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자살했던 친구는 내가 중2때 함께 그룹상담을 받던 친구였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사촌오빠한테 강간을 당했고

그 이후 얼마간 혼자 끙끙 앓다 부모님께 말씀드린 후 여자애 처신을 잘못해서 그런거라며 아주 혼이 났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진위확인을 위해 사촌오빠 부모님께 흘러갔고 어른들은 그 아이에게 집안망신이니 함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후 그 아이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우울증 치료를 받던 나와 함께 그룹치료를 받게 되었다.



난 단순한 자해중독임에 비해 그 아이는 자살을 꿈꾸고 있었고 그 아이를 만났던 그 해 여름이 가기 전 그 꿈을 이루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아이가 느꼈던 그 절망을 가감없이 들었었던 기억 때문인지 왜 그런 바보같은 선택을 했냐는 책망은 하지 못했고 그저 안아팠길 바랐다.



그 후 난 자퇴했던 중학교 복학을 했고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내 자해충동과 우울증은 나아지지 않았고 고등학교 진학 후 얼마 안가 자퇴했다.


그러다 몇 년 지나 사회생활을 하고있던 중 함께 고등학교를 다녔던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학교 다닐땐 꽤나 잘 살던 친구였고 그 아이는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을 진학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아버지 사업이 무너지며 난생처음 가난을 만났고 얼마 안가 자살했다고 한다.



그땐 안쓰러웠다.

물론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처음 부딪힌 가난이라는 그 상황이 그 아이에게 얼마나 충격과 공포였으면 자살을 했을까.

그땐 가난을 늘 느껴왔던 내가 꽤 내성있는 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20대 중반에는 가장 아끼던 친구가 떠나갔다.


중학교때부터 아주 가깝게 지냈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20대 초반부터 알콜의존증으로 무척 고생하며 환촉과 환청에 시달리다 얹혀살던 조부모님 댁, 그 아이 방에서 갔다.



그 이후 굉장히 오랫동안 힘이 들었다.

2년 가까이 하지 않았던 자해를 다시 시작했고 줄어들었던 신경안정제 투약량이 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마 6개월정도 집에서 안나갔던 것 같다.


내 이불에는 늘 피가 묻어있었고

이 시기는 회사에서 따르던 과장님께 강제추행당해 퇴사했을 때 보다 더 큰 배신감 아닌 배신감을 느꼈다.

난 그 친구의 선택을 도저히 존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난 다시 사회생활을 하게되었고 그 회사에서 정말 멋진 상사를 만났다.

발이 아플만도 한데 늘 예쁜 힐과 H라인 스커트를 잘 입던 대리님이었다.



내가 계약기간이 끝날 쯤 그 대리님은 결혼을 하셨다.

얼마 후 아이를 가지셨고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아이를 출산하신 후 대리님은 무척 피폐해졌다.


신생아는 아주 자주 깬다고 한다. 길게 이어서 잘 안자고 자주 모유수유를 하는 게 너무 힘들다 하셨다.



충분한 신혼생활 없이 아이를 출산하고 엄마가 되어버린 그 짧은 시간에 그 대리님은 당황해하고 있었다.


비교적 가까이 살던 시부모님께 육아 sos를 보냈을때 시부모님은 거절하셨고

친정어머니께서는 허리디스크 수술한지 얼마 안되셔서 대리님은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그 남편은 늘 새벽 1시 넘어 술에 취해 들어왔고 아이가 4개월쯤 될때 대리님이 화를 냈을때



집에 오면 애는 울고 넌 냄새나는 티셔츠나 입고 있는데 집에 오고 싶겠냐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리님은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친정집에가서 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날 친정집과 관계없는 지역에서 자살했다.





우울증을 오래 앓다보니 주변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과 병에 대해 대화나누는 경우가 다른이보다는 많은 것 같다.


나도 시도는 해봤지만 진짜 자살이라는 것 어려운 일이다.

마음 먹는 것도 어렵지만 그 선택을 해도 그 선택에 목적하는 곳에 이르기 어렵다.



그 곳에 이르기 어려운 것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마 나도 아직 살아있는 것 일지도.




그냥.. 오늘 자살이나 죽음이라는 단어를 하도 많이 봐서 써본다.







세줄 요약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