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라운드 시작하겠습니다.”


딜러는 검지 끝부분을 물어뜯고는 붉은 피로 아까 그은 선의 끝부분에서 시작되는 선을 그었다.

딜러의 엄지를 봤는데 놀랍게도 아까 물어뜯었던 상처는 어디에도 없었다. 딜러는 손끝의 피를 살짝 맛보고는 말했다.


“그럼 선 플레이어께서 차례를 진행에 주세요.”


중년 남성은 묘지에서 카드를 2장 가져갔다. 그리고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첫 라운드보다 신중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주사위를 굴리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고심 끝에 굴린 주사위의 결과는 해였다.


“해가 나왔습니다. 붙어있는 악령이 없으니 손에 들고 있는 카드 중에 하나를 지옥에 버려주세요.”


“달이 안 뜨는 날인가”


중년 남성은 중얼 거리며 지옥에다가 카드 하나를 버렸다.

뱀파이어 카드였다.

이어서 안경 쓴 남자가 묘지에서 카드를 2장 가져갔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주사위를 굴렸다.

해가 나오자 안경 쓴 남자가 씨익- 기분 나쁘게 웃었다. 더 이상 그에게서 포커페이스를 찾을 수 없었다.


“해가 나왔습니다. 태우실 악령을 선택해서 지옥으로 버리십시오.”


그는 가면 쓴 여자 뒤를 응시하며 말했다.


“지옥에 떨어져라 멍멍아”


그는 자신에게 붙어있던 늑대인간 카드 2장을 지옥에 버렸다.


“소름끼치는군.”


“늑대 인간은 사라졌나요?”


내가 묻자 안경 쓴 남자가 대답했다.


“일단은 눈앞에서 사라졌어요. 상처는 그대로지만 그래도 한 시름 놨네요.”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있었다. 이어서 가면 쓴 여자가 카드를 2장 가져갔다.

그녀의 손에는 4장의 카드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카드를 하나하나 건드리다가 주사위를 굴렸다.

다시 한 번 달이 나왔다.

그녀에게는 두 번째 뜬 달이었다.


“달이 나왔습니다. 악령을 붙이시겠습니까?”


안경 쓴 남자가 의식하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아마도 악령을 실제로 마주한 게 충격이 큰듯했다.

그녀는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붙이지 않겠습니다.”


달이 떴는데 악령을 붙이지 않는 거라면 손에 있는 4장이 전부 다른 카드이거나, 지옥에 원하는 카드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벌써 두 번째 달이다.


“그러면 현재 지옥에 있는 카드가 5장이니 원하는 카드 2장을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그녀의 손이 지옥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아까 안경 쓴 남자가 태워버린 늑대인간 2장이 가장 유력해 보였다.

어쨌든 페어를 이루어야 악령을 붙일 수 있으니.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뱀파이어 카드 한 장과 악마 카드 한 장을 가져갔다.

그렇다면 손에 적어도 뱀파이어 카드나 악마카드가 있다는 소리였다.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딜러가 말했다.


“다음 플레이어는 차례를 진행해 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현재 내 손에는 뱀파이어, 악마, 광대 카드가 각각 한 장씩 있었다. 적어도 한 장은 겹치기를 바라며 묘지에서 카드 2장을 가져왔다.

뱀파이어 카드 한 장과 늑대인간 카드 한 장이 나왔다.

뱀파이어 카드가 2장.

나는 달이 나오길 바라며 주사위를 굴렸다. 주사위는 또르르 구르다가 멈췄다. 달이 나왔다.


“달이 나왔습니다. 악령을 붙이시겠습니까?”


딜러의 물음에 다른 플레이어들을 살폈다. 중년 남성이 손에 4장, 그리고 안경 쓴 남자와 가면의 여자 둘 다 손에 6장을 들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악령 카드가 적은 중년 남성이 공격하기 합당해 보였다.


“네 악령을 붙이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카드가 적은 중년 남성에게 카드 2장을 붙였다.


“내게 싸움을 거는 겐가?”


중년 남성이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바라봤다. 험상궂은 인상에 눈까지 찌푸리니 더욱 무서워보였다.

그는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는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어 웃옷을 벗었다.

그러자 그의 단단한 몸과 함께 흉터와 사신 문신이 드러났다. 꽤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상반신이었다.


“옆 친구처럼 옷이 찢기기는 싫어서 허허”


그는 말을 마치고 나를 지그시 응시했다. 순간 그의 목덜미에 이빨자국이 나타났고, 붉은 피가 흘렀다.

그는 피가 흐르는 목덜미를 손으로 틀어막고, 허공을 노려봤다.


“옷을 괜히 벗었군.”


그는 자신에게 붙은 뱀파이어 카드를 ‘쿵’ 내리치며 앉았다.


중년 남성 - 손에 4장, 붙은 악령 2장

안경 쓴 남자 – 손에 6장

가면 쓴 여자 – 손에 6장

나 – 손에 3장

지옥 - 3장

그렇게 2라운드가 끝났다. 앞으로 3라운드 남았다.





“세 번째 라운드 시작하겠습니다.”


딜러는 중지 끝부분을 물어뜯었다. 세 번째 보는 것이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딜러는 전 라운드에 그은 선에 이어서 또 다른 선을 그렸다. 뭔가 기하학적인 도형을 그리는 거 같았다.

딜러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선 플레이어께서 차례를 진행에 주세요.”


딜러가 말이 마치자 중년 남성은 카드를 2장 뽑으며 나를 노려봤다.


“당한 건 언제나 갚아주지”


주사위를 굴리자 달이 나왔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달이 나왔습니다. 악령을 붙이시겠습니까?”


딜러의 물음에 중년 남성은 내 앞에 4장의 카드를 붙였다.

명백한 복수였다. 4장 카드를 보자마자 아찔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는 내 앞에 유령 카드 2장, 미라 카드 2장을 붙인 상태였다.

규칙상 안 되는 행동이었다. 딜러를 바라보자 딜러가 중년 남성에게 말했다.


“악령은 한 라운드마다 각 플레이어에게 한 번씩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 종류의 악령만 붙여주십시오.”


중년 남성은 그게 뭐냐는 식으로 딜러를 바라봤다.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툴툴거리며 미라 카드 2장을 가져갔다.


“그럼 이건 다른 사람에게 붙여도 되나?”


딜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테이블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그것은 점차 형체를 갖추더니 내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끔찍한 몰골로 내 코앞에 멈췄다.

진짜 유령이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놀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유령은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내 주위를 돌았다.

‘악마가 오고 있어’

유령의 속삭임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중년 남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손에 쥐고 있던 미라 카드 2장을 옆에 있던 안경 쓴 남자에게 붙였다.

순간 안경 쓴 남성이 무언가 입을 막은 것처럼 숨쉬기 힘들어했다.


“흡! 흐업!!”


그는 의자에 일어나 발버둥 쳤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는 결국 눈이 뒤집히더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유령이 붙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딜러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검지를 그의 코에 갖다 댔다.


“죽지는 않았네요.”


“게임을 하다가 죽으면 어떻게 되죠?”


내 물음에 딜러가 처음으로 옅은 미소를 보였다.


“죽는 거죠.”


말을 듣고 멍했다. 죽는 거라니. 그 사이 안경 쓴 남자가 숨을 크게 몰아쉬며 일어났다.


“허어어어어억!! 콜록! 콜록!”


“괜찮아요?”


“그 부자의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 괜히 참가했어.”


그는 옷을 털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다음 플레이어께서 차례를 진행에 주세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 이제 확실히 알겠어.”


그는 말을 마치며 카드를 가져갔다. 그리고 주사위를 굴렸다. 또 다시 달이 나왔다.


“달이 나왔습니다. 악령을 붙이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안경 쓴 남자는 가면 쓴 여자의 앞에 늑대인간 카드 2장을 붙였다.


“악의는 없습니다.”


그는 악에 받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가면 쓴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뭡니까? 어째서 이 여자는 멀쩡한 겁니까? 지금까지 악령은 붙은 사람들은 모두 공격을 받았는데 왜 멀쩡한 거죠?”


“주인을 무는 개는 키우지 않거든요.”


가면 쓴 여자에게서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를 포함한 다른 플레이어는 굳어버렸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가 잡아서 봉인한 악령들이 저를 공격할 리가”


“당신이 이 저주받은 게임의 주인이었군. 소원이나 들어줄 준비나 해둬, 이기는 건 나니까”


가면 쓴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 플레이어께서 차례를 진행에 주세요.”


“아직 잠깐!”


안경 쓴 남자가 다급히 소리쳤다.


“아직 악령 붙일 게 남았습니다.”


그는 미라 카드 2장을 옆에 앉은 중년 남성에게 붙였다.


“똑같이 복수하는군. 크흡!”


아까 안경 쓴 남자가 당했던 것처럼 중년 남성은 숨이 막힌 듯 보였다. 하지만 엄청난 정신력으로 버텼다.

새빨개진 그의 얼굴에 터질 거 같은 핏줄이 돋아났다.


“후, 소원도 이루지 못했는데 죽을 수는 없지”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럼 다음 플레이어께서 차례를 진행에 주세요.”


다음은 가면 쓴 여자의 차례였다. 그녀는 묘지에서 카드 2장을 가져갔다.

이로써 그녀의 손에는 카드가 8장이 있었다.

달이 나오면 무조건 악령을 붙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녀는 주사위를 굴렸다.


“해가 나왔습니다. 태우실 악령을 선택해서 지옥으로 버리십시오.”


딜러의 말에 그녀는 자신에게 붙어있던 늑대인간 카드 2장을 지옥으로 보냈다.

지옥에는 유령카드 1장과 늑대인간 카드가 무려 4장이나 있었다.


“그럼 다음 플레이어께서 차례를 진행에 주세요.”


나는 묘지에서 카드를 가져왔다. 악마 카드와 미라 카드였다. 이로써 악마 카드 2장으로 붙일 수가 있었다.

나는 다른 플레이어의 카드를 살폈다.

중년 남서에게 뱀파이어 2장, 미라 2장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안경 쓴 남자에게 미라 2장, 가면 쓴 여자는 붙어있는 악령이 없었다.

나는 생각을 하며 주사위를 굴렸다. 운이 좋게 달이 나왔다.


“달이 나왔습니다. 악령을 붙이시겠습니까?”


악마를 붙이려는 찰나, 생각을 좀 더 했다.

현재 3라운드,

손에 들고 있는 2장의 악령 카드를 붙이는 것도 좋지만 더 많은 카드를 모아 한 번에 많은 악령을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남은 4, 5라운드에 달이 한 번 안 나올까.


“아뇨, 붙이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현재 지옥에 있는 카드가 5장이니 원하는 카드 2장을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지옥에는 유령카드 1장, 늑대인간 카드 4장이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늑대인간 카드 2장을 가져왔다.

손에는 늑대인간 카드가 3장이 들려있었다.

2장보다 많은 악령을 붙이면 어떤 공격을 할까?


중년 남성 - 손에 2장, 붙은 악령 4장

안경 쓴 남자 – 손에 4장, 붙은 악령 2장

가면 쓴 여자 – 손에 8장

나 – 손에 7장, 붙은 악령 2장

지옥 – 3장


그렇게 꼴찌로 3라운드가 끝났다. 앞으로 2라운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