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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동현은 갑자기 본인의 따귀를 쎄게 한번 때렸다.
깜짝 놀란 사회자가 왜이러시냐 말리는 제스쳐를 취하며 동현에게 다가가자.
동현은 걱정말라는 눈빛을 사회자에게 전달하였고,
사회자는 알았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아.. 아주 패기가 넘치는 참가잡니다. 패기로는 신입생인데,
얼굴은.. 뭐야.. 이거 제가 얼굴 좀 잘 볼 줄 아는데.. 잠시만요.
어? 이거 잠시만요.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인데..
제가 머리 좀 위로 올려도 되겠습니까?.."
사회자가 동현에게 손으로 머리를 올리겠다며 허락을 구했고,
동현은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망설임없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학생들은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깔깔대고 난리였다.
머리카락이 올라가고 이마가 까지자..
갑자기 분위기가 워어~~~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사회자는 상상했던 것이 200% 맞았는지 조금 당황했다.
"저.. 정우성? 아... 아닌데.. 아무튼 묘하게 정우성씨를 닮았네요.
앞으로 머리 까고 다니세요. 그게 훨씬 좋겠는데요? 자 그럼
부르실 노래는요?"
"아 정우성... ㅎ 감사합니다. 네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부르겠습니다!"
노래 제목을 들은 학생들은 뭐?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는 동현에게 술을 가르치시겠다고
불러놓고 본인이 먼저 열심히 술을 드셨다.
술기운에 취해서 소주병을 들고 일어나시더니
노래 한곡을 멋지게 뽑으시고 말씀하셨다.
"얌마 보통의 인생에선 노래 한 곡만 제대로 부르면 스타가 될 수 있어."
맞는 말 같았다. 그래서 너무 올드하지도 않고 즐겁고
재미있으면서도 유니크한 노래.. 가 없을까 고르고 그른 노래가 바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 였다.
이후 동현은 화장실을 노래방 삼아 샤워할 때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열심히 연습했다.
이 노래만 지금까지 만번 정도 부른 것 같다.
어느새 노래가 익숙해지자 거기에 춤도 간단히 곁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곡만 죽어라 판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었다.
아버지 말대로 스타가 될 때가.
전주가 흘러 나왔다. 노래를 부르기 전 예린이쪽을 한번 슬쩍 보았는데,
예린이는 미친듯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동현이는 이제 멈출 수 없었다. 오로지 진격할 뿐.
"어쩌다 마주친~~ 그대 눈빛은~~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누가 이 신나는 과거의 노래를 부를 거라 상상을 했겠는가.
무대 앞 학생들 모두가 그랬다. 예린이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동현이의 노래에 환호했다.
동현의 춤과 노래는 연습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댄서같이 추는 춤이 아니었다. 율동같은 춤이었는데,
뭐랄까. 노래에 어찌나 찰떡같이 어울리던지.
노래가사는 어떠한가...ㅋㅋㅋ
이건 완전 동현이의 예린이를 향한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한 가사가 아니던가.
"이슬처럼 영롱한 그대 고운 두 눈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내 가슴만 두근 두근"
"바보 바보 나는 바보인가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무대가 순식간에 동현이의 인생을 지나갔다.
동현이는 이렇게 대학교에 공식적으로 데뷔했다.
"축제에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부른 정우성 닮은 기계과남"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환호를 받고 사회자가 재치있는 말을 하며 찔러준
선물을 받아 무대를 내려왔다.
스스로 해낸 일이 굉장히 자랑스러웠다.
이 용기라면 적어도 오늘만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잠깐 숨을 돌린 동현은 무대에 술기운을 몽땅 쏟아 놓고 왔는지
어느샌가 정신이 말짱히 돌아와있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스스로 해낸 일이 영화같이 느껴졌다.
내가 무슨 용기로 그랬지?
무대에서 모든 열정을 쏟아내서인지 가을의 싸늘함이 온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잠시후 두리번 거리며 예린이를 찾아보았지만, 예린은 어디에도 없었다.
실망? 아니다. 동현은 아직 그런 걸 할만큼 큰 투자를 예린에게 하지는 않았다.
다락에 꽁꽁 싸둔 종자돈처럼
예린을 향한 동현의 마음은 벙어리 냉가슴처럼 끙끙대며 괴로워할 뿐 이었다.
가요제 상품을 까보니 mp3플레이어가 들어있었다.
다시 기분은 산뜻하게 좋아졌다. mp3는 가방에 넣어두고, 시계를 보니 8시..
동현은 다시 찬수와 선배들이 있을 주점으로 향했다.
예린이는 주점에 돌아와 있었다.
원래 한번 술자리를 떠나가면 다시 돌아오는 일이 없는 예린이었다.
그런 예린이 다시 선배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게 바로 축제 마지막날의 마법인가.
동현은 아까 자신을 보던 예린이의 눈빛이 갑자기 떠올랐다.
무대를 내려와서 까먹고 있었던 그떄의 예린의 눈빛이 떠오른 것이다.
갑자기 동현의 심장이 두근 두근 미칠 듯이 뛰었다.
무슨.. 아무튼 모쏠들 미치겠다.
주점에 들어가니 선배들이 이리와서 앉으라고.
강호형은 특유의 걸걸한 말투로
"얌마 무슨 화장실을 1시간이나 갔다오냐"
남석이형이 거들었다.
"암튼 동현이 이 XX. 형들 공경안하냐 ㅋㅋㅋ"
"아 제가 술이 안깨서 뒤에 파리공원 좀 돌다왔어요"
"야 암튼 한잔 받아라."
"아 넵!"
동현의 가득찬 잔을 넙죽 받아 들곤 형들과 거국적으로 짠을 하고,
찬수와도 짠을 하고, 예린이와도 짠을 했다.
"크~~ 흉아들. 술이 오늘 단데요?"
오늘 만큼은 술에 취하고 싶은 동현이었다.
"그래? 그럼 우리 이제 2차 가자 2차."
"야 그러자 이동하자 이동. 2차는 명콩으로 가자"
명콩은 명태와 콩나물의 줄임말이었는데, 동아리 전용 술집이라고 할만큼 회의나 모임이 끝나면
자주 가던 곳이다. 주메뉴는 탁주와 두부김치였다.
이곳은 분위기가 진짜 딱 술먹고 죽기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놨다.
어스름한 분위기를 만드는 낮은 조도의 노란 조명. 벽은 오래된 신문지를 발라 놓았다.
선배들이 따라주는 탁주가 동현이의 목구멍을 타고 술술 들어갔다.
술잔을 내려놓으며 안주 하나를 집어들어 입에 구겨넣었다.
동현은 정신이 없었다. 술에 다시금 취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실 일이 없었는데.. 동현은 오늘 스스로가 여러가지로 신기했다.
또 신기한 것은 아직 예린이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것.
선배들은 그게 신이 났다.
얼마나 신이 많이 났는지 막걸리에 포카리를 말기 시작했고,
덕분에 모두의 술흡수가 2배로 빨라졌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거국적인 짠 한번, 각자 얘기, 게임.
어느 새 시간은 밤 1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취해서 술집에서 누울 것만 같았던 동현은
아직까지 예린이와 그럴듯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쉬워
정신을 부여잡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았다.
아우.. 쒸X.. 이거 잠깐 토해야 되겠다. 이게 술이 배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 술이 계속 흡수되면서 정신을 못차리겠네.
일단 화장실로 가서 이거 뱃속에 있는 술 다 토해내고 다시 오자.
동현은 곧바로 몸을 휘청이며 일으켜 세웠다. 벽을 지지대 삼아서
몸을 벽에 기댄채 힘겹게 몸을 밀어 이동하다가 넘어질듯 하면 반대편 벽으로 붙었다가
쌩쇼를 해가며 힘겹게 화장실에 도착했다. 쪼그리고 앉다가 엉덩이가 화장실 바닥에 닿았다.
"아 씁... 으으으.."
변기커버를 잡아 엉덩이는 들어올리고, 손가락을 입에 넣어 토를 하기 시작했다.
왝... 왝... 왜애액..
그때였다. 아까부터 술에 꼻아 비틀거리는 동현을 지켜보던
예린이가 뒤따라와 화장실문을 잠그더니 동현이의 등을 두드려주기 시작했다.
"괜찮아?"
동현은 정말 크게 놀랐다. 예린이가 따라왔다는 것에 한번 놀라고,
이런 모습을 예린에게 보여줄 거라는 걸 상상도 못해서 두번 놀랐다.
예린은 동현에게 이런 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동현에게 있어.. 예린은 어떤 첫인상을 그대로 간직한.. 그 봄날의 상큼함 그 자체였다.
그런 예린이.. 토를 하고 있는 화장실에서 동현의 등을 두드려 주고 있다? 지쟈스..
그러나 동현의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술에 이미 꼴아있었다.
"아 예리...인아.. 왝... 나 괜찮아.. 괜찮아... 먼저 돌아가있어. 금방 갈께. 진찌.. 금방 갈꺼야.."
"너 화장실에 처박혀있은지 벌써 20분 지난거 알아? 얼마나 마셨다고 술에 취했냐.. 참내.."
"아.. 나 진짜 괜찮아. 진짜 괜찮으니까. 먼저 들어가 왝.. 왝.... 쿼러러큭컥.."
"나 오늘 너랑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남았으니까.. 살아돌아와라.. 금방 안오면 먼저 집에 간다~"
?!?!?!?!??!
동현은 눈이 번쩍 뜨였다. 뭐? 예린이가 나랑 얘기할려고 남았다고? .. 왜왜왝..
충격적인 예린의 말을 이해는 했지만.. 몸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다.
손가락을 더 깊숙히 넣어 몸에 들어간 술을 죄다 뱉어내려는 동현.
'아.. 흠!! 흠흠흠!!!!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차리자! 정신은 멀쩡 하잖아!!'
퇘... 퇘퇘퇘... 퇫... 퇘퇘 퇘퇫..
8화 끝.
매주 월-목 업로드 합니다.
전편 추천 9개 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추천수가 늘기도 하고
매크리님같은 분들이 답글을 주시기도 해서
행복한 한주가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추워지는데 모두들 조심하세요~^^
* 펌 불허용 (타 사이트 등록을 불허하며 우클릭, 드래그 등이 금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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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관절염 |
아이고ㅋㅋㅋ비슷한 경험있어서 공감성수치 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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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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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단테 |
관절염님도 손 넣어보셨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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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3 |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네티켓의 기본입니다.게시물에 상관없는 답글이나 추천유도성 답글을 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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