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헤네시스에서 만나


우리는 헤네시스에서 만나 달팽이를 잡았지
기억하니 내가 너에게 달팽이 잡으라고
헤네시스 너른 벌판에
빨포를 처음 떨구던 그 순간,
나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고

우리는 헤네시스 택시를 타고 와보를 잡으러 떠났어
불탄 돼지들이라니, 나는 전사,
너의 힐을 받으며 너에게 피를 전달받으며
나는 강해졌지 우리는 강해졌지 기억하니
엘리니아의 수많은 초록들

너의 힐을 받으며 너의 전자파를 쐬며
우리는 드디어 3차 전직을 했고
자쿰의 제단 그 살 떨리는 화염에서
우리는 필사적으로 힐을 주며 뻥을 주며
기억하니 네가 자투를 먹던 순간
나의 고확을
엘나스의 찬 벌판 건너

우리는 붉켄의 전장 1층에서 뛰어다녔지
빨포 대신 쭈쭈바를 나는 샀지만
네가 주는 힐이 좋았어 너의 힐은 너의 마법
너의 심볼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의 도어는 또 얼마나 황홀한지
너는 나를 부활시키기도 했었지

남둥 지나 우리가 혼테일 앞에 서던 순간,
드디어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기억하니 네가 혼목을 먹던 순간
나의 고확을

그런데

만나지 말 걸 그랬다
액정 속의 세계가 우리는 좋아서
매일 밤, 같이 동 트는 하늘을 봤지만
만나지 말 걸 그랬어
우리는 헤네시스 대신 엘나스 대신 우리는

어느 호프집에서 마주 앉아 맥주를 마셨지
만나지 말 걸 그랬어
내가 사랑했던 건 너일까 너의 힐이었을까
가상의

엘나스엔 오늘도 푹푹 눈이 내리고
엘리니아의 초록들은 푹푹 짙어지는데

우리는 호프집 구석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핸드폰만 만지고 있구나

미안해, 우리 이제
챗으로만 만나
혼테일로만 만나
정말 미안해

우리가 사랑했던 건 정말 우리겠니

*
흑역사를 시로 승화해 봤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