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염장에 올려도 되나 싶은데

얼마 전에 모임 나갔다가 전여친과 너무 닮은 분을 봄.

귀염상에 비슷한 실루엣, 박사, 유창한 영어, 비슷한 취미, 그리고 동갑내기란 점까지.

처음엔 진짜 아차 싶을 정도로 너무 닮았음. 당연히 다른 점이 있어서 아니란걸 알았지만.

그런데 얘기하다보니 그 분은 애가 있더라. 유치원생쯤 되는 애.

유치원에서 애를 데리러 와야 한다고 나가던 그 분을 보니 그 때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몇 년 전에 사귈 때만 해도 결혼할줄 알았고 그 사람이 세상이 전부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래서 언젠가 내가 자리잡을 때 즈음이면 결혼할 줄 알았는데.

그때 그대로 사귀고 결혼했으면 지금쯤 나도 저만한 애가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러면 여전히 대학생인 나는 무능력한 아버지가 됐겠단 생각이 들어서（...） 곧 사그라들더라.

그래도 너무 닮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정말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런지 유독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던 때였어.

사귀던 때에 비해 나는 여전히 발전한게 없는 것 같은데. 딱히 성장한 것도, 더 가진 것도, 정말 그 무엇도 없는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지금쯤 나보다 훨 앞서나가있겠지? 어쩌면 저만한 애가 있을 지도 모르지.

저 분의 모습이 내 현재가 됐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니 조금 복잡해졌어.

언젠간 나도 썩 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