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식은 오늘도 도서관에서 밤샘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거실엔 불이 켜져 있었고 소파에 주무시고 계시던 어머니가 성식이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왜이리 빨리왔어,아직 새벽1시 밖에 안됬는데"

어머니는 성식을 못마땅하다는듯이 쳐다보며 말한다.

"오늘은 머리가 아파서요..."

"그래도 마저 공부는 하고 자야지?수능이 몇일 남았다고 그래!"

"죄송해요,근데 오늘 컨디션이 진짜 안좋아요 엄마 오늘은 그만 잘게요"

"성식아!너 고3이야!고3!지금 정신이 있는거니?"

성식은 살짝 짜증난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나도 모르겠다,너 하고싶은데로 해!
다른 애들은 수능 몇일 안남았다고 눈에 불을 키고 공부를 한다는데"

어머니의 날카로운 눈총에 못이겨 성식이 말했다.

"알겠어요...그럼 언어 마저 끝내고 잘게요"

"그래 잘생각했어 성식아.그래야 내 아들답지?과일이라도 깎아줄까?"

"괜찮아요,엄마.이제 그만 들어가서 주무세요"

"그럼 엄마는 너만 믿고 자러 갈게"

성식은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리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음날 아침.

어느새 잠이 들었었는지 성식이 눈을 떴을때 책상에 책을 펼쳐놓은채 엎드려 있었다.

"야 야 김성식!정신안차리제?"

전직 군인이셨던 아버지가 성식을 한심하다는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김성식!너 그래갖고 난중에 밥은 묵고 살수 있겠나?"

성식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해요 아버지"

"느그 애미는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자식새끼가 반에서 5등 밖에 못하노 애미나 자식이나 문제다 문제"

그러면서 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며 성식이 몰래 숨겨둔

9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바닥에 내팽개치곤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하던 어머니를 힐끗쳐다 보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고선 성식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한다.

"그러니까 엄마가 어제 마저 공부하고 자라니까 으이구"

"그기 할소리가?지도 똑같이 쳐자빠져 자놓고 말세다 말세야"

어머니는 어쩔줄 모르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성식을 원망하는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출근준비를 하며 말했다.

"내 오늘은 아침밥 안묵는다,니들끼리 마이 묵으래이
이런 한심한 집안에서 도저히 밥이 목구녕으로 안넘어간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버지 배웅을 하고서 성식에게 다가왔다.

"성식아!이 엄마 좀 살려줘라...
너 아버지 어떤 성격인지 알잖니!!공부하는게 그렇게 힘들어!!!"

"엄마 진짜 죄송해요...근데 어젠 정말 몸이 너무 안좋았어요"

"됬다 됬어!으이구...밥이나 먹어!
그리고 5등?너 반에서 5등 했니?"

성식은 더이상 할말이 없었다.

"참나!입이 있으면 말좀 해봐!!5등?너 5등하라고 니 아버지가
직장에서 뼈 빠져라 일하면서 너 교육 시키는줄 알어!!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거 아니야!!!"

성식은 자신의 인내에 한계가 왔음을 깨달았다.

손에 쥐고 있던 샤프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식은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그만해...그만해..."

"뭐?뭐라그랬니?그만하라고?너 미쳤어!?"

"그만좀 해!!!"

이내 성식은 자리를 박차고 쥐고 있던 샤프를 어머니 눈에 꽂았다.

"아아악!!!"

어머니의 찢어질듯한 비명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그러면서 성식은 어머니가 아침 준비를 하고 있던 부엌칼을 집어들고

어머니의 복부를 수십차례 찔렀다.

순식간에 거실바닥에 붉은 피가 번져나갔다.

더이상 어머니는 어떠한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성식은 피를 둘러쓴채 어머니의 발목을 잡고 화장실로 질질 끌고 갔다.

그날 저녁

회식이 있어 밤늦에 귀가한 아버지가 돌아왔다.

아버지가 돌아왔을땐 집안엔 어떠한 불빛도 켜져 있지 않았다.

다만 화장실 불빛만이 문틈 사이로 미세하게 새어나올뿐이다.

"참나,집안꼴 잘돌아간다.가장이 왔는데 나오는 사람 한명 없고"

아버지는 혀를 차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이사람아,집에 죄다 불은 끄고..."

순간 아버지는 다음 말을 할수 없었다.

문을 연 순간 믿을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엔 이미 형체를 잃어버린,과거 자신의 아내였던,한아이의 어머니였던 여자를

그의 자식이 부엌칼로 몇조각인지 모를 만큼 토막을 내고 있었다.

"우읍"

아버지는 급히 입을 막으며 거실로 뛰어가 바닥에 토를 하고 말았다.

그순간 아버지의 발밑을 촉촉하게 적시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벽을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아내 불을 키자

아버지의 눈엔 거실을 흥건하게 적신 붉은 피웅덩이가 있었다.

그때 성식이 화장실에서 나와 아버지에게 다가왔다.

아버지는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난다.

"다녀오셨어요?아버지,저 오늘은 진짜 피곤해서 그러는데 딱 한시간만 자면 안될까요?"

아버지는 성식을 바라보곤 주저 앉은채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성식은 그런 아버지가 이상하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이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침대 누어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성식이 정신을 차렸을땐 경찰에게 취조를 받고 있었고

방송사,신문사에서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 둘려 쌓여 있었다.

"김성식군 왜 어머니를 살해 했죠?"

"지금 심정이 어떤가요?"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기자들의 쉴새 없는 질문에 경찰들이 기자들을 막아섰다.

"아직 취조중이니까 그만 돌아가주세요"

그때 성식이 담당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사님...지금 수능이 몇일 안남았어요...저 공부하러 가야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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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 여러분 수능이 몇일 안남았어요...

아 맞다 여기 대학이지.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