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 진행 최소 4년
한번씩 발작을 했지만 금방 괜찮아져서 별일이 있겠나 싶어서 그냥 뒀었거든
그런데 이제 몸이 버티질 못하나봐
몇시간을 발작을 하다가
약으로만 겨우 재우고 눈 뜨면 계속 발작만 하고
전혀 나아지는 기미도 없이 더 심해지기 전에 재우는 일만 했거든

병원에서 포기를 하려고 했는데
애가 힘을 내서 눈도 뜨고 수면제 없이도 스스로 자고
잘 퇴원을 했어

3.6kg 였던 친구가 퇴원을 할 때는 2.4kg 으로 엄청 살이 빠졌었어
올린 사진이 퇴원한 당일의 사진이야

7/21에 퇴원을 했는데 약으로 재우지 않으면
아파서 계속 온몸을 움직이고 특히 앞발을 엄청 허우적 허우적 했어
많이 아팠나봐

8/2까지는 살도 그래도 좀 있었는데
3일 사이에 지금은 그냥 가죽만 남았어.
뼈만 남아있네.

이제 애가 앞도 안보여
너무 늙어서 장기도 다 상하고 뇌도 상하고 시력도 잃었다고 하네

하루종일 아파서 낑낑 소리를 내고
허우적 허우적

나는 서울에 올라와서 공부하고 일한다고 돌보지 못하는데
어머니는 퇴원한 후에 일도 안나가고
이 친구만 보고있어

그러다가 오늘 내가 울산에 있어서 처음으로 잠깐 외출을 했다고 하네

어디가 잠깐 아파서 상처가 아물고 치료가 가능하다면 상관이 없는데
이미 속은 다 상해버려서 악화되는 일만 남아있구

약에 의존해서 재우는게 아니면 눈 떠있는 자체가 고통인 상황이라
원래 가던 병원, 입원했던 병원에서 조금 냉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숨만 붙어있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애는 이렇게 아파하고 있다고
이 친구를 위해서 안락사를 하는게 어떻냐고 권하더라

무슨 소리냐고 화도 내고 엄청 싫어했는데
계속 생각하니 이게 이 친구를 위한 길이라 생각을 했고
마음 약하고 이 친구를 엄청 아끼는 어머니는 계속 울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동의를 했네.

나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어
이 친구가 상태가 안좋았고
내가 휴가가 며칠 생겨서 이 친구를 보려고
울산에 내려와야겠다 생각을 하고
동생한테 연락을 했는데
저 이야기를 해주더라.

그래서 바로 울산에 왔어.
이 친구와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서

비록 이 친구가 앞은 보이지 않지만
17년을 불러온 이름을 계속 불러주고
만져주고 안아줬어

내가 이 친구에게 친근감 있게 부르던 그 음을 넣어서도 계속 불러주고
이 친구를 부르던 모든 방식으로 불렀던거 같아

동생도 담담히 슬픔을 숨기고
나도 숨기고 있어
어머니가 제일 힘들어하시거든
모두가 지쳐서 잠에 든 이 시간에 혼자 울고있다

내일 어머니는 차마 못가시겠다고 하시네
동생은 일하고 퇴근하자마자 바로 올 예정이고
나랑 동생 남자친구분이랑 둘이서 먼저 병원에 데려가기로 했어

그래서 오늘이 이 친구와 보내는 마지막 밤이야

초등학생때 만나서 정말 작고 귀여웠던 친구가
지금은 늙고 힘도 없는데 아파서 없는 힘으로 계속 허우적거리며 고통을 표현하고있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제일 좋지만
정말 늙어서 생명이 끝나는 경우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우리의 선택에 의해서 끝이라는 생각을 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끝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끝을 알기에 더욱 슬퍼지는 단점이 있는거같다.

이 끝을 내가 어떻게 받아야할지 모르겠다
정말 원없이 바라보고 기억하며 밤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