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는 재작년 겨울에 실제 본인이 겪은 일입니다.

할머니댁이 진짜 완전 시골입니다. 할머니댁이 있는곳에서 제일 가까운 집이 300m쯤 가야 있을 정도고 다른집도 서로 그정도 거리를 가지고있는 그런 지역입니다.

가게는 당연히 없고 차타고 20분을 달려야 시내에 농협이 있는... 동해쪽에 있는 깡촌 시골 동네입니다.

가로등도 별로 없거니와 시설이 노후되어서 불빛도 약한 곳입니다. 어렸을때부터 명절이면 자주 가던 할머니 댁이라 크게 무서워하진 않았고 오히려 그 차분한 어둠에 마음이 편해질 정도였습니다.

주변에 불빛이 거의 없으니 밤하늘에 별은 진짜 엄청나게 보였습니다. 저는 별똥별이 뉴스에서 관측예보가 나와야지만 볼 수 있는건줄 알았는데 거기선 심심치않게 볼 수 있을 정도 였어요. 그정도로 주변 불빛도 적었습니다.

할머니 댁에 오면 으레 하던것 처럼 저와 동생은 할머니댁 처마 아래에 앉아서 별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렸을때부터 자주 봐왔던터라 할머니댁에 오면 자주 하는 별구경이었죠.

한참 하늘만 보다가 동생은 질렸는지 핸드폰 하고 저는 목이 아파서 목을 돌려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도수체조에 나오는 그런 목돌리기 스트레칭이요.

정신줄 놓고 헤드뱅잉 하고있는데 돌아가는 간접 시야에 흰색 뭔가가 보여서 고개돌리는걸 멈추고 흰색이 있는 곳을 쳐다봤습니다. 그곳에는 뭔가 희끄무리한게 달빛에 반사되어 펄럭이고 있었죠. 깃발처럼 펄럭거리는건 아니라 뭔가 위화감이 심했습니다. 거리는 한...20m?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동생에게

‘ 야 저게 뭐냐?’
라고 질문을 했으나
핸드폰 하던 동생은 어둠속에있는 그게 잘 안보이는지

뭘 말하는 거냐며 연신 되물었고
저는 계속해서 저기저기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동생도 어둠에 적응이 됐는지 유심히 보더니
‘흰색 펄럭이는거 얘기하는거야?’
라고 하길래 맞다고 한 뒤 뭐같아 보이냐고, 귀신아니냐고
장난 삼아 물어봤습니다.
저는 귀신을 좀 무서워 하는 편이고
동생은 귀신 그딴거 전혀 안무서워 하지 않는 애라
그딴게 어딨냐며 오히려 무안을 줬습니다.
저도 당연히 별거 아닌것으로 생각했죠.

‘에이 뭐 허수아비겠지’
동생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얘기했습니다.

근데 그러고보니 뭔가 뼈대가 있고 그 뼈대 주변만 펄럭이는게 허수아비 같았어요 저도 그제서야 그곳에서 신경을 끄고 나머지 별 구경을 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 한번 더 흰색 물체가 있는 곳을 봤지만
여전히 그자리에서 펄럭이고 있어 허수아비라고 확신한 뒤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 한대 피우려고 일어나서 밖에 나가 기지개를 켜며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마침 어제 저녁에 본 허수아비가 생각나서 허수아비쪽을 봤는데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땅만 있었습니다.

심지어 거기는 논도 밭도 아니었고 그냥 아무것도 안심은 땅이었습니다. 경작도 안해놓았으니 허수아비를 세울 일도 없었던땅이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할머니께 여쭤보니
누가 농한기에 허수아비를 세우냐면서 할머니 웃으시더라구요.

저와 동생은 아직도 그날 같이 본 그 펄럭이는게 뭔지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