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키스를 고등학생때 같은 반 "남자애"에게 당했다.
장소는 내가 사는 아파트 동의 엘레베이터 안이었다.
첫키스의 맛은 너무나도 최악이어서 어쩌다 한 번씩 생각나면 그 때 느꼈었던 그 찝찝함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는 걔가 친구로서 좋았었고 이따금 걔가 자신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나는 좋다고 대답했다.
친구로서 싫은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싫다하면 걔와 멀어진다는 생각에 무서웠으니까.
당시의 나는 성소수자에 대한 개념이 일절 없었고, 그 애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이 연애의 감정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몰랐기에 내 첫키스를 그렇게 비참하게 잃어야만 했었던걸까.

매번 걔가 들이댈때마다 나는 무얼 어찌해야할지 정말 난감했다.
대놓고 뿌리치고 싫다고 하기엔 내가 너무 어렸고, 그저 걔가 내 입술을 어떻게 하든 나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했다.
그저 이 순간만 매번 견디면 친구로 계속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내가 조금 참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쌓여간 스트레스는 서서히 곪아갔고 결국엔 터져버렸다.
어느날 걔가 또 다시 들이대려 했을 때, 네가 이러는거 싫다는 말이 내 입밖에서 나와버렸다.
나즈막하지만 짜증이 분명하게 섞인 차가운 말투에 내 스스로도 당황을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친구를 잃었다.

과연 나는 어떻게 했어야만 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 됐었던걸까.

이후 건너건너 알게된 소식에서 그 친구는 딱히 남자친구를 가지고 있지도, 여자친구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 친구는 정말 성소수자였을까.
아니면 걔가 나한테 했던 그 기분나쁜 키스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