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의 지시에 따라 모든 분대원들은 일사천리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내 서현은 수건에 물을 적셔 바닥에 떨어진 피를 벅벅 닦기 시작했고


나머지 분대원들은 모텔 방안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사건이 일어나기전 처럼 꾸몄다.


최고 선임인 용진과 성현은 밖으로 나가 공중전화로 부대에 연락했다.


"당직사관님 계시나?"


"지금 주무시고 계십니다"


"언능 깨어라,지금 좆됬다"


"이용진 병장님 근데 무슨일이십니까?


"일단 당직사관님부터 바꾸라고 이 새끼야!!"


용진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놀란 당직병은 얼른 당직사관을 깨웠다.


"이 밤중에 뭔 소란이야?"


당직사관은 방금 잠에서 깬듯한 목소리로 받았다.


"당직사관님...지금...지금 진태 금마 자살했습니다"


"뭐?"


당직사관은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희도 자다가 일어나 보니까 임마가 모텔 창문으로 떨어져 자살한것 같습니다"


"하...시발...알았다,중대장님한테 보고하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과 헌병대에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전에 용진은 따로 분대원들을 모아서 얘기를 했다.


"느그들,아까 입 맞춘대로 진술 하면 된다.알긋제?우리는 절대 이진태 금마한테 노타치 했고
금마는 스스로 죽은거다?알았제?"


"야,근데 시발 이거 잘못되서 우리 다 좆되면 어떡하냐"


성현이 걱정되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용진에게 물었다.


"야야 걱정마라 니나 나나 전역까지 끽해야 70일 남았다 아이가,그거 생각하면 니만 말 잘하면 되는기라"


그리고 헌병대 조사가 시작됬다.


분대원들은 모두들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진술을 했고


진태의 유서나 자살동기등에 대해 아무것도 나온것이 없었기에


사건은 순조롭게 부대 부적응으로 인한 이진태 일병의 자살사건으로 마무리 됬다.


그리고 3분대원들은 다시 부대로 복귀해 똑같이 생활을 시작했고


마침내 용진의 전역 전날이 다가왔다.


그날 용진은 행보관실에서 술을 마시고 온듯 했다.


알코올 냄새가 진동한채 생활관에 들어온 용진은 불이 꺼진 생활관 침상에 앉아


혼자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이진태 씹새끼...없으니까 남은 군생활 존나 편해지다 가네...그때 죽이길 잘했어"


밤에 소변이 급해 잠시 잠에서 깬 창민은 그 얘기를 들었다.


"그게 뭔소리야?죽이다니?"


용진은 달빛에 비춰 소름끼치는 미소를 한채 창민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래...이진태 그새끼...내가...죽있다 뭐 잘못된거라도 있나?"


용진은 여전히 술에 취해 횡설수설 하는듯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 고무관 새낀...없는게 낫지..."


그때 누군가 용진의 멱살을 낚아챘다.


"그래...시발...진태 그새낀 자살한게 아니였어,애초에 니가 죽인거지?그지?"


하지만 이미 용진은 술에취한채 잠에 빠졌다.


그리고 잡았던 멱살을 놓고 어둠속에서 성훈이 창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창민아 방금 용진이가 말한건 너랑 나 둘만 아는걸로 하자"


"아니...그래도..."


"됬어,어차피 다 끝난 사건이고,알려져봤자 우리만 안좋아."


창민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간은 더 흘러 마침내 3분대원 모두는 무사히 전역을 했다.


그후 창민과 성훈은 진태의 악몽을 꾸기 시작했고 마침내 성훈이 자살을 한것이다.


생각에 잠겨 있던 창민이 눈을 돌렸을땐


이미 서현이 용진을 바닥에 쓰러뜨린채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야이 개새끼야!!!니 새끼 전역하기 전날 다 들었어!!니가 니 입으로 말했잖아!!"


"뭐...뭐꼬!!"


용진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서현을 바라봤다.


"너가 진태 죽였다고 니 새끼 입으로 말했었잖아!!!"


그러면서 서현은 용진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미친새끼...너 때문에 전역하고도 매일 진태 꿈을 꿨어...니 새끼만 아니었어도..."


서현은 더 쎄게 용진의 목을 조였다.


"그...그만..."


이미 서현의 눈엔 동공은 사라지고 없었다.


용진은 숨이 통하지 않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용진이 손을 들어 분대원들에게 도와달라고 손짓을 했지만


나머지 분대원들은 모두 용진의 손짓을 무시한채


발버둥 치는 용진의 팔과 다리를 붙잡았다.


이내 용진의 몸은 기운을 잃고 축 늘어졌다.


그리고 분대원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뭔가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장례식장 창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창민은 멍하니 아래를 응시했다.


그 밑엔 머리가 으깨져 피를 흘린채 죽어있는 진태가 보였다.


"김창민 상병님...저랑 같이 가요..."


여전히 진태는 꿈속에서와 똑같이 웃으며 창민에게 손짓한다.


마침내 창민은 자신의 상반신을 창문으로 들이민채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머지 분대원들도 하나,둘 창민을 따라 창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추적추적 하늘을 적시던 비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