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3살 아재야. 위로는 3살 위 누나한명이 있는데 함께 주말마다 버스타고 할머니댁에 놀러가곤했어.
내가 많이 어릴적엔 누나혼자 할머니댁에 놀러갔었는데 그당시에 누나가 겪은 이야기야.
위에 짤은 할머니댁 구조고, 두번째짤은 누나의 설명을 듣고 내가 찾은 그 당시 자매의 집인데 내 기억이 맞다면 저집이 맞을거야
（지금은 사라졌고 사진은 2010년도 카카오맵 로드뷰）

할머니댁이 있던 마을은 우리집안의 집성촌이었어.
우리집안이 종가였고 6대째 그마을에 뿌리내려 살았지.대부분 마을 주민은 가까운 4촌에서 먼~친척이었어.
그러다보니 30가구가 넘는 시골치곤 꽤 큰 마을이었어도 대부분은 안면이 있었어. 누나는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놀았는데 할머니댁 위쪽 집으로는 가본적이 없었던거야. 심심하던차에 윗집으로 놀러갔는데 또래 친구가 두명이나 있는거야.
혼자 심심하던차에 누나는 너무 기뻤대. 여기선 편의상 A라고할게.

누나: 안녕? 나는 ㅇㅇ이야. 넌 이름이뭐야?
A : 응 나는 XX이야
누나: 나이는 어떻게되?
A : 응, 너랑 또래야. 그리고 얘는 내 동생인데 4살 아래야.
누나: 너네 부모님은 어디계셔?
A : 우리 엄마 아빠 일하러갔어.
누나 : 무슨일하셔?
A : 몰라. 언제오는지도 모르겠어.

누나는 혹시 먼 친척인가 해서 물어봤는데 알수는 없었지. 그 곳 근처에 벽돌공장 같은데서 모래 퍼가는 곳이 있어서
모래가 많았는데 거기서 모래로 소꿉놀이하고 재밌게 놀다 들어왔대. 누나가 너무 기분 좋아서 할머니한테
오늘은 거기서 뭐하고 놀았다고 자랑을 했는데 할머니가 정색을 하시는거야. " 앞으로는 거기 당숙네집에 놀러가지마!!!"
누나는 놀라긴했는데 그집하고 할머니랑 사이가 안좋으시구나 생각했대. 그리고 당숙 뜻은 몰랐지만 당숙이라는
분의 집이구나 생각만했대. 할머니한테 혼나고 한동안은 당숙네집에 놀러갈 생각을 못했대. 그러다가 할머니 텃밭에서
일을 돕고있는데 윗집 개가 하도 짖어대서 봤는데 담장너머로 두자매가 껑충껑충 뛰면서 반갑게 손을 흔들더래.
너무 반가워서 놀러가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대. 그래서 또 할머니 몰래 놀러간거야. 자매 중에 언니가 엄마가
갈치조림을 해놨는데 너무 맛있다고 누나를 집으로 초대했대. 그래서 집에 놀러갔는데 그때 먹었던 갈치조림이
살면서 이런맛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맛이 기가막혔대. 그래서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할머니한테 갈치조림 너무 맛있다고
해달라고 졸라댔대. 할머니가 어디서 먹었냐고 물어봤는데 실수로 당숙네 집이라고 대답해버린거야.
할머니가 불같이 화를 내셨대."당숙네집 가지말랬지!! 왜 말을 안들어!!"
그뒤로 놀러갈 엄두도 못냈고 옆,옆집에 또래 친구가 생기면서 윗집은 더이상 안가게 되었대. 그러다가 누나랑 내가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친구들하고 노느라 더이상 주말에 할머니댁을 안가게 되었어. 그러다가 누나가 20살 될 무렵 할머니댁을 가게되었는데
문득 그 자매가 궁금해서 윗집을 갔었는데 이사를 갔는지 텅 비어있었대. 동네 친척분들한테 수소문을 해봤는데
그 집은 빈집이 된지가 40년은 되었을거라는거야. 누나는 무슨 소리냐고 "그때 내가 분명..."하는 말문이 막혔대.
분명 통성명을 했는데 도무지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았고 생김새를 설명하려고해도 언니는 긴머리 동생은 단발이었던것 말고는
얼굴이 도무지 떠오르질 않았대. 그리고 과거를 아무리 되짚어봐도 분명 갈치맛은 기억이 나는데 누가 어디서 어떻게 요리를 해서
내왔는지가 도저히 떠오르지도 않았대.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그 개가 유난히 자매들에게 짖어댔던 이유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당시엔 몰랐지만 처음본 사이인데 나이도 모를텐데 누나한테 바로 동갑이라고 한것도 이상하대.
과연 누나랑 놀던 그 두자매는 어떤 존재였을까..
참고로 할머니는 이제 많이 연로하셔서 당숙네집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으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