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현역으로 입대 했을 당시 겪은 이야기 이다. 때는 숨을 쉬는 것마저도 뜨겁게 느껴지던 8월 중순의 어느 날이었다.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었던 탓에 박박 밀은 머리와, 쭈뼛 거리며 걷는 품세가 왠지 남들보다 더 창피하게 느껴졌었다. 현재는 폐쇄 된 건지, 아예 없앤 건지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엔 숫자 3으로 시작하는 보충대가 있었고, 난 그곳으로 입대를 했었다.





그곳에선 고작 3일 머물러 있는 게 전부였지만 같이 먹고 자고 하던 친구들과는 거의 반나절 만에 친해지곤 했었다.






입대 1일차... 보급품을 나눠 받고 생활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야하니 교육생들은 각자 자리에 눕지 말고 앉아서 조용히 준비를 하라는 교관의 방송을 듣고 생활관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문득 내 바로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입을 열었다.







“형 예전에 여기서 병사 한명이 자살했었데요.”







그가 꺼낸 이야기는 어느 부대에나 있을 법한 아주 뻔한 이야기 였다.







대부분 친구들은 별 관심이 없는 듯 수첩을 꺼내들어 메모장 한편에 그림을 그리거나 이런 저런 낙서를 하기 일쑤였다. 난 평소에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던 터라 궁금증을 품으며 물었다.






“그래? 난 처음 들어봐.”






그러자 그 친구는 내게 더 가까이 앉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수다를 좋아하는 아이 인걸까? 아니면 이곳에 멍하니 있는 것이 지루해 이야기라도 하는 것이 좋아서 다가오는 걸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저기 식당 앞에 연병장 있고, 그 앞에 빨간 건물 있었는데 보셨어요?”







“응 봤어. 대충 들어보니까 안 쓰는 건물이라던데..”







얼추 예감은 했었다. 자살을 했다던 병사가 그 건물에서 죽었다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그 사람이 그 빨간 건물에서 자살을 했대요. 그래서 건물을 폐쇄 시켜놓고 안 쓴다는데 더 충격인건 뭔지 아세요?”







“뭔데?”







조금 궁금했다. 아니 듣고 싶었다. 자살을 한 이후에 무슨 사건이라도 있었던 걸까 하고... 하지만..







“오늘 건강검진을 그 건물에서 한 대요 글쎄!”







허탈했다. 난 실망했다는 듯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 친구에게 되물었다.






“뭐야... 그게 뭐가 충격 이라는 거지?”





“형! 생각을 해보세요... 병사가 자살을 한 건물에서 건강검진 이라뇨... 안 무서워요?”






내가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건강검진을 위해 이동을 해야 하니 모두들 건물 밖으로 나와 줄을 서라는 방송이 흘러 나왔다. 우리는 마치 암탉을 따라가는 병아리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건물 현관 앞에서 이동을 했다. 건강검진 장소는 그 친구 말대로 폐쇄된 건물에서 진행이 됐는데, 그곳의 내부는 처참했다. 온갖 먼지들로 가득 차 있고 바닥에는 하얀 먼지로 뒤덮여 있는 우의 와, 파티션의 일부 인 것처럼 보이는 조각들. 그리고 잡다한 쓰레기들도 가득 차 있었다.







검진은 3층에서 실시되었기 때문에 우린 모두 중앙 계단을 이용했는데, 이상하리만치 계단을 오를수록 시원하게만 느껴지던 그 촉감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마치 에어컨이라도 틀어놓은 것 마냥 그 건물은 정말 시원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검진이 끝난 사람은 바로 옆에 딸려 있는 생활관에 순차적으로 이동했다. 꽤나 많은 생활관이 그곳에 있었고, 한, 두 명의 인원이 아니다 보니 검진은 자연스레 오래 걸리기 마련이었다. 교관은 검진이 끝난 사람들은 누워있지 말고 앉아서 대기 하라고 했지만 통제는 어려웠다. 그 많은 인원들을 하나하나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검진이 아직 진행 중에 있었기 때문에 결국 포기를 한 것인지 교관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우리에게 말했다.









“후.... 야, 다들 그냥 자. 누워있던 앉아있던... 떠들지 말고 그냥 자.” 라고..







평소 낮잠이라는 걸 자본적이 없는 나에겐 곤욕이라 생각했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그곳에서 난 거의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그 만큼 피곤했던 탓일까, 어쩌면 시원한 그 건물의 냉기 덕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두 시간쯤 흘렀을까. 모두들 일어나 바깥으로 나와 정렬하라는 교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우리는 다시금 병아리처럼 줄을 지어 건물을 빠져 나왔다. 바깥의 공기는 역시나 뜨거웠다.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연병장 한가운데를 바라보다 한숨을 쉬며 이동을 하려던 그때, 갑자기 여기저기서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목에 통증이 있다고 한 것이다. 뒷목이 아픈 것도 아니고, 턱 아래 부분부터 쇄골 사이까지의 부분이 마치 무언가가 누르고 있는 것처럼 쓰라린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증상이 여러 명한테서 동일하게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는 겉으로 보일 정도로 벌겋게 올라오고 있었다. 일단 생활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지켜보자고 했지만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는 탓에 그 친구들은 결국 의무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 친구들을 보진 못했는데.. 그날 밤, 취침 시간이 되어 자리를 펴고 누웠을 때, 문득 내 옆에 있던 그 친구가 내게 섬뜩한 이야기를 꺼냈다.








“형...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아까 환자들 말이에요... 사실 그 건물에서 자살 한 병사가 목매달아 죽었다고 했거든요... 하필이면 그 건물에서, 그것도 여러 명이 동시에... 아까 목 부분만 빨개진 거 봤어요? 꼭... 줄로 매달았다가 방금 풀기라도 했다는 듯이.. 자국 남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