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초등학생이고 내 여동생이 유치원생일적에

부모님이 맞벌이 하셔서 우리 둘이 집에서 막 숨박꼭질하고 술래잡기하고 노는 경우가 많았음

그날도 부모님이 아직 안돌아와서 동생이랑 숨박꼭질 했는데 내가 술래였었음

30까지 세고 찾으려는데 안방들어가니까 인기척이 느껴지는거야

안방 들어가면 한쪽 벽을 장롱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게 벽보다 조금 짧고 두꺼워서 방 한구석에 잘 안보이는 공간이 하나 있었음

평소에 자잘한 잡동사니 같은것들 쌓아놓는데 어린애들 들어가기에 알맞아서 동생이나 나나 거기에 자주 숨곤 했었음. 거기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던 거지

저기 숨었구나 하고 놀래켜줄려고 살금살금 다가갔는데

이상하게 다가갈수록 뭔가 좀 꺼림직한 기분이 드는거야

뭔가 좀 이상하고 겁도 좀 나서 빼꼼 얼굴만 내밀어서 봤는데, 난 바로 비명지르면서 달려나왔었음.

거기 쌓여있는 잡동사니 중에 안쓰는 트로트 카세트테이프 같은것들도 몇개 널부러져 있었는데 그것들이 자기 혼자서 돌아가고 있었던거야. 케이스도 투명해서 그것들 돌아가고 필름 풀리는 것들도 생생하게 보이고. 빠르게는 아니고 좀 천천히 돌아갔는데 그게 더 무서웠었음.

아무튼 비명지르면서 나오니까 부엌에 숨어있던 동생이 놀라서 나왔었는데

바로 동생 손 잡고 작은방으로 튀어가서 문잠그고 동생 안고 덜덜 떨었음.

내가 아무말없이 그러고 있으니까 동생도 무서웠는지 울더라.

그렇게 저녁에 부모님 올때까지 그러고 있었는데 아빠가 우리 모습보고 놀라서 무슨일이냐고 물어서 안방에 이상한거 있다고 하니까 도둑인줄 알고 거실에 있는 야구방망이들고 안방 문 콱 여시더라

나도 아빠 뒤에서 안방 따라 들어갔는데 아까 그 꺼림직한 느낌같은게 안느껴지더라고 장롱 옆에도 아무렇지도 않고.

근데 장롱옆에 살펴보니까 소름돋는게 그 카세트 테이프 그것들이 분명 테이프 풀리는걸 내가 봤었거든.

근데 다시 보니까 테이프가 다 원래대로 감겨있더라고.

그날 밤에 잠 못잤었음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