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생들은 꼬꼬마시절 포켓몬, 디지몬은 꼭꼭 챙겨봤을거라고 생각함.

나 같은 경우에는 형이랑 같이 수영하고 오면 바로 티비 앞에서 디지몬->포켓몬 순으로 보는게 국룰이었지 ㅋㅋㅋ

근데 최근에 친구들이랑 술 먹다가 포켓몬 얘기가 나왔는데 아무도 모르는 에피소드를 나만 알고 있단게 떠올랐음.

아마 그 때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니까 아마 90년대였을거임. 적어도 2002년 이전인건 확실함.

그 날 유난히 더웠던 걸로 기억함. 어머니가 저녁 준비하시는 동안 나랑 형은 땀 뻘뻘 흘리며 티비 앞에 있었거든 ㅋㅋㅋㅋㅋ

자~ 이젠 시작이야~하는 흥겨운 오프닝 곡이 끝나고 나온 첫 화면은 로켓단 일당이었음.

시덥잖은 만담과 몸개그로 분위기는 상당히 밝았음.

로켓단 일당이 세운 계획이 뭐였냐면, 원격에서 전기를 흡수하는 기계로 피카츄의 힘을 빼는 거였음.

한편 지우네는 지우와 웅이 싸우고 있었어.

피카츄는 옆에서 기운 없이 "피카~~" 이러고 있었고, 이슬이만 그런 피카츄를 걱정하고 있었지.

결국 웅이는 혼자 가고 지우와 이슬이는 힘 없는 피카츄를 데리고 숲 속 병원으로 데려가.

간호순이 피카츄를 치료해주는데 지우는 아직도 웅이에게 화가 나있었고,

그 때부터 조금 무서웠던게 중간중간 피카츄를 비춰주는데 소름돋을 정도로 야위어있었어.

어린 마음에 통통하고 귀여웠던 피카츄가 안색이 안좋아지고, 볼이 쏘옥 들어가면서 쪼그라드는（?） 느낌이었어. 지금 생각하면 피골이 상접한다는 표현이 정확하겟네.

내가 그 에피소드가 아직도 기억나는게, 포켓몬 특유의 밝은 분위기가 느껴졌던게 지우와 웅이가 말다툼하는 장면까지였고

그 이후로는 피카츄가 넓은 침대에서 천천히 죽어가는게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물론 중간에 로켓단이 자기들의 계획이 통한다고 좋아하거나, 웅이가 화해하기 위해 돌아오거나 하는 것도 있었지만

꼬꼬마였던 내게 피카츄가 죽어가는데 좋아하는 로켓단의 모습과 웅이가 피카츄를 보자 죽음을 거스를 순 없다, 우리 마음의 준비를 하자 등의 얘기를 했던 것도 기억난다.

마지막에는 피카츄가 거의 미라마냥 쪼그라들어갔고 간호순, 지우, 웅이는 그런 피카츄를 우울하게 바라보고, 이슬이는 결국 울었어.

결말이 비가 내리자 전기를 잔뜩 머금었던 로켓단의 기계가 망가지고, 피카츄는 금세 회복해서 여행을 재개했던 걸로 암.

초딩도 아닌던 당시의 난 이 에피소드가 엄청 무서웠지만 옆에 형이 있어서 허세 부리면서 끝까지 봤었지.

이후 꺼무위키에서 블랙 닌텐도니 뭐니 하는 걸 볼 때마다 그 에피소드에 관한 얘기는 없더라.

형한테 물어봐도 기억 안난다고만 하더라구.

내 기억이 맞다면 로켓단이 피카츄를 죽이기 직전까지 가고 장례까지 준비했었는데, 아무도 모르더라.

난 아직도 기억나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