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에 살았더라면 우린 이어졌을까

내가 술자리가 마무리된 후 그냥 방에 들어가 잠을 잤더라면 그 인연은 이어지지 않았을까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아 헤어스타일도 없이 까까머리를 겨우 벗어난 채 시내 거리를 다니며 헌팅이란 걸 하기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우린 혈기왕성한 이십대 초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조금은 추울 수도 있는 그런 날씨 친구들과 보령 여행을 갔다.

목적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진행되는 그 날의 파티. 파티에서 처음보는 여성과 술을 마시며 더 나아가 연애까지 하는 기대에 부풀며

사실 "난 이런 곳을 안 가도 주변에 여자가 있다", "여사친들이 나 여소 해주려고 폰이 쉬지를 못한다" 라는 어린애도 안 믿을 만한 거짓말들을 던지며 그런 곳은 절대 가지 않겠다는 나를 며칠 내내 꼬셔 여행을 끌고간 친구가 연신 고마웠다.

어제 알바 마감이 늦어져서 엄청 피곤한 척, 파티 보다는 여행에 더 관심이 있는 척,
설레지 않는 티를 내려 애써 관심 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마음만은 이미 그 누구보다 들떠있었다.

처음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러 하나 둘 모일 때, 처음 봤던 너가 평생을 꿈 꾼 내 스타일이고 또 난 어떻게 너의 관심을 끌고 말을 걸 수 있을까만 생각 했다.

기다란 속눈썹, 동그랗고 째지지 않은 큰 눈, 긴 머리와 트레이닝복이 너무 잘 어울리며, 나에겐 과분할 정도로 여성치고는 꽤 큰 키 참 예쁘고 예뻤다.

우연 이였을까, 내 바램이 닿은걸까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게 된 기회가 왔다.

파티의 사람들과 통성명을 나눈 후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을 즈음 나는 잠시도 그녀에게 눈을 떼지 못 했다.

그녀도 나의 따갑다 못해 뜨거운 시선을 의식 했는지 술을 마시다 말고 나에게 "왜 이렇게 쳐다보시는 거에요?" 라고 물었다.

난 부끄러움에 별 말 못하고 웃으며 고개를 숙였고 그녀도 그냥 웃어줬다.

이 대화는 술자리 1, 2차를 포함한 우리 둘이 나눈 대화의 전부 였고, 난 그렇게 이상형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는 병신 찌질이로 자책하며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 되는 줄 알았다.

술자리가 끝난 후 나와 친구는 게스트하우스의 거실에 남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방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녀가 편의점을 갔다가 돌아와며 우리와 마주쳤고

그녀, 그녀의 친구, 나와 친구 넷이서 3차로 술을 마시며 아침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 나는 1,2차에서 그녀와 그녀 주변 사람들이 나눈 대화를 몰래 들었고, 그 소재들로 재빠르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녀는 내가 자신과 말이 잘통하는 사람이라 말하며 뽀얀 피부에 앵두 같은 입술로 웃어주었다. 마치 천사 처럼

그 때 나는 사실 매우 기뻤다.

아침까지 나눈 대화들은 너무 신이 났고 한반도에 서로 반대편에 사는 우리는 서로의 지역 얘기에 빠져들어 아침까지의 시간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그녀는 지방에 내려 오게 된다면 꼭 우리들을 불러 얼굴을 보겠다고 말을 해주었다.

우리 또한 수도권을 놀러가면 꼭 그녀와 그녀의 친구를 불러 얼굴을 보겠다고 말을 하였다.

그렇게 내 친구는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봤다.

나는 비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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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고 다음날 알바 출근을 위해 일찍 잠에 들려던 일요일 밤.

그녀에게 페이스북 메세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