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prologue-




"번쩍!"

커다란 칼이 번뜩인다. 그곳엔 두 명의 병사가 칼을 들고 서로 맞대고 서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안대를 한 한 소년이 있다. 칼이 x자 모양을 이루고 칼 사이에 소년의 목이 있다.

소년의 앞에는 검은 상자 하나....


"맞추어 보거라"

"......."

"모르겠느냐?"

"...뱀.....그 안에는 뱀이 있습니다."

"안타깝구나, 그 안에 넣은 것은 뱀이 아니라 붓 이였거늘.....

뭣들 하느냐, 내리쳐라"

"....."


조용히 침묵하던 소년의 입에서 날카로운 미소가 나타났다.


"잠깐....우선 상자먼저 열어보자꾸나"


병사 하나가 칼을 내려놓고 상자로 다가가 상자를 덮은 검은 보자기를 들춘다.

상자를 열어보니 그곳엔 뱀이 똬리를 튼 채로 잠을 자고 있다.


"....뱀입니다..."

"분명 붓을 넣어 놨을 터 인데... 바꿔 놓은 것이냐?"

"저는 그저 안에 있는 것을 말했을 뿐입니다."

"나는 바꾸지 않았다....그저 안에 있는 것을 말했을 뿐이다...라.....
안대를 풀어라"


소년의 눈에서 안대가 풀리고 명하던 자와 눈이 마주친다.


"눈동자 속에 점이라... 이렇게 멀리서까지도 눈에 띄는 점이구나....
가져오거라"


잠시 후 소년의 앞에는 붉은빛의 무거운 상자가 나타났다.


"내가 이걸 어찌하였으면 좋겠느냐?"

"갖고 있으신다면 3일내로 죽으실 겁니다. 바로 버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 일듯 합니다."

"좋다. 그럼 네게 주마 가져가거라"


한 병사가 상자를 열어보니 상자에서 황금빛이 새어 나오고 그 안 에는 금은보화로 가득 차 있다.

“그 재물은 이 마을의 터줏대감께서 특별히 하사하시는 것이다. 만일 그게 내게 있었다면 난 어디다 썼을까….”


마주치던 소년의 눈이 커진다.

“그래 넌 알겠지, 내가 어떤 자 인지….. 지금 조선은 잡귀들과 명귀들이 설치고 있다. 모조리 다 잡아 족치거라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나가 보거라”


“끼이이이익”

문이 열리고 문지방을 넘어 흙으로 된 땅 위에 소년의 발자국이 찍힌다.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고 꽃이 눕혀지며 모래가 휘날린다.


“조선의 세이메이래!!”

“에엥?? 아주 그냥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 친구 허허헠ㅋㅋ”

“아 글쎄 정말 이래니깐!? 요즘 자네들도 밤에 못 돌아 다니지 않는가?? 잡귀가 얼마나 설치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그 말을 못믿냔 말이여!!”

“내 잡귀가 많은 건 직접 봐서 딱히 할말은 없소만, 이미 관청에서 각종 도사들과 무당들을 집합시키고 있잖아? 조선의 세이메이는 무슨, 음양사?? 그건 또 뭔가? 신선도 아니고 말이야, 그딴 녀석이 뭘 할 수 있다고 나불대는지는 모르겠고! 여기 국밥이나 한 그릇 더 들지”


주막에서 세 명의 마을 사내들이 동동주와 국밥을 먹으며 떠들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바람이 분다.

밥상 위에 동동주가 흔들리고 사내들의 눈에 모래가 들어간다.


“여기 백세주 한 병 주시오”

“예에~ 여기 바로 나왔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어서 그곳에 나타났다만?”


사내들이 소년을 쳐다본다.


“니놈은 또 뭐야? 우린 니 얘기 한적 없는데? 너 설마 잡귀냐?? 대낮부터 잡기가 붙는구만 이거? 허허헠”
“………”

소년의 눈이 한 사내와 마주쳤다.

“눈동자에 점….저..저저저점..…저…저거…..세…세이메이다….세이메이다!!”

“오라!! 니가 조선의 세이메이구나!! 어디 얼굴 좀 보실까?? 어??
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악!!!”


사내가 소년의 멱살을 잡는 순간 사내의 목에서 비명이 들렸다.
이윽고 사내의 양 손목에 새파랗게 피 멍이 들었다.


“너…너!! 너 뭐하는새끼야!!!!”

“객기가 지나치면 살기를 부르는 법이다. 입 조심 하거라”


다시 바람이 불고, 사내들의 눈에는 또 다시 모래가 들어간다.


“아이 씨x!! 이새끼가!!!”


손목에 피 멍이 든 사내가 주먹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지만 닿는 것 하나 없다.
사내들이 모래를 닦고 앞을 본 순간 소년의 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채 목소리만 울려 퍼진다.


“조선의 세이메이라… 나쁘진 않구나”



다음날



“대낮에 귀신이 나타났다!!!!”

“주막에서 음양사가 나타났다!!!!”

“조선의 세이메이가 나타났다!!!!”

세 사내 모두가 마을을 누비며 소문을 퍼뜨리고 있었다.




-음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