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겪은 실화입니다.
짧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 그냥 여러분께도 알려드리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는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다녔다.

초등학교에 인원수는 40명 남짓, 담임 선생님은 유독 히스테릭한 분이었다. 아직 결혼을 못한 이유에서 였는지 업무상 겪는 스트레스였는지 같은 반 아이들 모두에게 신경질 적인 언행을 일삼았고, 체벌은 항상 청소와 훈육을 가장한 체벌이었다.

체벌 도구는 쇠로된 30센티 자였다. 날을 세워 좁은 면적으로 내리친 자는 삶은 닭발 같은 초등학생 손등에 떨어졌다.

놀랍게도 이 체벌은 멍드는 일 없이 트라우마만 10년 넘게 남긴다. 나는 떨어지는 모든 날카로운 쇠붙이에 그 기억을 느끼며 두려워한다. 떨어질 때 감각은 차가움 고통 뜨거움 욕설이었다.

선생는 내게 인격적으로 모자란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고 부모님에게 내 잘 못을 알렸을 때 얼마나 부끄러울지를 아이들에게 말하며 어린 아니에게 저신이 아는 사회적 수치와 고통을 가르쳤다.

그렇기에 나는 자살을 결심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숙제는 하지 않았다. 친했던 반 아이가 얘기했던 교직원 평가에 반 평가가 들어간다는 이유에서 온 반항심이었다.

그러나 그 결정은 나에게 죽을 듯한 스트레스와 두려움, 부모님에게 알려졌을 때 겪을 공포로 다가왔다. 당시 아버지는 엄격하신 분이었고 어머니는 잔소리가 심한 분이었다.

지금에야 그 때 그랬던 이유를 알지만 부모님은,

내가 지살을 결심했었다는 걸 모르신다.

나는 동그란 클립으로 연결된 영단어 장에,

'죄송해요 엄마 아빠'

라고 글을 쓰고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려했다. 동물이 그려진 영단어 장에는 캥거루가 있었다. 결국 영어로해도 캥거루인데 왜 외웠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간다. 그래서 거기에 적었었나보다. 캥거루는 현관문 앞에 잘 보이게 놓았다. 이제 초라한 내 자신이 남았다.

옥상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8월 초, 태풍이 불 때 였던걸로 기억한다. 무슨 태풍이었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초등학교 3학년생에게 바람은 유난히 등을 떠미는 기분이었다.

옥상 문을 열고 난간에 서니 5층밖에 안됐던 아파트도 높아보였다. 바닥으로 떨어져 피떡이 될 내가 예상이 됐고 장난감만 밟아도 아팠던 기억이 온 몸에 퍼질 거라 여기니 무서워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아닌 이유, 맞벌이 부모님이 나를 봐줬으면 하는 심리도 조금은 섞여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죽으려 했었다.

말을 해도 들어줄 거 같지않은 부모님과 우등생인 누나, 성인처럼 아이의 인격을 무시하는 선생님,

나는 충분히 괴로웠었다.

나는 난간에 올라섰고 캐릭터가 그려진 운동화, 기억이 나지않는다 아마 사자 머리에 축구 선수 옷을 입은 캐릭터였지, 난간은 좁았고 바람은 세찼다.

등떠밀지 않아도 나는 떨어질 수 있었고 바람은 내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불었다. 시멘트 바닥은 유독 하얗게 보였고 나는 떨어지려했다.

분명 떨어지려했지만 발과 다리는 내 의지와 다르게 못 박힌듯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미련이나 부모님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었지만 누가 굳건히 잡은 듯이 꼼짝않고 굳었었다.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

나는 오른쪽에서 불던 바람이 얼굴로 끼치자 눈을 감았고 엉덩이만 조금 아려왔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죽을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평생 사회 생활이 고통이라 느끼는 사람 치고는, 겉으로 티내지 않으며 잘 살고 있기에 그렇게 느낄 것이다.

어찌됐든 바람이 내 뒤에서 불지 않았던 건 행운이었다. 나는 곧바로 엉덩이가 이렇게 아픈데 떨어지면 얼마나 아플까하는 초등학생 다운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캥거루라고 적힌 영단어장은 변기로 빨려들어갔고 나는 이렇게 살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행운과 죽음은 단지 우연에 지나지 않는 다는 걸.

우연에 삶을 맡기기엔 내 인생이 너무나 초라해보일 수 있기에 나는 자살을 생각할 때 오히려 웃어 넘기곤 한다.

혹시 자살할 생각이 있다면 하지 마라 죽을 것 같아도 당시에 겪을 죽을 것 같은 기분일 수도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