걸리컵을

들고 있었다. 쭈욱 쭈욱 술이 들어간다~ 분위기였다.

토막거인형은 의외로 굉장히 능숙했다.

고깃기름에 손이 반짝거렸다.

다른 남정네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손놀림.

하긴 이 형은 못하는 게 없었지.

남자들이 달라붙어 했더니 금새 시커멓게 타있던

고기들은 잘 손질되어 있었다.

잘 구워진 부분은 그대로 더 잘게 잘라져

상으로 내 작은 접시들에 담겨 사람들 손으로 넘겨졌다.

어떤 고기가 어떤 고기인지 모를 정도로 섞여 있었다.

즉,.... 오늘 내가 고기를 먹게 된다면 난 개를 먹을 수 도 있는..

근데.. 저녁을 먹지 않아 배는 심하게 고픈...

토막거인형과 남자들은 멍석에 빙 둘러 앉았는데,

다가가 보니 내장들을 따로모아 주거니 받거니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토막거인형?..

형은 뭘 먹고 있는거야?

형은 피가 가늘게 흐르고 있는 채 익혀지지 않은 간을 국그릇에

담아 사람들과 나누고 있었다.

나와 똥덩어리는 입을 악 문채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렸다.

더이상 이쪽에 있을 수 없어 핑크넥타이누나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누나 토막거인형 저기서 간 먹고 있어.."

"뭐? 딸꾹.. 아 추운가봐 딸꾹지ㄹ.. 딸꾹..."

더 말해도 의미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토막거인형이

간을 씹어먹고 있다는 말은 길게 하지 않았다.

그보다 취한 누나가 걱정되었다.

"누나 취한거야?.. 벌써.. 몇 잔이나 마셨어?"

소금사리가 대신 대답했다.

"언니 본 것만 10잔 넘게 마셨어.."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토막거인형은 뭔 짐승 건지도 모르는 생간을 씹어 먹고 있고,

핑크넥타이 누나는 맛탱이 슬슬 가고 있고.

계획을 세우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때였다.

"살라마리꿈"

한 스님이 합장을 하고 중후함을 감싼 묘한 말을 던지며 옆으로 다가왔다.

난 이때 이게 스님이 한 말이라.. 인도말인줄 알았으나

나중에 아랍어인걸 알았다. 왜 스님이 아랍어를 하며 인사를 건냈던 걸까..

너나할거 없이 먼저 다가오신 스님에게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똥덩어리는 합장까지 하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생각해보니 똥덩어리가 참 예의있었다.

스님대할 줄 아는 놈이었어.

인사를 다 받은 스님은 테이블에서 접시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고기가 담긴 접시였다.

속으로 아.. 아... 하고 있는 중에.

스님은 재빨리 엄지와 검지로 고기 한점을 집어 올리더니

입으로 쏙 넣어버렸다.

그리곤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스님이라고 사람이 아닌 건 아니니..

고기를 먹는게 법적으로 잘못 된 건 아니지만..

..

파계승? 파계승인가?

"아 전.. 파계승입니다.."

내 맘을 읽은건지 스님은 그렇게 말하곤 껄껄 웃었다.."

"부인도 있어요.."

놀랐지롱~ 하는 표정으로 벙쩌있는 우릴 보고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아 저희는 또 스님인 줄 알고.."

"아 스님은 스님인데 고기먹는 스님이에요.."

뭔 개소리지..

그때 또다시 다른 아저씨가 분위기를 비집으며 들어왔다.

"야이 땡중아 서울서 온 친구들 놀라잖아.."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창포빛 계량한복을 입은 아저씨였다.

명치 아래까지 두둑히 치고 올라온 배 위에 한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엔 막걸리가 담긴 컵을 들고 홀짝였다.

"어이 친구들 이 땡중 겁나 특이하지.. 악의는 없어요.

존재자체가 악의긴 한데.. ... 암튼 반갑수다.

난 저기 양동에서 도자기빚는 [넉청 김종만]이라고 합니다."

말을 맺은 동그란 얼굴에서 구수한 웃음이 배어나왔다.

3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