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더럽게 안 잡히네 아 짜증나!!”

길거리에서 이러고 있는 게 너무 짜증나서 기어코 입 밖으로 혼잣말을 내뱉어버렸다.
당장이라도 이 답답한 화장지우고 하이힐 벗어던지고 싶은데 택시는 더럽게 안 잡히고
회식은 재미 대가리 없고! 진짜 짜증난다 짜증나!
돈 벌려면 회사 다녀야하고 회사에서는 날 가만히 안 놔두고 상사라는 노땅들은
술 강요하고! 이럴 때 데리러 와주는 잘생긴 남자친구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물론 최대철 대리 그 새끼는 제외다. 나이 많고 못생긴 게 자기는 술도 안 먹으면서
내 술 잔만 채우는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맨날 찍접거리고 음흉하게 처다보고
그래놓고 오늘은 자기가 술먹여놓고 얼렁뚱땅 자기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뻔뻔함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눈치도 없어서 적당히 웃으며 괜찮다고 거절하면 그만 두어야지 두 번 세 번 하다가 정색을 해야 그제야 얼렁뚱땅 무안한 척 넘어가는 놈이다.
소문으로는 욱하는 성격도 있다던데 나는 왜 저런 놈만 꼬이는 건지... 서글프다.
지나는 택시에서 빨간색 ‘빈 차’는 찾아볼 수도 없고 애꿎은 오른 팔만 무안하게 허공에 휘젓고 있다. 아무튼 최악이야. 하기 싫은 회식에 날은 덥고 술기운은 오르고 최대철은 싫고 온갖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나는 거 같다. 한 20분은 기다린 것 같은데 택시는 정말 코빼기도 안보이는구나. 혹시나 예전에 연락하던 남자들의 연락이 있지나 않을까 그럴 일 없을 걸 알면서도 카카오톡을 보는데 정말 바보같이도 이제야 카카오택시가 생각난다. 부랴부랴 현재 위치를 설정하는데



끼이이익.


그렇게 찾던 빈 택시가 눈앞에 멈춰 선다. 잔뜩 짜증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든다. 혹시나 승차거부를 할까 냉큼 차 문을 열고 택시 뒷자석에 올라탄다. 근데 뭐지 이 냄새는... 또 짜증이 확 올라온다.

“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근데 차에서 이게 뭔 냄새에요? 짜증나게”

그렇게 반갑게 찾아온 택시인데도 사람이란게 뭔가 마음에 안들면 짜증이 나버리고 만다.

“아...하하 죄송해요. 저번에 타신 손님이 택시에 토를 하셨는데 그 냄새가 좀 남아있나봅니다... 그래서 어디로 모실까요!”
“아 페브리즈좀 뿌리시지.. 네 저 분당으로 가주세요.”

생각보다 젊은 목소리에 밟고 싹싹한 말투 때문인가 짜증을 내버린게 무안해져 버렸다.
무안해서 슬그머니 택시안에 부착된 면허증을 보았는데 웬걸 사진으로는 연예인이 따로 없는 외모이다. 힐끔 운전하는 모습을 백미러로 살펴보는데 사진만큼이나.. 아니 사진보다 더 잘생긴 외모이다.

“네 뭐 불편하신 거라도 있으신가요?? 지금 페브리즈는 없는데.. 하하”
“아.. 아니에요 오늘 조금 짜증이나는 일이 있어서 저도 예민했어요 아까는 짜증내서 죄송했어요.”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택시기사로서 차 관리를 못한건데요 뭐~ 그나저나 오랫동안 택시 기다리시느라 짜증나셨겠어요.”
“네! 엄청요! 오늘 정말 회식도 짜증나고 최대철... 아 저희 대리인데 좀 짜증나는 사람있어요.
아무튼 날도 덥고 택시도 안잡히고 짜증났는데 마침 오신거죠.“
“고생하셨네요. 저도 밤에 운전하다보면 짜증도 나고 심심하기도한데 손님처럼 재밌는분이 타셔서 좋네요~”
“아 뭘요.”

이 남자 나한테 관심이 있나? 짜증내도 싹싹하게 웃으며 받아주는 모습에서 호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최대철이랑은 다르게 젊고 잘생겼고.

“아 저기요 서준씨.”
“네? 제 이름을 어떻게??”
“아 저기 면허증에 써있잖아요.”
“그러네요 하하”
“전 미희에요. 정미희. 저도 가는동안 심심한데 우리 대화해요.”
“네 좋죠.”
“아니 아까 회식을 했는데요.. 최대철이라는 대리놈이 있거든요??? 맨날 저한테 치근덕대는놈인데 오늘은 회식이라고 술만 잔뜩 주고 데려다준다고 그러더라고요.. 나름 상사라 웃으며
거절해도 계속 그러기에 정색까지 하니까 그제서야 무안한척 넘어가더라구요. 덩치만 큰게 진짜 짜증나요.“
“음 미희씨는 남자친구 없으세요?”
“아... 네 지금은 없네요. 이럴 때 남자친구가 집에 데려다주면 좋을텐데..”
“제가 지금 미희씨 집에 데려다드리고 있는데요?”
“히힛 남자친구는 아니잖아요.”
“그럼 혹시...”
“어..어어?? 서준씨!!!”


최대철이다. 서준씨 한번 보려고 백미러를 보는데 멀찌감치 뒤에서 따라오는 저 차 최대철 그새끼 차가 분명한 거 같다. 설마 내가 택시 기다리는 거 몰래 훔쳐보다가 따라온거야?? 집까지 쫓아오려고??? 소름돋는다.

“서준씨!! 뒤에 저차 최대리에요!! 아까 말했던!! 어떻게 해요??”
“저 뒤에 멀찌감치 오는 검정색 싼타페요??”
“네 저거요 저 미행했나봐요!!”
“저거.. 미친놈이네요.. 어떻게 할까요? 따돌려볼까요?”
“네 빨리요. 집까지 알아내려나봐요.”
“네 그러면 조금 돌아서 가볼게요.”

최대철 욱하는 성격이라고 소문나있던데 설마 아까 정색했던 거 때문에 그러는 건가?? 혹시 나 혼자 사는 거 알고 따라오는건가?　 뭐지? 왜 따라오는거지? 전화를 해서 왜 따라오냐고 물어봐야하나?? 어떻게하지? 계속 따라오는데...

“미희씨! 괜찮아요. 조금 멀어진 것 같아요. 이 쪽 길로 빠졌는데도 따라오면 제가 처리해볼께요.”
“네? 서준씨가 어떻게요..”
“괜찮아요.”

서준씨가 택시를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서더니 택시를 멈춰세운다.
“왜그래요? 왜 멈춰요?? 뒤에 오잖아요!!”
“어차피 오늘 피하면 다음에 또 그럴거에요.”
“아아!! 바로 뒤에 왔.. 어?? 그냥 지나치네,..??”
“미희씨 혹시 최대리가 여잔가요?? 하하하”
“아니에요!”
“저 차 모시는 분은 여자분이네요~ 미희씨가 착각했어요.”
“아... ”



무안하다. 온갖 호들갑은 다 떨었는데. 차가 똑같아서 진짜 최대철인 줄 알았는데 그 정도로 미친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행이야. 안도해서인지 긴장이 풀린다. 근데 서준씨 생각보다 믿음직스럽네. 택시 일을 하는 게 조금 걸리지만 혹시 먼저 이야기한다면 생각정도는 해볼수도...

“미희씨”
“네?”


올 것이 왔다.



“혹시..”
“네..”


“아까 했던 이야기...”
“어.. 어떤거요?”

요놈봐라? 머쓱하게 웃는 것도 귀여운데 제법 뜸을 들이네.


“냄새요. 아까 그거 진짜 토 냄새 같았어요?”




“네?”


뭐지?


“아 냄새요. 한 보름 쯤 후면 미희씨한테서도 그 냄새가 날 꺼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