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말하는 거야?’

조금 더 이어폰 볼륨을 높여 온 신경을 고막에 집중시켰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버튼을 누르지 않을 만큼 집중했다.

- 너……. 날……. 본……. -

‘아, 짜증나네. 뭐라고 하는…….’

바로 그 때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갑자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이어폰에서 엄청난 소음이 고막을 때렸다. 하마터면 고막이 터져버릴 정도의 엄청난 소리였다. 깜짝 놀란 나는 급히 이어폰을 뺏다. 하지만 설마 그 행동이 나 자신을 타킷으로 만드는 행위임을 그 순간에는 전혀 몰랐다.

“당신이었군.”
“어?”

엘리베이터 안에는 생전 처음 보는 사내가 서있었다. 문제는 그 사내의 특징을 파악하기도 전에 무언가가 내 눈앞으로 빠르게 날아들었다는 점이었다. 그와 동시에 내 의식은 야구배트를 맞은 야구공처럼 순식간에 무의식이라는 펜스 너머로 사라졌다.




깊은 심해에서 작은 공기 방울이 부상하듯 내 의식은 천천히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공기 방울은 뇌를 거쳐 시신경으로 향했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살며시 떴다.

“으…….”

눈꺼풀을 들자마자 빛이 쏟아진 탓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리 강렬한 빛이 아니었기에 몇 초가 지나자 눈은 금방 익숙해졌다.

‘여긴 어디지.’

아직 제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탓에 어안이 벙벙했다. 일단 담배 냄새가 가득하고, 여기저기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는 내 방이 아님은 확실했다. 이곳은 굳이 말하자면…….

‘수술실?’

가장 먼저 느낀 감상은 그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방에는 약품냄새가 가득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빛은 수술실에서 흔히 쓰이는 조명이었다. 얼굴에 수직으로 쏟아지는 빛줄기가 아니라서 괜찮았지만 눈부신 건 변함이 없다.
그리고 내 옆에 놓여있는 기기들. 아무리 보아도 의료기기로 판단되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정신이 돌아왔다.

‘설마…….’

상체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힘을 주는 순간 뭔가 묶인 듯 움직이질 않았다. 고개를 살짝 들어 살펴보니 팔과 다리가 뭔가 묶여있었다. 자세히 보니 철 수갑이었다.

“미, 미친…….”

그걸 보는 순간 동공이 확장하면서 심장이 미친 듯이 고동쳤다.

“으으으으!!”

있는 힘을 다해 그 철 수갑에서 벗어나려고 해봤지만 손목이 끊어질 듯 고통만 전해질 뿐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는 그 사이비 종교인들이 사용하는 해부실이 틀림없어…….’

그들은 정확하게 내가 다시 올 것을 예상했고, 내가 숨긴 도청기의 위치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명은 미리 엘리베이터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도청기를 이용해 내가 도청기를 둔 범인이 맞는 지 확인하기 위해 비명을 질렀던 거다.

‘젠장 젠장……. 너무 방심했어……. 너무 안일했다고…….’

손목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몸이 점점 깨닫고 있었다. 손목이 너무 아프다. 어느 샌가 붉은 자국이 생겨났다.

‘안 돼! 포기하면!’

다시 한 번 정신을 가다듬고, 발버둥을 쳤다.

“으아아!”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철을 끊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냉정해. 냉정해.’

냉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방금 전보다 훨씬 심장의 고동이 커졌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눈의 초점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마구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위이이이잉!!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남자의 비명이었다. 딱 벽 하나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치과에서나 들을 수 있는 전동기기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만약 의사가 나를 봤다면 진정제부터 투여할 정도로 엄청난 수치의 혈압이 혈관을 타고 흘렀다.

“후! 후!”

방금 마라톤을 끝낸 선수처럼 숨이 좀처럼 잦아들질 않았다. 다시 한 번 손을 빼려고 발버둥 쳤지만 마찬가지였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의식이 흐려질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당장 위장에 있던 음식들을 게워낼 정도로 속이 메슥거렸다.

‘냉정하자. 나는 추리소설의 주인공……. 나는 추리 소설의 주인공이다.’

두 눈을 살며시 감고 최대한 냉정해지기 위해 내가 예전에 썼던 추리 소설의 주인공을 떠올렸다. 매사에 너무 침착하고 냉정해서 얼음 신사라는 별명을 가진 탐정 강철중. 영화 공공의 적에서 나왔던 주인공의 이름이지만 나 역시 그 이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터라 사용했었다.

‘난 강철중이다. 나는 강철중이다. 냉정한 남자. 얼음 신사라고 불리는 사내가 나다.’

그렇게 얼마나 되뇌였을까 도저히 진정할 수 없을 것 같던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가라앉았다. 어느 샌가 옆방의 비명과 전동음도 사라져있었다.
작가들이 흔히 하는 집중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집중은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집중력이다. 바로 주변의 소음과 냄새를 모조리 차단해버리는 집중력이다. 다른 창작활동 하거나 직장에서 알아주는 능력자들 중에서도 소수만 얻을 수 있는 능력이지만 그리 거창한 능력은 아니다. 그저 주변에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는 것뿐이다.

‘휴, 겨우 진정됐나?’

내 심장 박동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의식이 붕 떴다. 하지만 머리만큼은 상쾌하기가 그지없었다.

‘좋아, 탈출할 방법을 생각해보자.’

바로 옆방에서 그런 일이 있었으니 조금 있으면 내 방으로 올 가능성이 크다. 그 전에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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