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원래 통학 할 때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는데

그날은 자전거 타기도 귀찮고 날도 춥고 해서 그냥 버스 타고 등교를 했었지

야자 끝나고 터벅터벅 버스정류장에 갔는데 버스가 한참 남았었어

날씨는 춥고 기다리기다가는 얼어죽을 거 같아서

문닫힌 초등학교를 가로질러 가는 지름길로 걸어가기로 마음 먹었었지

그날 따라 하늘은 유독 어두웠었고 그믐날이라 아무것도 안 보여서

으스스하게 불이 다 꺼진 초등학교를 질러서 가기 께름칙했지만

빨리 지나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평소에도 소름끼쳤던 책읽는 동상도 지나고

학교 초대 설립자 흉상도 지나서 초등학교를 무사히 빠져나왔어

초등학교 뒷문이 고가도로랑 연결 되어있었는데

가로등이 있는 길에 나오니 살겠다 싶은 거야

그래서 속으로 안도하면서 계속 걸어가는데 차등이 쌩쌩 달리는 도로를 가로질러서 누가 걸어오더라고

처음에는 뭔가해서 곁눈질로 봤어

그런데 내 쪽으로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고가도로 아래에 세워진 병원 앞에서 봤던 환자복이랑 똑같은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차가 다니는 도로를 휘적휘적.

막 엄청 빠르지도 않도 느리지도 않게 그냥 차도를 걸어오는데 차들이 경적 한 번 안울리더라

사람이 아니다 싶더라

얼굴은 제대로 못봤어 그런데 웃고 있었던 거 같아

그 이후에는 고가 도로를 한 번도 안 쉬고 뛰어내려 왔고 집에 들어가서 샤워 하는데

눈 감을 때마다 그 모습이 자꾸 선명해져서 어느새 나를 똑바로 보면서 웃는 아저씨가 떠올랐어

모르겠어 그 때 내가 본 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그런데 그 이후로 그 길을 피해다녔는데

친구들한테 얘기했더니 병원에서 사람이 죽으면 병원복 입은 귀신이 되냐면서 놀림당하고 말았어

아니겠지? 지금도 그 길은 저녁에 못 가

가끔 초등학교 가로질러서가 아니고 고가도로를 지날 때가 있는데 그럼 불 다 꺼진 초등학교에 보이는 어두운데서 그 아저씨가 걸어오고 있을 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