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길 여기 적어야 할지...
다른 곳에 적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여기에 적기로 했습니다.

귀신, 안 나옵니다.
해당 글에 등장하는 인명은 모두 가명임을 미리 밝히는 바입니다.


영진이라는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영진이는 초등생때부터 아버지가 사다 준 부적을 가지고 다녔고, 전 중학교때 불심이 강하신 할머니께서 수호부라며 노란 종이에 뭔가 적힌걸 작은 유리병에 넣어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목걸이 안 한날엔 불호령이... 목에 걸고 다니니 확인하기도 편하고 눈에도 잘 띄죠.
초등생땐 영진이를 동자승이라고 놀리곤 했는데 하필이면 둘 다 삭발에 같은 반이 되어

"이 요망한 것! 어느 쪽이 진짜 부처더냐!!"

하고 놀림을 꽤 받으며 자랐죠. 영진이는 발도 빠르고 피지컬이 좋아서 반드시 한 명 잡아족치는데 비해 내향적인 전 그냥 웃고 넘어가니

"자비로운 걸 보니 이제 네가 부처다."

....이 ㅅㅂ
영진이의 별명은 파계승 ㅋㅋㅋㅋㅋㅋ

그러다 어영부영 우리도 군대갈 날도 다되가고고향에서부터 친구인 놈이라 그 놈 집엘 갔는데 현관이 널려있더라구요. 문앞으로 다가가니과일조각이나 고기 등 주변 령에게 바치는 곡물을 보는 순간

아... 오늘 진이 할머니 기일이었지...

떠올랐습니다. 진이 가족여행（제주도）도 따라갈 정도로 막역지기지만 장례식더 아닌 제삿날에 끼는 것은 아니다 싶어 돌아서는 순간,

'어어...마! 미 증민이 아이가? 왔음 들어오제, 왜 거꾸로 나가노 ㅋㅋㅋ 울 어매가 니 잡아카더나 ㅋㅋㅋ"

라고 아버님이 그러시더군요. 할머니들더 불심이 깊은 편이 같은 절에 다니거 시장에서 장사하던 시절에도 서로 남은거 바꿔오고 할 정도로 영진이 할머니께서 절 다른 친구에 비해 특별하 아끼셨거든요.

"아즈씨요, 그게 아이라 넘.제삿상에 숟가락 올리는 거 아니러 캐가 진이랑은 낼 얘기하면 되고여~"

"아이고야~ 자식새끼（?） 키워봐야 소용�졍�~ 우리 어매가 어지께부터 니랑 남이고~ 들온나 안 들어오매 울 어매 억시러 서운해 할끼다~"



넉살 좋으신 아버님 손에 이끌려가니 영진이 계모 되시는 분과 영진이 동생 몇 분, 다른 친척은 일이 바쁘거나 기독교라 불참했다고 합니다.（기독교를 욕하려는 건 아닙니다. 교리라는 게 있으니깐... 그때 사람수가 적었던 이유를 적은 겁니다.）

영진이를 찾아 헤메는 내 동공을 알아차리셨는지 계모분께서 진이는 탁주 사러 갔음 ㅇㅇ 해서 전이나 집어먹으면서 아버님이랑 정종이나 한 잔씩 하고 있었어요.

소담하긴 하지만 아주 잘 차려놓은 제삿상을 보니 계모님도 살아 있을땐 할머니와 그리 사이가 안 좋더니 자 잊으셨나 보네...다행이다...하는데 제 눈가에 뭔가가 확 잡혔습니다. 뭔가 착오가 생겼나? 하는 마음에

"어마이여~ 그럼 상은 혼자 차릿스여?"

이때 영진이가 생탁 나발을 불며 십여병의 생탁을 들고 와서 대충 인사하거 하다가 다시 질문하니,

"그럼 진이아빠가 차렸겠나 진이가 차릿겠나~ 내가 차릿제....ㅎㅎ 늦었는데 안 가봐두 되나?"

이때부터 어머님 눈빛이 절 경계하는 듯 했어요. 그래서 넌지시 아버님에게 여기 가족은 다 교회나 성당은 안 다니나 봅니다. 언제 성당 구경 오세요. 멋있는 곳 알아요. 대구에 있는 곳인데~"

"치아라~마, 우리는 할매부터 나, 마누라 진이까지 싹다 불교니까네~"

이때 심장이 엄청 쿵쾅 거리고 혈압이 차오르더라구요.

"이번 제사가 3번째 일텐데 항상 이렇게 차려요? 할머니가 복숭아를 좋아하셨나? 상에 복숭아가 있네요?"

"으아니~ 마누라가 하도 제철이라 맛나다고 사자캐가 올��지 왜 그카노?"

그때 3인의 표정이

아버님 =~=?
영진 ㅇㅅㅇ?
계모 -_-....


정말 말 꺼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그렇다고 말씀 안 드리자니 할머님이 항상 해주던 음식이나 추억도 생각나고 개인적인 분노와 배신감（?）에 한참 말이 없으니 영진이와 아버님이 무슨 일이냐고 계속 묻길래


"복숭아는 영험해서 선인들이 즐겨먹고 손오공이 힘을 얻는 과정 중에도 복숭아가 있어요."



또 한참 생각하다가
거의 속삭이듯이...


불심자인 어머님께서 모르실리도 없을텐데... 기가 너무 강해서 귀신을 내�i는 용도로도 많이 사용되는 복숭아 같은 과일은 제삿상에 얼리면 안되잖아요. 제삿상 주인도 먹으러 오지를 못하니깐...

이러니깐 영진이는 장난인 줄 알고 오함마 준지해아 쓰갓다~ 이러고 계모는 땀 흘리고 있고아버님깨서는 퍼뜩 떠오르셨는지 벌떡 일어나서 상 뒤집어 엎고 어매!!! 어매!!! 이러시길래 일단 전 돌아가겠다고... 괜히 제가 한 소리에 소란이 일어난 건 아닌가 하네요... 하니 아버님께서는 고맙다고 나중에 밥이나 한번...


그 날은 대충 해결됐는데 어느 날 영진이가 매우 활기찬 얼굴로 pc방에 찾아왔어요. 뭐가 그리 기분이 좋냐고 하니까 그때 그 사건으로 이혼하셨다고 합니다.

요즘은 생전에 망자가 좋아하던 피자나.케�揚뼁첩�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복숭아는 올리면 안되요..

그 동안 제삿상에 복숭아 올리면사 일종의 자기만 아는 복수를 하고 있었다니 조금 싸늘한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