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가 한창 고등학교를 다닐 때 꿨던 꿈이에요.

점점 흐릿하던 시야가 밝아지면서 저는 책상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텅 빈 책장에서 몇 권 되지않는 노트를 꺼내 책상에 펼쳤습니다.

책상 위에 있던 필통을 꺼내서 필기를 하던 도중 시험범위를 추려놓은 중요한 공책을 학교에 놔두고 왔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바로 책을 찾으러 가야겠다 싶어서 책상에서 일어나 바로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어떻게 학교까지 이동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학교 앞에 저는 서있었습니다.

다행히 일자 철창으로 된 교문은 열려있었고 금방 들어갔다 나오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교문을 지나쳐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 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총 4층 건물 중에서 가장 높은 층인 4층에 3학년 교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앙 현관으로 들어가서 반 교실로 들어가서 책상서랍을 뒤졌는데 아무리 찾아도 공책이 보이지 않는겁니다.

그리고 사물함까지 열심히 뒤지고 나서야 야자실 제 자리에 그 공책을 놔두고왔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야자실로 들어간 저는 문 근처에 마침 자리가 배정되어 있었고 조금만 걸어가서 제 자리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제 공책은 없었습니다.


어떡하지.. 하고 공책의 행방에 대해서 한참 고민하고 있었는데 스릇스르릇 하고 천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4층 복도 끝에서 들려왔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는 걸 막연히 인지하고 있던 저는 그게 절대 사람이 아닐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도망치자고 생각을 했지만 도망치면 붙잡힐 것이 뻔했고 이미 야자실 근처로 그것이 금새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의자와 의자가 얼기설기 얽혀진 곳으로 당장 몸을 숨겨서 숨도 쉬지 않고 몸을 숙여 창문 옆을 지나가는 그것에게 보이지 않도록 숨었습니다.

스릇스릇스릇스릇- 하고 천끌리는 소리가 숨어있는 의자 너머, 벽 너머를 통과해서 제 귀로 꽂혔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쾅뛰고 마른 침을 삼켰습니다. 그것은 다행히 야자실을 넘어 아자실 옆에 있는 화장실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저는 바로 야자실 문을 열고 화장실 반대쪽으로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그리고 중앙 계단으로 도착했을 땐 이미 뒤에서 무언가가 급격하게 다가온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중앙계단을 빠르게 뛰어내리면서 저는 절대로 뒤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죽을 것 같았습니다.

3층..2..층..을 도착했을 땐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부서진 의자로 막혀있었습니다.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건 없었는데..

결국 2층 현관에서 방향을 꺾어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다른 출구쪽으로 뛰어야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정문 근처에 있는 출구쪽으로 뛰어갔고

당장 뒤에는 죽일 듯이 사람을 쫓아오는 그것은 더욱이 제 뒤쪽으로 바짝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스릇스릇스릇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귀를 갉아먹듯이 귓속에 울렸습니다.

어찌저찌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다시 찾아서 1층 현관으로 다시 빠르게 도망친 저는 재빠르게 운동장을 가로질렀고

눈 앞에는 잠긴 교문이 보였습니다.

저는 뛰던 걸음을 멈추고 서서 교문 철창을 잡고 포기한듯이 학교 바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제가 어디로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것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를 노리고 빠르게 철창을 잡아 교문을 넘어갔습니다. 아마 그것은 제가 넘을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했겠지만...

확실히 저는 머릿속에서 이것만이 학교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문을 뛰어넘은 저는 집으로 뛰어가며 교문에 서서 '또 오게 될거야'라고 중얼거리는 그것에 대해 소름돋아 하면서

재빠르게 집에 와서 다시 책상에 앉았습니다.

밀폐된 방 안에서 점차 제정신을 되찾으며 학교에서 가져온 노트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을 정리하던 저는 제가 찾던 책이 책들 밑에 깔려있던 것을 발견하고 꺼냈습니다.

책을 펼쳐 필기를 확인하다가 문득 이 책의 맨 뒷페이지를 확인해야한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책 맨 뒷페이지를 펼쳤을 때

[가지마]
[가면안돼]
[절대로 가지마]

빨간 글씨로 뒷 페이지는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계속 학교에서 기시감을 느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왜 그것이 걸음이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왜 뒤로 돌아보면 죽는 것인지, 교문 앞에 멈춰서면 왜 뛰는 것을 멈추는지....

그리고 '또 오게 될거야'라고 중얼거렸는지...



사실 예전에 한 번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꿈 속에서 깨달아버렸습니다.

예전에 꿈을 꿨을 때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끔찍한 악몽을 반복하지 않도록 중요한 공책 뒤에 글씨를 적어놓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다시 가면 안된다고 강렬하게 생각했으면서 다시 학교에 가서 있지도 않은 공책을 찾기 위해 학교로 뛰어 들어갔다는 것은

정말 '또' 학교로 가게 되어서 그 때야말로 정말 잡혀 죽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