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은 18년도가 되어 21살이 된 평범한 남자입니다.

웃대는 중2 때부터 눈팅해왔는데 매일 밤 웃자 11페이지까지 모바일로 보고 자는게 하루 일과였다면 일과였을만큼 애착이 가는 커뮤니티네요...


문득 오늘에서야 가입을 하고 첫 글을 올립니다 ㅎㅎ

이 글은 문득 밤새 게임을 하고 나니 문득 자기전에 감수성이 풍만해져서 쓰는 글이에요.

제작년 17 수능을 거하게 말아먹고 18 수능을 보기위해 작년 한 해 강대에서 재수를 했어요ㅎㅎ


제 열아홉살의 겨울은 그냥 자존감이 바닥이었어요.

친구들은 연대다 의대다 또 어디 고대다 뭐다... 다들 좋은 학교들 가는데 저는 수능을 망쳤고 수시는 이미 최저도 못 맞춘 상태였구요...

생판 친하지도 않던 사람이 가는걸 봐도 부러울 판국에 저랑 성적도, 실력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그렇게 잘 가니 너무 부러웠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무언가가 부족했거니, 하고 한번 더 도전해서 잘 가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제 겨울은 눈물로 범벅져있었어요. 그때 들었던 노래들을 지금 들으면 그때 방에서 붉게 충혈된 눈을 감추며 하루종일 울던 게 생각나요.

（Stay alive- Jose gonzalez 였어요）
이 노래가 저에게 마치 그정도도 잘 한거라고 속삭여주는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그렇게 2월에 재수학원에 들어가고, 굳었던 손과 머리를 다시 굴리느라 애먹었어요.

제 재수시절 중 3~6 월은 정말 독기에 가득 차 있었어요.

정말 친한 친구들의 연락처까지 모두 지우고 오직 가족의 연락처만 남긴 채, sns모두 정지하고 눈 감기 전까지 수능 생각 뿐이었어요.

5월쯤이었어요. 우연히 걸려온 정말 친한 친구의 전화를 모르는 사람인 줄 알고 받았는데, 그 친구는 작년에 좋은 학교를 간 친구였어요.

술자리에서 내가 생각났다며 잘 하고 있느냐고, 응원한다 등등 좋은 얘기를 해주며 이야기가 마무리되었고 그게 끝이었습니다. 근데 그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하다가 입에 맞지도 않는 학원 급식을 꾸역꾸역 먹고 밖에서 잠깐 숨 돌리던 저는 너무 야속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 친구가 작년에 열심히 해서 간 건 생각도 못하고 그때 제가 힘들었던 것만 생각한거죠...

물론 이건 지금 떠오른 거지만 그때는 너무 우울했어요.
그렇게 힘든 중반부를 보내고 후반부, 9월쯤이 되고 흔히들 말하는 9평을 보았습니다.

결과는 참패.

6평때 간신히 유지했던 수학과 과탐은 2등급, 3등급으로 떨어져 버렸고 국어는 이미 시험 볼 때부터 못본 걸 알았었구요...

정말 이때 한번 더 자존심의 바닥을 칩니다.
응원해주시는 부모님의 말씀도,
따뜻하게 차려주시던 어머니의 아침밥도,
밤에 집에 오면 수고했다며 장난을 걸던 동생도,

모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미친듯한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모두 나를 믿고 이렇게까지 해주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결과를 보여드리면 나는 어떻게 되는건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원에서도 집중이 잘 안되고, 입맛도 없어서 살이 점점 빠졌습니다.

（아 참고로 저는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재수때도 매일매일 30분 조금 넘게 운동을 했습니다. ）

잠시 운동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데요,
이 때는 턱걸이를 정자세로 12~15 개 정도로 5,6 세트 하던 정도였습니다.

재수하던 동안 제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던 곳이 바로 철봉이 달린 집 앞 공원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았는지, 혹은 정말 기량이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턱걸이를 25개 정도를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별것 아니였지만,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저에겐
한 해동안 열심히 운동해온 제가 이뤄낸 결과였습니다.

무언가 이뤄내고,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공부와는 전혀 다른 운동이라는 분야에서 얻었습니다.

그날 이후 , 다시 공부에 매진했고 수능 전날까지 시간은 정말 화살처럼 날라갔습니다.

사실, 돌아보면 화살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날 하루 하루는 너무나 길고 힘든 나날들이었습니다.

수능이 하루 전으로 다가오고, 그날 들었던 노래는
일상으로의 초대-하현우 였습니다.
그날의 마음가짐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17 수능을 봤던 경험을, 아니 망쳤던 경험을 되살리며 올해는 설사 수능을 망치더라도 한 단계 성장한 내가 너무 대견하다고.

일년동안 일탈 한번 없이 꿋꿋이 버텨준게 너무 나에게 고맙다고..

그렇게 수능장에 들어서고,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과탐...

4시 32 분이 되자 모든 긴장이 풀리며 몸이 축 늘어졌습니다.

집에 가니 부모님이 하신 첫 말씀은
정말 한 해동안 수고했다.
어려웠다고 다들 그러던데 우리는 너가 노력한
모습만 봐도 뿌듯하다. 였습니다.

다행히 가채점을 해보니 평상시 받던 모의고사 점수보다 훨씬 잘 나왔고, 수시를 전부 버리고 정시로 연대를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결말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지만,
1월 중순 현재 게임 실컷하고 침대에 누워 한 해를 돌아보니
정말 치열하게 일 년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3월에 독기에 차서 새벽마다 거울을 바라보던 그 눈빛이,
지금은 솔쿼드에서 치킨을 뜯어 신난 백수의 눈빛으로 바뀐 것을 보며,

사람은 참 신기한 동물인걸 느낍니다. 불과 몇 달 사이인데도 이렇게 바뀌는 것을 보면요.

웃대에도 정말 많은 친구들이 올해 수능을 보았을 거고,
혹시 수험생이 아니신 분들이라도 곧, 혹은 이미 오래전에, 수능을 보셨을 겁니다.

이글을 보시면서 각자의 수험생활을 어땠는지 한번 떠올려보는건 어떠신지요?

이만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아직 겨울의 한복판에 있기에,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