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여자친구랑 통화하는데 여자친구가 갑자기
'오빠의 첫사랑은 어떤 사람이었어?' 라고 물었다


내 첫 사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고
사귄 건 아니지만 얼추 썸 정도는 탔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사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한 번씩 생각나는 사람이야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었고
내가 스무살 때 날 데리고 귀걸이를 파는 가게에 가서
'좀 꾸미고 그래라'라며 귀를 뚫게 했는데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둘
그게 그 친구랑 똑같은 갯수와 똑같은 위치였다
내가 아파하니까 며칠이나 직접 연고를 발라주던 아이였고
'내꺼 사는김에 너꺼도 샀어'라며 자기꺼랑 같은 피어싱을
나한테 건네곤 했었다
연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말이라던지
포옹이라던지 키스같은 스킨십도 전혀 없었지만
그럼에도 내 안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었다
군대에 갔을때도 한 번이지만 친구 중에는 유일하게
면회를 와 준 사람이었고
대학을 7년이나 다닌 나에게 있어서
먼저 사회인이 된 그 친구는 누나처럼
뒤에서 나를 챙겨주는 좋은 친구였다


여자친구한테 '글쎄 기억이 안 나는데ㅎㅎ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나?'라고 둘러댔고
여자친구는 그 이상은 묻지 않았다


근데 오늘같이 많은 술을 마신 날에는 보고싶다


어머님이 말씀 해 주시길
그 친구의 방에 소중한 물건을 담아둔 상자가 있었는데
아이돌의 포토카드나 어릴 때 썼던 다이어리
언니가 사준 머리끈 첫 해외여행을 갔던 비행기 티켓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끈질기게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써줬던 생일 축하한다는 내 편지를
관에 함께 넣어 주셨다고 했다


겉으로 내색 한 적은 없지만
나는 너를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같은 밤에는
함께 걸었던 동성로 거리도
갑자기 떠나게 된 부산행 고속버스도
너가 그렇게 좋아하던 헤이즐넛 커피도
나를 잡아끌던 그 작고 따뜻한 손도
무엇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없다

아직도 나한테는 3개의 피어싱이 있어
너랑 똑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