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요약 : 우울 70 짜증 20 희망10

그리 도움 안되는 가족과의 불화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로 혹시나 모를 같은 아픔을 가진 분들에게 띄웁니다. 이번에도 즐거운 유머글이 아니라 미리 죄송하며 시작합니다.

저의 소소한 즐거움 중 가장큰 활력소는 여기서 재밌는 글을 읽으며 화장실에서 변기위에 앉아있는 겁니다. 근데 주말 글리젠 속도보면 죽창들고 밖에 나가 자셔님들 사냥하고 싶어져서 우울해지네요.  그러다 가족불화글이라도 하나 읽게되면 맥주없이 잠을 잘 수없는 밤이 됩니다.

어릴때 공부안해놨다고 거짓말했다고 하교후 늦게 들어왔다고 이유란 이유는 모두 묵살하고 두들겨 패던 아부지, 뭐 그런 광경에도 당신 멘탈 흔들리지 않게 놀러나가시던 어머니.

하,  공부하다가 샤프펜슬 쓴다고 싸대기 맞으니 걍 눈물만 핑돌다가 말았네요. 눈물이라도 흘리면 공부 못따라 갈까봐요. 

여튼 이런 유년기의 단편들로 더 설명하지 않아도 분위기 대충 읽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아린 아부지, 가끔 티격태격거려도 쇼핑도 다니고 맛난거 같이 먹으러 다니는 어머니로 사이는 좋습니다. 

제가 보살이라서? 부모님이 잘못을 깨닫고 극적인 화해를 해서?

아니죠. 이 모든건 제가 제마음 편하자고 내린 결론의 결과물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그때 그런 일들이 제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기억하시더군요.  하라는거 안하고 거짓말이나 살살해서 그렇게 된거라고. 국민학생이 무슨 대단한 거짓말로 부모님을 속이면 다리에 피멍이 들어야 할정도로 맞아야하는 건지는 제 기준에서 알도리가 없지만 뭐 그렇다 칩시다. 

24살의 어머니와 28살의 아버지는 두분다 초보셨습니다.  처음 가져본 자식,  훈육,  교육 이런 것들이 너무도 힘겹고 낯선 지금 기준으로는 너무나도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부모 였겠죠. 아는거 없고 배운바없는 당신들은 그게 방어 기제이자 최선이였습니다. 자식이 본인들 기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그렇게 밖에 제어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어느날 갑자기 부모가 되버린 가엾은 존재입니다. 

당신들도 이제 처음 인생에 홀로 첫발을 디디자 마자 선봐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결혼해 허니문 베베로 장녀인 제가 태어나고 곧이어 동생 태어나고 （동생은 사연많은 넘.  나중에라도 썰풀고 싶지만 혹시 볼수도 있을까봐 넘어갑니다.） 인생 쓴맛이 휘몰아치는 굴곡의 한가운데로 걸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그럼 훌륭하게 자식 장성시켜 서울대보내고 매 안들고 키워낸 우리부모님은 뭐날때부터 부모자격이 있으셨냐? 하고 묻는분은 오늘부터 본인을 우물안의 개구리라고 생각하시면 딱 맞을겝니다. 

말이 잠깐 셌네요. 제가 내린 결론은 그랬습니다. 그상황에서 그럴수 밖에 없던걸 이해하려합니다.  용서는 아마 죽어도 안될겁니다.  잊혀지지 않는걸 보면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그 응어리가 평생 남을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조금 풀어드린 제 유년기의 썰입니다.  제가 무슨 소리를 해도 지금 힘든 분들에게는 도움이 안될꺼고 귀에 들어도 안들어오겠죠.  공감도 안되고 그래서 어쩌자는거야.  넌 지금 사이좋다며? 용서? 말은 쉽지. 죽을만큼 힘든데 나보고 어쩌라고. 

네. 사실 그렇습니다. 제 이야기를 읽는다고 현실이 홀라당 뒤집어지지 않습니다. 단지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괴로운 분들에게 이런 미래도 있고 결과는 본인이 만들어가는 거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네요. 


저도 딱 하나 그때 말하지 못해서 억울함이 남았는데 날 때리던 아버지께 맞는 날 그냥 두고 돌아서는 어머니께 '당신들이 아무리 힘들고 모른다고 해도 이건 아니자나요. 저 아직 어린아인데 왜 이렇게 맞아야 하나요? 정말 이럴정도로 제가 뭘 잘못했나요. 다 기억할꺼예요.  복수도 할꺼예요.'

이랬더라면 얼마나 속이 시원했을까요. 


각주 가슴아린 아부지 부분에서 오해하실까봐.  건강하게 잘살고 계십니다. 단지 떨어져 살고 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