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쯤 겪었던 이야기야.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아파트는 아파트 아이들끼리 사이가 참 좋았어.

학교 끝나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거나 놀이터 뒤편에 있던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탐험놀이를 하면서 놀거나 했지.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아이들이 모두 학원을 다니던 때는 아니어서, 놀이터에 가면 꼭 몇 명 쯤은 있었거든.

여튼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놀이터에 가보니 친구들은 없고 평소에 못 보던 애들이 있는거야.

처음에는 무서운 형들인가 싶어 경계를 했어.

（그때당시 불량한 중학생쯤 되는 형들이 놀이터에 와서 우리들을 괴롭히곤 했거든. 뭐 나중에 당시 양아치이던 사촌형이 내 부탁을 받고 크게 혼내줘서 안 오게 됐지만）

하지만 경계도 잠시, 나는 금새 그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게 되었어.



그런데 한참을 놀더니, 그 아이들이 재밌는 데가 있다며 나를 꼬셨어.

자기들만의 비밀기지가 있다는 거야.


그말을 들은 나는 좋다고 했고, 아이들은 나를 우리 아파트가 아닌 다른 아파트로 데려갔어.

그리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거기에는 벽 즈음에 작은 문이 하나 있었어.

그 문은 초등학생인 내가 기어들어가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을 정도로 작았고.

그런데 그 아이들은 그 문을 열며 그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하더군.

문 안에는 먼지밖에 없었어. 그리고 내부 공간은 내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았고.

그래서 내가 왜 여기에 들어가냐고 물으니, 자기들 비밀기지로 가는 비밀 통로라는 거야.

아무리 초등학생이지만 이 말을 쉽게 믿을리가 있어? 그래서 바로 니들이 먼저 들어가 보라고 했지.

내가 먼저 들어가라고 하니 우물쭈물 하면서 네가 먼저 들어가야 자기들이 들어갈 수 있다더군.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기이하게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점점 그 통로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하지만 겁쟁이였던 나는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는 핑계로 도망쳤어.





그리고 그 아이들은 다시 볼 수 없었어.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 아이들을 안다는 친구는 없었고,

친구들을 설득해서 같이 （무서워서）그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봤는데,


그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어.


결국 우리는 옆동네 아이들의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지금 생각하면 오싹한 게 말이야..

그 아이들은 왜 처음 보는 나에게 그런 장난을 건 걸까?


그리고 과연 내가 거기 들어갔으면..어떻게 됐을까?



나를 가둔 뒤 문을 잠그고, 내가 울고불며 빌면 비웃으면서 문을 열어서 꺼내 줬을까?





아니면..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