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하늘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용한 황혼이었다. 쏴아 쏟아지던 소나기가 소란스러운 분위기도, 끈적끈적한 더위도 독차지하고 떠나버린 듯했다.
본 적 없는 얼굴의 장례 행렬이 내 옆을 지나간다. 내게는 조금도 시선을 돌리지 않고. 그들이 무엇인지 떠올리는 것은 간단했다. 그 행렬 속에 주눅이 든 표정을 지으며 걸어가는 언니의 모습이 있었기에. 평소와는 다른 검은 상복을 입고서 호흡조차 적막하게, 언니는 나를 지나쳐갔다.



「나중에 봐요」



그렇게 들렸다는 생각이 든 것은 대낮의 환상일까, 아니면.



　　　　　†



밤이었다. 나는 커피잔을 한 손에 든 언니의 옆에 앉아있었다. 우리들의 사이에 딱히 이야깃거리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언니는 갑작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니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드물다.



「전염병으로 말이죠」



언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묻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상이었다.



「지저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집의 아가씨였어요」
「지저에서 유명하다고는 해도, 말야」
「나쁜 의미는 아마 아니었다, 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어쨌든 간에. 아무튼, 나도 입장상 참례를 했지요」
「그건 수고했는걸」
「사람의 관혼상제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쉬운 일이니까요」
「이상한 시기에 돌아와버렸네」
「어째서？」
「으응, 어쩐지. 이유같은 건 없어. 그저 사람의 죽음이 엮였을 때 우연히 돌아와버려서 생각해봤을 뿐」
「죽음과 엮이지 않는 때는 존재하지 않겠죠. 누구든 언제나 죽음에 노출돼있습니다. 매체를 통해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일 뿐이에요」



미지근해진 커피를 홀짝여본다. 언니는 슬슬 두 잔째를 마셔갈 무렵이다.
우리들의 사이에는 언제나 그 정도의 시차가 있다. 거리가 있다. 커피 한 잔만큼.
우리들은 자매지만, 그러면서도 타인이었다. 어디까지나 뒤섞이지 못하는 개인과 개인의 모임에 지나지 않았다. 언젠간 스르르 떨어져버릴 듯한.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져버릴 듯한. 그런 한순간 속에서, 우리들은 대화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것뿐인데도 기적이라 생각된다.



「언니가 죽으면, 누가 장례를 해줄까」



나는 최대한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 언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니면 무뚝뚝한 표정으로） 「겉치레만이라면 여럿이 와주겠죠」라 대답했다. 「마음을 읽힐 걱정도 없을테니 기쁘다고 생각할까요」라고 무덤덤하게 덧붙이고서.



「당신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말은 얼마나 나를 꿰뚫어본 걸까. 어째서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가차없이 돌을 던지는 걸까.



「내가 죽는다면, 언니는 장례를 해준다는 거야？」
「시체가 발견된다면 말이에요」



팟, 전신의 핏기가 빠지는 듯했다. 「당신은 어디서 어떻게 사라질지 알 수 없으니까」 라고 말을 잇는 언니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완전히 비지 않은 내 잔. 언니는 세 번째로 자신의 잔에 커피를 따랐다.



우리들의 사이에는 한 잔의 간격이 있다.



　　　　　†



「장수한다는 건 좋은 걸까」
　


멍하니 중얼거려본다. 하늘이 넓다. 
나는 위를 바라보며, 멀리서 흘러가는 구름의 흐름을 계산하고 있었다. 47승 53패다. 정말 오래 놀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런 세세한 수를 기억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감탄했다.
나를 내려다보며 여우가면이 말했다.



「사는 것이 싫은거야?」
「싫지 않아」
「그러면 어째서 그런 말을 해」
「싫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장수하지 못했으니까」
「말해봐」
「저기, 어떻게 생각해. 당신은 천 년 이상 살아왔잖아, 여우가면」
「나는 하타노 코코로」
「알고 있어, 그치만 여우가면도 괜찮잖아」
「이것은 분노의 가면」
「그러면 가면」
「더 짧아졌잖아」
「가면 주제에 건방져」
「무슨, 요괴 주제에 건방져」



구름이 끊기고, 무너지고, 섞여서 흘러간다. 맑은 파랑이 거짓말같았다. 나한테는 어쨌든 그랬다. 언제나 그랬다. 거짓말처럼 생각됐다. 신기루처럼 어떤 것이라도 거기에 없다고 생각됐다.
없는 것은 누구일까. 거기에 있는 것은 누구일까. 나를 나라 정의하는 것은. 나를 나라 인식해주는 것은.



「계속 살아간다면, 여러 것들이 나를 두고 가버리겠지」



그것은 내게 친밀한 감각이었다. 나는 생각만큼 장수하지 않았는데. 나는 언제든지 남겨지는 듯한 기분으로 거기에 있다. 내가 없어도 세계는 잘 돌아간다. 내가 없어도 세계는 변함없이 돌고 있다. 그런 당연한 사실이 나를 남겨지게 한다.



「도구가 소유자를 잃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야. 소유자가 도구를 없애버리는 것이 자주 있듯이」



가면은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외롭기는, 해」. 무표정한 채로.



「도구인데도？」
코코로
「우리는 확실히 도구야. 하지만 마음도 있어」
코코로
「이름, 인가. 그야 이름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뭘 바보취급 하는거야」
「바보라고나 할까, 말야. 그런 잘 모르는 걸 잘도 당당히 말하네, 라고 생각해서」
「네녀석한테는 없어서인가」



가면이 말한다. 가면이 시끄럽다. 나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다.



「마음이 있든 없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하나하나 언급하는 게 이상해」



그러면서 가면은 내 눈동자 안쪽을 엿보려는 듯이 얼굴을 접근시켰다.



「그건 정말인가」
「얼굴, 가까운데」
「그건 정말인가」
「뭐가」
「그게 정말로 네녀석의 본심인가, 숙적？」



나와 가면의 거리는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깝다. 그렇지만 조금도 가깝지 않다. 나와 가면의 사이에는 5백년 이상의 격차가 있다. 커피 수준이 아니다. 
나는 언제든지 그렇다. 언제나 거리가 있다. 어떤 존재와도. 그것은 결코 가까워지지 않건만, 눈 깜빡할 때마다 자꾸만 멀어져간다.



「언제부터 숙적이 된 거야」
「네녀석이 내 희망의 가면을 빼앗았을 때부터」



가면은 여우 가면에서 여자 가면으로 얼굴을 바꾸고, 동정심을 드러내며 말했다.
「나는 네녀석보다 장수했어」.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뭐야 그건」
「기억은 언제나 아름다웠으니까」
「말해봐」
「기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억하고 있어. 나뿐만이 아냐. 우리가 기억하고 있어. 그렇게 남겨져. 남아. 우리들은 그렇게 해서 지금도 여기에 있어」



66개의 가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며 나를 둘러싼다. 
그 한가운데에서 가면은 조금은 풀린 표정으로, 미소를 짓더니.



「나는 네녀석이 제법 좋으니까, 숙적. 그러니 기억해주겠어」



그 모습에 나는 잠깐이지만 사랑스럽다, 라고 생각해버리며 말했다.



「나는 내일에는 잊어버리겠지만」



　　　　　†



멋대로 돌아가서 멋대로 커피를 마셔다. 이번엔 혼자서였다. 가면의 농담에 어울려주는 것도 질렸기 때문에 샤워를 하기 위해 돌아왔다.
달그락,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앉는 소파의 앞자리. 테이블에 두 명분의 커피가 놓여졌다. 언니였다.



「아아, 벌써 다 마실 무렵이었습니까」



나를 그제서야 알아채고, 언니는 정면의 소파에 앉았다.



「어째서」
「당신이 있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미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어째서」
「어째서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건가요. 어쩐지입니다. 나로서는 당신을 알아볼 수 없으니까요」


　
뿌리치는 듯한 말과 뿌리치는 듯한 어조. 하지만 나를 품는 듯한 말. 어째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당신이 거기에 있을 듯하다는 예감. 반 정도는 단순한 착각일지도 모르죠. 아니, 더 그럴지도요. 그렇지만 가끔은 맞기도 해요, 지금처럼. 혹시 이전에의 장례에서도」


　
장례식 중, 나를 지나쳐가는 언니에게서 들려온 말이 떠올랐다. 「나중에 봐요」, 그것은 비약도 환상도 아니었다.



「저기, 언니」
「네」
「나, 언니가 죽으면, 제일 앞자리에서 펑펑 울거야. 부끄러울 정도로, 울어버릴거야」


　
그것은 뼈아플 정도의 진실이다.
그치만 평생 말할 생각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누군가를 위해 우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언니가 없는 세계에서 사는 나를, 조금도 마음속에 그려낼 수 없다.



기억은 언제나 아름답다. 기대고 싶어질 정도로.
언니의 추억을 안고, 나는 거기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로 죽게 되겠지. 질식하여 죽어가겠지.



「나는, 당신이 죽는다면…… 사라진다면. 반드시 찾을 거에요. 언제까지나 찾고, 찾고, 찾겠지요. 그것만으로는 대답으로 불충분한가요？」


　
나는 커피를 전부 마시고, 언니가 타준 두 번째 잔에 손을 뻗었다.
우리들의 사이에, 커피 한 잔 분의 간격은 없었다.



「장수해야 해」
「당신이야말로」



쭉 기억하고 있으니까.

작가 후기

눈 깜짝할 새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지고, 조금이나마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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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조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