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나는 제대로된 연애를 못 해본 모쏠이야.

작년에 인생 첫 소개팅 때 크게 상처 받고 일 년 넘게 자존감 바닥 치고 있었고 들어오는 소개팅마다 거절하다가 이번엔 소개팅 제안을 받고 나가기로 마음 먹었어.
그게 두 달 전 여름이었어.

소개팅 하기로 마음먹고 사진을 봤는데 너무 예뻐서 ‘아 밥만 먹고 와야지 ㅠㅠ’하는 마음으로 나갔어.
그런데 대화가 잘 되고 너무 좋았어.
그 후 지금까지 약 열 번인가 만나고 있는데 그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내가 연애를 못 해봤다고 했잖아.
이게 아주아주 큰 문제더라구.
내가 나이가 어리진 않아서 이때까지 연애경험 없는게 앞으로 연애에 장애가 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이번에 많이 느끼는 중...

나는 소개팅 상대한테 연애관련 질문을 하는 게 실례라고 생각했어.
연애 경험이나 이상형 같은 거 있잖아..
과거 연애 물어보는 건 별로고 이상형이 나랑 다르면 내가 겁먹을 거 같아서 지금까지 일부러 안 물어봤어.

그리고 ‘삼프터땐 무조건 고백이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잖아??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거 같아.
앞으로 소개팅 할 사람들은 주의해.
나이가 좀 어리면 괜찮은 거 같아.
이젠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할 때나 정말 신중한 사람이면 해당 안 되는 거 같아, 본인이 차은우급 외모 아니면..?

말이 좀 길었는데 나는 삼프터 때 한강 주차장에서 고백했다가 보류당했어..
내 진심이 even하게 익지 않은 이유였지.

장난이고ㅋㅋㅋㅋㅋㅋ
그애가 본인의 마음을 잘 몰라서 대답 자체를 할 수가 없고 더 만나면 알 거 같대.

그 후로 자꾸 무슨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거야.
뭔가 말 해주길 바라는?
나는 7프일 때인가 그때 또 고백을 했어 같은 자리에서 ㅋㅋㅋ
또 보류 당했지..

한 소개팅에서 2고백 2차임 기록은 나밖에 없을 거야 아마.

그땐 이제 끝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해서 계속 이어지더라구.
나는 이제 부담 안 주고 불편하게 하지 말아야겠다（고백 포함） 다짐하고 만났어.

--------------알 사람은 아는 사전 설명은 여기까지-----------------

저번주에 그 아이 생일이 있었고 나는 당일에는 만나기 어려워서 생일 하루 전에 만났어.
생일 선물로 작은 선물이라도 사주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괜찮다고 한사코 거절하더라.
그렇게 저녁까지 먹고 집에 가려는데 한강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

그렇게 우리가 자주 가는 （내가 두 번이나 고백한 ㅠ）한강에 갔는데 이번에도 뭔가 분위기를 만들더라.
‘이번엔 고백공격 안 한다’ 생각하고 있는데 그 애가 갑자기 할 말 있다고 하더라.
많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어.
그 애가 왜 우리는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 하냐고 하더라.
나는 그 때 머리가 띵했어.
내 고백공격이 차이고 나면 그 애는 “대화를 많이 하고 싶다”고 했었거든.
나는 그게 그 워딩 그대로 ‘대화’를 의미하는 줄 알고 마치 그냥친구처럼 연애만 쏙 뺀 대화를 했었어.
많이 답답했을텐데 오랜 시간 동안 만나준 게 너무 고맙더라..

그 얘기를 듣고 그자리에서 바로 그 얘기를 하기엔 좀 어색할 거 같으니까 다음에 만나면 그때 대화를 나누자고 하고 집에 데려다 줬어.

생일 당일.
나는 우리가 특별한 사이도 아니고 선물을 부담스러워 하는 거 같기에 더이상의 부담은 주기 싫어서 축하한다는 말만 했고 그렇게 지나갔어.

또, 언제는 바다 가고 싶다는 말이 기억나서 동해 놀러가자고 했어.
이때가 뭐라고 고백만치 떨리더라구.
그 애는 물어봐줘서 기쁘다고 수락해서 며칠 전에 놀러갔다 왔어.

그 애가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왔는데 빨대는 하나 밖에 없다고 같이 먹자고 하더라.
한 빨대로 같이 먹는게 참 부끄럽더라.
처음이었어.
그 날부터는 이제 서스럼없이 내가 먹던 음료도 내 빨대로 먹더라.
많이 친해진 거 같아서 좋았어.

점심 먹고 카페에서 그제서야 서로 연애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어.
대화를 하다보니까 그 애의 외적이상형과 나는 거리가 아주 멀더라구.
그래서 “나랑 너의 외적 이상형이랑은 거리가 먼데 왜 이렇게나 시간을 써가면서 만나주냐”고 물었어.
그 애는 내가 내적 이상형과 너무 맞고 그냥 좋은 사람 같아서 그건 필요없다고 하더라.
부끄러웠어 내가 뭐라고.

그렇게 저녁 먹고 집에 가기 전에 바다 앞에 앉아 있는데 이 얘기를 하더라.
“좋아한다는 사람 생일인데 어떻게 케이크 하나 선물 안 해줄 수 있어?”
너무 서운해 하길래 진짜 미안했어.

그거 말고도 몇 번 서럽게 했었는데 그게 그 애 마음에 확신이 드는 걸 방해한 모양이었어.
내가 연애경험이 없어서 이렇게 서운하게 할 때마다 힘들 거 같아서 고민이 됐었다고 하더라.
내가 표현을 너무 안 해주는 것도..
그때 내가 모쏠인 게 참 밉더라..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이면 여자가 원하는 게 뭔지 캐치해서 서럽게 하지 않았을텐데..

그래도 여행 좋게 잘 마무리 하고 집까지 바래다 줬고 지금도 연락 중이야.
주말에 한 번 더 보기로 했는데 이젠 이 요상한 관계를 끝낼 때가 된 거 같다.

두서 없고 글 쓰는 재주 없는 내 긴 글을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