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반말로 작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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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육중한 몸땡이를 이끌고 전방에 있는 X사단 육군부대를 나온 백수 14일차의 푸릇푸릇한 남성이다. 알사람들은 알겠지만 전방사단들은 GP나 GOP와 같은 철책인근 부대에서 근무를 한다. 필자 역시 GOP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자세하게 적으면 왠지 국방부에서 철컹맨들이 나타날것같아서 간략하게 적자면, GOP의 한 소초에는 실제로 총과 탄을 들고 근무를 도는 경계병들과 소초 관할구역내의 카메라관찰과 상급부대로의 보고를 맡는 상황병들이 있다. 필자는 상황병 왕고참으로 GOP에 투입되었다. 상황병들은 GOP에 경계병들보다 먼저 투입되어 인수인계를 받는다. 경계병들은 몸이 힘들다면 상황병들은 정신이 힘들달까? 상급부대의 끊임없는 전화와 거지같은 카메라 시스템구조를 배우며 필자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아직 한참 남은 전역날만을 세고있었다.

뭐, 그런거 빼면 GOP는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깨끗한 공기를 맛볼 장소일것이다. 겨울 초입에 들어 차갑게 얼어붙어가는 공기 속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자연의 냄새가 아직도 기억난다. 굽이치는 소초 너머 DMZ지대의 천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때이른 자장가처럼 경계병들의 눈꺼풀을 감기게 할 정도로 청아했다.

"저 천 이름이 뭔지아냐?"

내가 인수인계를 받던기간, 짬나는 시간에 전투화를 닦으러 나가 멀거니 굽이치는 천을 바라보고있자 통문장을 맡고있던 간부가 와서 넌지시 말을걸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사망천이야 사망천."

"사망천 말씀입니까? 이름이 굉장히 살벌한 것 같습니다."

간부는 씩 웃으며 물고있는 담배를 빡빡 빨아대더니 매캐한 연기를 뱉었다.

"저 물 굽이치는 데 있지?"

"예."

"형 하사였을땐 저기서 시체도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어. 전쟁때도 물타고 흘러오는 시체들이 다 저기에 꼬라박혀서 사망천이라고 이름이 붙은거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물소리는 여전히 고요했다.




"이상병님! 저희 올라왔습니다!"

"그래 어서와라. 조뺑이 쳐야지~"

시간이 지나고 부대에서 경계병들이 투입되었다. 정식적으로 우리 소초의 GOP임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전방부대 나온 사람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임무교체기간 전후로 한달정도는 상급부대의 방문이 잦아진다. 상급부대의 방문이 잦아지는 것은 곧 예하부대 인원들이 피곤해지는 것을 말한다.

"야 n중대장. 여기 소초는 허병장들이 아직도 개구리입고있다?"

그 사건의 시작은 어느날 갑작스럽게 우리소초에 방문한 상급부대 참모장교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GOP 한 소초에는 일정거리의 작전지역이 부여되는데, 철책을 따라서 전방을 감시할 수 있도록 조그만 초소들이 배치되어있다. 그런데 솔직히 주간이건 야간이건 한 소초에 경계병이 많아봤자 20명인데, 2명씩 들어가는 초소가 기본적으로 12개정도 주어진다. 다 들어갈 수 없지 않은가? 게다가 어찌어찌 들어간다 해도 그 인원들을 24시간씩 다 돌릴수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있는 것이 허병장. 허수아비 병장님이다.

초소 전방 창틀 아래에 경첩을 달아, 각목과 판넬로 만든 허수아비에 군복을 입힌다. 그리고 야간 경계시에 허수아비들을 올리고 주간에는 내림으로서 북한군들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이다.

"당장 신형군복으로 시정하겠습니다."

그래서 간부들이 농담삼아 이 허수아비가 너보다 군생활은 몇십년은 더했을거라며 말하는데, 만년 경계병신세라 결국 이 허수아비의 별명은 허병장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가 입대하기 이전에 유통이 중지되고, 입대하고 나서는 얼마 안있어 착용이 금지된 구형 군복（개구리）을 입고 있는 허병장들이 많았다.

"아니 어차피 야간에만 올렸다가 낮에는 내리는게 무슨 새군복이 필요하다고 난리야?"

선잠을 자다 깨서 야간근무에 투입되는 병장 선임이 투덜대며 부사수인 이등병이 들고있는 신형 군복더미들을 노려보았다. 주간에 교체하면 적들이 알아챌수 있으니 야간경계병들이 순찰하며 옷을 갈아입히라는 것이 명령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야 신병. 임병장님 잘 모셔드려라. 전역얼마 안남았는데 피곤하시게 만들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야 나 잘거니까 순찰오면 바로찔러줘 알겠지?"

"아이 걱정하지 마십쇼. 한두번입니까?"

경계근무를 나가기 전 선임과 담배를 피고 나도 상황근무에 투입되었다.

"이상병님. xxx초소 앞에서 자꾸 뭐가 잡힙니다. 빛때문에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전번근무자가 7번 카메라를 가리키며 특이사항을 말했다. xxx초소앞에있는 경계등은 유난히 다른 경계등들보다 빛이 약했다. 이전 부대가 있을때부터 특이사항으로 계속 기록되어있던 것인데, 아무리 전구를 새것으로 갈아끼우고 전신을 바꿔보아도 그랬다. 그래서 xxx초소 근방은 다른곳보다 살짝 어두웠다.

"귀신아냐 귀신? 저기 사람죽었다며."

나는 별로 대수롭지않게 대꾸했다. 말그대로 xxx초소는 예전에 갈굼받던 신병이 자살한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 신병의 원혼때문에 경계등이 저모양인거라니 뭐라니 말도 많은 곳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별로 귀신을 목격했다거나 그런 괴담은 없어서 그냥 '으응 그렇구나'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정도였다고 할까. 단지, 경계근무를 서다 이 초소에 들어가게 되면 다른 초소보다 더 허물어지고 퀘퀘한 냄새를 풍기는 내부는 확실히 소름끼친다고들 했다.

"아 저 초소 진짜 기분나뻐. 허병장도 존나 이상하게 생겼잖아. 누가 눈코입을 그지같이 그려놔서."

뒤에서 상황근무를 지켜보던 간부가 말했다.

"그러고보니 저기만 마네킹같은거 쓰지않습니까?"

"아 그러니까~ 무겁기도 무겁고 뭐하는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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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순간 xxx초소 앞에 아무것도 없는곳을 포착하며 감시사이렌이 울렸다.

"아씨 깜짝이야.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자꾸 뭐가울리는거야."

"카메라좀 돌려봐도 되겠습니까?"

내 옆에 앉은 다른 상황병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철책 너머에 야생동물들이 자주 출몰해 사이렌이 울리곤 하는데, 앞에는 조용히 흐르는 사망천의 물줄기만이 보일 뿐이었다. 뒤에서 구경하던 선임은 기분나쁘다며 잠자리로 돌아갔고, 상황실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3번카메라 임병장님 경계근무조 포착되었습니다."

"확인."

병장선임과 신병은 초소를 돌며 허병장들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 얼마나 됐을까? 간간히 사이렌이 울리는 xxx초소 앞을 제외하고는 졸릴정도로 따분한 시간들이 흘렀다.

[치직-상황실!]

[상황실 송신.]

무전기를 통해서 날 찾는 선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옆소초에 경계병들 출발했냐?]

[한참전에 출발했다고 알림.]

[우리 구역에 들어왔어?]

[아니라고 알림.]

[우리 B구역에 사람서있는데?]

[어느쪽인지?]

[거기 뭐야, 반고가있는데. xxx초소!]

순간 누가 상황실에 얼음덩어리가 든 물이라도 끼얹은것처럼, 상황병 세명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슬며시 뻗쳐오던 잠도 깰정도로 놀란 나는 눈을 크게뜨고 xxx초소를 감시하는 카메라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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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이 울렸다. 아무도 없었다.

[아, 아무도 없다고 알림.]

[아니 사람있다니까. 내가 가본다?]

선임과 신병의 모습이 카메라에서 카메라를 넘나든다. 그리고 xxx초소 앞 카메라에서, 신병은 앉아쏴 자세를 취하고 선임은 서서쏴 자세를 취했다. 수하를 대는 모양이었다. 거기엔 아무도 없는데. 희미하게 밝혀진 경계로엔 그저 그 둘만이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서 총구를 겨누고있었다.

[치익-상황실..]

신병의 목소리가 무전으로 들려왔다.

[야! 거기 뭐야, 뭐있는거야?]

[그..그게...그게...초소안에, 초소안에...]

[빨리 말해!]

[...지마!.............마라고!]

무전기를통해 들려오는건, 바람소리와 무어라고 외치는 선임의 목소리였다. 나는 천천히 무전기에 귀를 가져다 댔다.

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지잉

사이렌이 울렸다. 감지하는 붉은 네모가 초소 바깥에서 내부로 이동했다.



거기엔


거기엔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가까이댄 무전기엔

바람소리, 사망천의 물줄기가 흐르는소리.


그리고



[웃지...말라고...]






작게들리던 선임의 목소리는 그렇게 외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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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군대에서 경험했던 실화입니다. 그때 선임이랑 신병말로는 xxx초소의 허병장한테서 웃음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하네요. 뭐 그거말고는 별거없었고, 그거 전문하사 하라는 신의 계시아닙니까? 하며 놀리고 웃기도 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으스스한 이야기들 가끔 들고오겠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