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는 파키스탄 간호사가 없다.'는 말을 하기 전에는
종로의 범주가 실제로 매우 넓다는 것을 염두해야겠지

우리는 '종로'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곳의 특징이나 인상을 기억할 수는 있지만
종로에 해당하는 공간을 모두 떠올리기는 쉽지 않으니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 어딘가에는
진짜로 파키스탄 간호사가 하나쯤 있을 수 있으니 말야

종로라는 언어를 우리가 입에 담는다고 해서
그것이 종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듯이

'미국'이나 '백인', '흑인' 같은 단어 또한 그러한데
이것이 언어의 안타까움이 아닐까

우리는 '미국'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시애틀의 절반도 그릴 수 없지만
우리의 인지 속 '미국'이 견고한 실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래서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싸우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