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아침이 있다.

정말 오랜만에 희귀한 재료를 찾아 돌아오던 도중 잃어버리고, 마침 하려던 실험이 그 재료가 필요해 쟁여놨던 잉여를 꺼내야만 했고, 끝끝내 바라는 결과조차 얻지 못한 채 뻗어버린, 상심의 구렁텅이 속에서 잠들어 각성이라는 불쾌한 빛줄기를 맞이하는 아침이 있다.

그런 날은 참으로 뇌수가 바깥구경을 하고 싶어 한다. 물리적으로.

그 누가 인간은 끝없이 도전하는 생물이라고 했는가. 누군진 몰라도 인생의 쓴맛을 덜 본 애송이임이 틀림없다. 처음으로 좌절해, 처음으로 취해, 처음으로 아침햇살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아이는 점점 그것에 익숙해진다. 결코 느끼는 감정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에서 좀 아픈 아이로 자라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른이 되지 못해서.

그에 비해 꽃은 얼마나 행복한가. 햇빛과 물만 있으면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살아간다. 가끔 눈치 없는 마술사가 꽃 위의 허브통을 잡다가 꽃대가 꺾여도 뿌리가 있다면, 햇빛이 있다면 언젠가 다시 일어난다. 짝이 없다면 스스로 수분해 스스로 씨앗을 만든다. 생물로서의 역할을 완수할 확률이 인간과는 근본적으로부터 다른 것이다.

구취를 풀풀 풍기며 이미 한 번 꺾어버린 꽃에게 사죄의 마음조차 갖지 않고 식물임을 질투하는 추한 인간의 앞에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꽃은 단연 최고의 생물이라 할 수 있다. 나도 가능하다면 꽃으로 태어났다. 아니, 성격 나쁜 마술사가 꺾어버릴 수도 있으니 다음 생은 돌이 좋겠다. 돌은 무엇이 와도 그러려니 한다. 깨져 갈라지면 친구가 생겼다고 좋아한다. 돌만큼 태평한 이는 세상천지를 뒤집어 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 생은 돌이다.

돌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어렸을 적 마을을 버리고 책 한 권 들고 나와 숲에 홀로 살고 있는 마술사가 조언한다. 일단 뒤지는 게 먼저라고.

...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 살아갈 가치는 충분히 있다. 저 햇빛을 보라! 아름답게 빛나지 않는가! 저 창가에 새침하게 턱을 괸 쟈스민을 보라! 창가의 햇빛이 오직 쟈스민을 위해 내리쬐지 않는가! 식탁 위 빵에 핀 곰팡이를 보라! 저 미물조차 살려고 인간의 식량에 침범해 번식하고 있지 않는가!

세상은 아름답고, 죽음은 추하다. 추한 걸로 따지면 외딴 숲에서 홀로 지내는 마술사가 가장 죽음과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은 아름다웠다.

빌어먹게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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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써서 나도 내가 뭘 쓴 건지 모르겠다.
여러분도 아무 생각 없이 봐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